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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생명평화아시아와 녹색당이 공동주최한 ‘2023 독일 생명평화기행’에 참여했습니다. 베를린, 다하우, 뮌헨, 슈투트가르트,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의 에너지 전환과 정치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겠습니다.[기자말]
지난 기사에서는 독일 녹색당이 환경과 경제가 연결돼 있다고 호소하며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독일 녹색당은 2021년 총선에서 역사상 최고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독일 녹색당에게 다소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제가 생명평화기행 준비모임에서 발제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이번 글에서는 2021년 총선에서 독일 녹색당이 거둔 성과와 아쉬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사이 다이나믹하게 변하고 있는 독일 정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승리, 아쉬웠던 결과

2021년 총선을 앞두고 독일 녹색당의 분위기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한때 지지율이 당시 제1야당이었던 사회민주당(사민당)은 물론이고, 집권당이었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조차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면 세계 최초로 녹색당이 제1당이 되어 집권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 같지 않았습니다. 

 
아날레나 배어복(Annalena Baerbock, 왼쪽)과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 오른쪽)
 아날레나 배어복(Annalena Baerbock, 왼쪽)과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 오른쪽)
ⓒ commons.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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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도 여성 공동대표인 아날레나 배어복(Annalena Baerbock)을 창당 최초로 총리 후보로 지명하며 자신감과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검증이 시작되자 배어복 후보의 허위 경력, 소득 신고 누락, 책 표절 등 각종 논란이 터졌습니다. 녹색당의 지지율이 하락했고, 최종 결과는 득표율 14.8%에 의석 118석 획득이었습니다. 

이것은 독일 녹색당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비례대표 위주로 당선되던 것과 달리 베를린 등 16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것도 의미가 컸습니다. 하지만 한때 1당을 꿈꿨던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죠. 총리 후보였던 배어복은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지만, 선거전에서 몇 가지 실책이 있었다. 특히 내가 실수를 했다. 녹색당은 그 이상을 원했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출처: 일다, "녹색당 총리후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원했었다").

가장 앞선 정책, 수권정당 이미지로 지지층 흡수

2021년 독일 총선 결과를 연구한 정병기(2021)에 따르면, 총선 당시 독일 국민의 관심사는 기후·환경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코로나19 대응이 그 다음이었습니다. 독일 녹색당은 기후·환경 정책에서 가장 앞서 갔고, 코로나19 대응과 보건 정책 면에서도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했을 뿐만 아니라, "독일 기업을 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친기업적 행보를 보이며 수권 정당으로서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 주효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정당들은 직전 선거에 비해 서로 지지층을 뺏거나 빼앗겼지만, 오직 독일 녹색당만이 모든 정당으로부터 지지층을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 지지표 이동(정병기 2021 재인용)
 2021년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 지지표 이동(정병기 2021 재인용)
ⓒ 정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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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은 사민당, 자유민주당(자민당)과 함께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고 다시 한 번 집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남성 공동대표였던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이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됐고, 배어복은 외무부장관이 된 것을 비롯해 식량·농업부,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환경·자연보호·핵안전·소비자보호부 등 5개 부처의 장관 직을 차지했습니다. 독일 녹색당이 주장했던 탈핵과 에너지 전환, 기후보호 등은 독일 정치의 중심 의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지지율 하락과 극우정당 약진

2023년 7월 생명평화기행 출발을 며칠 앞두고 뜻밖의 뉴스를 접했습니다.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 후보가 처음으로 시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전국 지지율로 20%대를 넘으며 기민당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치의 준동을 겪었던 독일에서 극우정당이 다시 약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녹색당 부대표들, 페가 에달라시안(Pegah Edalatian)과 하이코 크노프(Heiko Knopf)과 만났을 때 극우정당의 약진에 대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급변하는 정세에 당황한 듯 구체적인 대책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극우정당과는 어떤 정치적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들었을 뿐입니다. 
 
독일 녹색당 부대표 페가 에달라시안(Pegah Edalatian, 왼쪽)과 하이코 크노프(Heiko Knopf, 오른쪽)
 독일 녹색당 부대표 페가 에달라시안(Pegah Edalatian, 왼쪽)과 하이코 크노프(Heiko Knopf, 오른쪽)
ⓒ 생명평화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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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 녹색당에 대한 호감도와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입니다. 주독 한국대사관의 정세 동향에 따르면, 2024년 3월 21일에 실시한 Allensbach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독일 녹색당이 신호등 연정을 주도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79%가 독일 녹색당 주도의 정책 운영에 부정적으로 응답했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지지율도 14%로 4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반면에 대안당은 18%의 지지율을 기록해 기민/기사당(34%)에 이어 2위이고 사민당(15%)보다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독일 녹색당은 제1당을 꿈꾸며 총리 후보를 낼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그 틈을 극우정당이 파고들며 약진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치도 한국 못지 않게 다이나믹한 것 같습니다. 독일 녹색당의 침체와 극우정당의 약진은 독일 정치에 대해 우려를 갖게 합니다. 독일의 민주주의는 이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에서는 독일 민주주의의 '엔진'을 소개하며,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문헌]
- 정병기. 2021. "2021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의 주요 이슈와 공약 및 지지표 분포와 향후 정치 전망". 『의정연구』, 제27권 제3호, 36-68.

태그:#독일녹색당, #녹색당, #생명평화아시아, #생명평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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