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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김 전 경찰청장의 처벌을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공판에서 김 전 경찰청장의 처벌을 촉구하며 피켓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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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건과 병행해 진행되고 있는 용산(경찰)서 사건(재판)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핼러윈 축제는 기본적으로 수년간 용산(경찰)서에서 대응해온 거였고, 피고인은 본래 핼러윈데이에 대응하지 않던 서울경찰청에서 추가로 그 대응을 돕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나름의 조치는, 저희가 판단할 때는, 서울청장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들을 했다고 판단한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측 변호인

이태원 참사 전 하급기관인 용산경찰서로부터 기동대 지원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를 두고 부하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법정에서 핼러윈데이 축제 대응의 책임을 용산경찰서 쪽에 돌렸다.

최근 이임재 전 서장과 관련된 다른 재판에서 용산서가 서울청에 기동대 요청을 한 정황이 있었다는 전직 용산 경찰의 증언이 새롭게 나오며 상황이 불리해지자, 적극적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 전 청장 측은 "핼러윈 기간 10만명이 방문한다는 단순한 정보만으로 당연히 압사사고가 예상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단순화"라면서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청장 측은 "또 (참사 전) 보고받고 인식한 내용이 10만명의 인파가 한 순간에 한 지점으로 몰린다는 내용이 아니라, 핼러윈데이 주말의 3일 동안 그 정도의 인파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취지였다"고도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항의를 받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머리카락 잡아당긴 이태원 참사 유가족 “내 새끼 살려내”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항의를 받으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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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대비 단계] 김광호 측 "핼러윈은 용산서 대응… 서울청 조치는 충분했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권성수·박진옥·이준엽)는 이날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달 11일 공판준비기일 이후 진행된 첫 공판기일이었고, 준비기일에 불참했던 류미진 전 관리관은 이날 처음 법정에 섰다.

김 전 청장 측은 이날 이태원 참사 '사전 대비 단계'에 과실이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사전에 핼러윈 데이 인파를 예측하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동대 배치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김 전 청장은 참사 2주 전부터 ▲2022.10.14 서울경찰청 정보부 '핼러윈 데이(10.31)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요인' ▲2022.10.24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 '핼러윈 축제 관련 관광경찰대 특별현장 활동 계획' ▲2022.10.27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핼러윈 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 ▲2022.10.27 '2022 핼러윈 데이 교통관리 계획 보고 등 최소 4번 이상 핼러윈 데이 인파를 우려한 보고를 받았고, 2022년 10월 17일과 10월 24일 두 차례에 걸친 서울경찰청 주간화상회의에서 핼러윈데이 시민안전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기동대 배치 등 구체적인 조치는 하지 않았다. 특히 이때 용산경찰서로부터 기동대 요청을 받았는가 여부에 대해 이임재 전 서장과 김 전 청장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가 심리한 이임재 전 서장 업무상과실치사 공판에서는 참사 당시 용산서 생활질서계장이 출석해 이태원 참사 이틀 전인 2022년 10월 27일 이임재 전 서장이 다른 부하직원에게 기동대 요청을 재차 지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관련기사 : 이태원 참사 전 대책회의서 "기동대 다시 신청하란 말 들었다" https://omn.kr/2835z). 그러나 실제 참사 당일 기동대 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김 전 청장 측은 이태원 핼러윈 대응은 기본적으로 용산서 책임이라는 논리를 폈다. 김 전청장 측은 "60명의 경찰관기동대 파견은 없었을지 몰라도, 교기대(교통기동대) 20명, 타팀 형사 25명, 관광경찰대나 용산 외 다른 경찰서 인력까지 충분한 인력을 지원했다"라며 "서울청의 경력 지원이 부족한 조치였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참사 1년 전인 2021년 핼러윈 때에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기동대 3개 부대 등 총 230명이 이태원에 지원됐다. 참사 2년 전인 2020년 핼러윈 땐 기동대 70명 등 총 129명이 이태원에 투입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경호원에 둘러싸여 법정으로 들어서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바닥에 주저 앉으며 울부짖고 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경호원에 둘러싸여 법정으로 들어서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바닥에 주저 앉으며 울부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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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 단계] '코드제로' 압사신고 오후 9시에 '골프 뉴스' 본 류미진

이날 별다른 반론을 펴진 않았지만, 김 전 청장이 받는 혐의 중에는 참사 임박 단계에서의 과실도 있다. 참사 당일 사고 현장에서 도보로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용산 대통령실 앞 대규모 시위에 동원된 67개 기동대를 이태원에 재배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 측 주장에 의하면 대통령실 인근 시위는 2022년 10월 29일 오후 8시 33분경 종료됐고, 김 전 청장은 그 직후 퇴근했다. 이는 그날 서울경찰 전체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참사는 이로부터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10시 16분께 발생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삼각지역 인근에 배치돼 있던 67개의 기동대 전부를 21시경까지 이태원 지역의 혼잡경비 목적으로 투입할 수 있었으나, 그대로 퇴근했다"라며 "이태원 일대에 남아있던 치안 수요와 위험 상황에 대한 재평가를 하지 않고 기동대 모두를 해산시키는 바람에 혼잡 상황을 심화시키고 방치했다"고 했다.

김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류미진 당시 서울청 112상황관리관과 정대경 당시 서울청 112상황3팀장 역시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두 사람의 과실은 주로 재난 임박단계와 관련이 있다. 참사 전까지 11차례 112 압사 신고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대경 전 팀장은 참사가 발생한 이후인 오후 11시 39분경에야 류미진 관리관에게 참사와 관련된 보고를 했고, 류 관리관은 익일 오전 0시 2분경에야 김광호 전 청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참사 당일은 토요일이었는데, 류미진 전 상황관은 당시 주말 당직의 형태인 112상황관리관으로서 서울경찰청장의 상황관리 직무를 대행하고 있었다. 검찰은 류 전 상황관이 당직 업무를 보는 중 상황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보는 등 근무를 해태했다고 했다. 또 '코드 제로'로 분류된 압사 신고가 접수된 오후 9시께에는 골프 뉴스를 청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류 전 상황관 측 변호인은 "실제 상황실에 근무했더라도 지휘망 외 모든 서울청 112망을 들을 수 없고, 그래야 한다는 법률적 근거도 없다"면서 "(상황실에) 정착 근무를 했다면 이 사건 사고 발생이 예방될 수 있었다는 검찰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정대경 전 상황3팀장은 김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일선 경찰서인 용산서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었다. 정 전 청장은 "오후 10시 15분경 참사가 발생했는데 오후 11시 30분이 넘어 최초 보고를 한 이유가 있나"라는 재판부 질문에 "현장에는 현장 지휘관이 있는 상황이었다"라며 "저희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보고가 없는 상황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서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임재 공판] 이태원 참사 전 대책회의서 "기동대 다시 신청하란 말 들었다" https://omn.kr/2835z
[김광호 공판] 김광호 전 서울청장 "핼러윈? 미국선 아이들이 사탕 받으러 다니는 날" https://omn.kr/27rbr

태그:#이태원공판기, #김광호, #이태원참사, #류미진, #정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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