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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루마니아 협정 및 MOU서명식에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루마니아 협정 및 MOU서명식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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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알려진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대변인실 등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검토설을 부인함에 따라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라인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치달았다.

결국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무총리, 비서실장 인선에도 김건희 여사가 개입한 것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 국민 앞에 직접 답하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이 사안을 바라보는 보수언론들의 시선도 심상치 않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각각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18일, 보수언론은 사설을 통해 일제히 해당 인선에 대해 비판했다.

우선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중대 인사가 공식 조직이 아니라 누군지 알 수 없고 권한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검토된다면 정상적인 국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박 총리-양 실장' 카드가 언론에 흘러나온 배경도 수상쩍다. 대통령실 공조직은 전부 금시초문이란 반응이어서 비선 라인이 가동됐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언급했다.

'박영선-양정철' 비선 논란에 대통령 '부부' 강조한 <동아일보>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바로 사설이 '부부'를 강조한 점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친분", "대통령 부부의 측근 그룹" 등 두 사람의 인사에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부부'라는 단어를 쓰면서 배우자 김건희씨 역시 관여했다는 의혹을 공공연하게 제기했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바로 사설이 '부부'를 강조한 점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친분", "대통령 부부의 측근 그룹" 등 두 사람의 인사에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부부'라는 단어를 쓰면서 배우자 김건희씨 역시 관여했다는 의혹을 공공연하게 제기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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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아일보>의 이날 사설엔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사설은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에 대해 "두 야당 인사는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친분이 있거나 대통령이 검사 시절 남다른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며 "여기에 언론에 흘린 용산 참모들이 공식 인사-홍보라인이 아니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만일 대통령 부부의 측근 그룹이 기획했다면 대통령실 내부의 업무 난맥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바로 사설이 '부부'를 강조한 점이다.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 친분", "대통령 부부의 측근 그룹" 등이라 언급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지면 3면에 '박영선 측 "떠보기식 불쾌" 양정철 "공직 더 안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은 관련 보도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이었지만 내용은 두 인물과 윤 대통령의 인연을 살펴본 것 위주였다.

해당 기사에도 '부부'가 등장한다. 기사는 "윤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 부부는 2010년대부터 부부 동반 모임도 가져온 것으로 17일 알려졌다"며 박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이 부부 동반 모임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또 윤 대통령 부부와의 동반 모임을 가지기에 앞서 김씨와 개인적 친분이 있었다고 밝힌 박 전 장관의 인터뷰를 인용하기도 했다.

양정철과 윤 대통령 친분 소개하며 나온 익숙한 그 이름, '황 모 행정관'
  
한편 해당 기사는 양 전 원장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윤 대통령이 양 전 원장의 출마 권유를 거부했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한 뒤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전기산업 업체 황모 대표의 아들이자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황모 행정관은 양 전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일할 때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기사는 양 전 원장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윤 대통령이 양 전 원장의 출마 권유를 거부했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한 뒤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전기산업 업체 황모 대표의 아들이자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황모 행정관은 양 전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일할 때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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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당 기사는 양 전 원장에 대해서는 2015년 윤 대통령이 양 전 원장의 출마 권유를 거부했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한 뒤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전기산업 업체 황모 대표의 아들이자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황모 행정관은 양 전 원장이 민주연구원장으로 일할 때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황모 행정관은 누구인가. 2022년 6월, <시사저널>은 "사적 채용 또 있다… '비선 논란' 황씨도 대통령실 근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시사저널>은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비공식적으로 밀착 수행하며 '비선' 논란을 일으켰던 황아무개씨 또한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황모 행정관에 대해 "황씨는 윤 대통령 오랜 친구의 아들로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며 "황씨는 대선 과정 내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지근거리에서 비공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당선인 비서실에 들어가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기사의 황아무개 행정관이 바로 <동아일보> 기사가 언급한 황모 행정관과 동일인물이다. 당시 <시사저널>의 보도에 민주당은 "논란의 인물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밝히고 정리하는 것이 순리"라며 "그렇지 않고 계속 버틴다면 대통령실에 정말 비선이 활개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2년에도 비선 라인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황모 행정관이 비선 논란과 관련된 양 전 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했었다는 대목을 굳이 <동아일보>가 언급한 까닭은 무엇일까. 혹시 비선 라인의 일원인 황 모 행정관이 과거 인연이 있는 양 전 원장과 윤 대통령 부부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슬그머니 드러낸 것이 아닌가 추정해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비선 논란,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참모들 때문"이라는 <동아>
"윤 대통령, 관저에만 다녀오면 딴 얘기"라며 김건희 직격한 <중앙>
 

한편 <동아일보>는 19일 사설에서도 "두 사람(박 전 장관·양 전 원장)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총리 등의 자리에 적임자인지 의문인데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만으로 발탁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전날 사설에 이어 재차 '부부'를 부각했다.

이 신문은 23일 사설에서는 "정식 라인은 경위를 잘 모르는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경우 '비선 라인'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참모들로 인해 빚어진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언론 보도 소동이 단적인 사례"라며 아예 이번 비선 논란이 김건희씨와 가까운 참모들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까지 했다.
  
 22일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을 언론에 흘린 주체를 두고 "비선 실세"라고 지칭한 것으로 모자라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결정도 관저에 다녀오면 바꾸곤 한다'는 전언을 옮겼다.
  22일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는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을 언론에 흘린 주체를 두고 "비선 실세"라고 지칭한 것으로 모자라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결정도 관저에 다녀오면 바꾸곤 한다'는 전언을 옮겼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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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뿐 만이 아니다. 22일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의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으로 강해지는 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대국민 메시지 작성 과정에서 비서실장·정무수석·홍보수석 등 공식 라인이 배제됐다. 박영선 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카드를 흘린 것도 비선 실세들이었다.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해 결정한 뒤 관저에만 다녀오면 전혀 다른 말씀을 한다. 관저 정치를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설을 언론에 흘린 주체를 두고 "비선 실세"라고 지칭한 것으로 모자라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결정도 관저에 다녀오면 바꾸곤 한다'는 전언을 옮겼다. 대통령 부부가 머무는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정치적 결정과 관련해 얘기를 나눌 인물이 김건희씨 말고 또 누가 있을까. 사실상 김씨가 비선 라인의 핵심임을 직격한 것처럼 읽히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 대기자가 해당 문장 직후 "이러니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 농단이 드러난 직후 지지율 25%보다도 낮은 23%로 추락한 것"이라고 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보수정당이 궤멸당한 과거를 반복할까봐 두려운 <중앙일보>의 경고는 아닐까.

태그:#비선라인, #김건희, #윤석열, #동아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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