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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자동차를 팔기 위해 글을 올리자 금방 연락이 왔다.
 당근마켓에 자동차를 팔기 위해 글을 올리자 금방 연락이 왔다.
ⓒ 최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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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서 자동차마저도 거래하는 시대다. 지난주에 아내가 운전연습용으로 사용했던 경차를 당근마켓에 올렸다. 판매 글을 올린 지 몇 분되지 않아 전화번호를 달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전화번호 좀 주세요."

번호를 알려주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는데 뜻밖에도 외국인이었다. 창원에는 외국인이주노동자가 많아 당근마켓에서 종종 만나기도 했지만 서류이전이 필요한 자동차도 외국인과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매수, 매도자가 함께 차량등록사업소에 가서 서로의 신분증만 있으면 간단했다. 외국인은 현재 거주지와 거주기한이 적힌 외국인등록증이 필요했다.

"남편이 일이 늦게 끝나는데, 밤 늦게도 차를 볼 수 있을까요?"

그녀의 한국말은 약간 어색한 정도였지 문장이나 단어가 매우 자연스러웠다.

밤 10시가 다 된 시간에 나타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부부는 모두 한국말이 유창했다. 한국생활 12년 차라는 부부는 슬하에 2남을 뒀단다. 당근마켓으로 물건을 거래하면서 그런 대화를 나눈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남자의 다음 행동에 나는 더욱 놀랐다. 가격 흥정을 끝내고 서로가 만족하는 가격에 이르자 남자는 내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아,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당근거래에서 악수를 하다니, 나는 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던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차 값의 반은 오늘 드리고 내일 나머지 드릴게요."

내 손을 잡은 그가 한 말이었다.

"아니, 돈은 내일 명의 이전이 다 끝나고 주셔도 됩니다."
"우즈베키스탄 스타일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대부분 무슬림을 믿는데 그들의 거래방식이 그렇다고 그의 아내가 부연설명을 해줬다. 자동차 값은 한국스타일을 고집한 내 방식대로 거래가 다 끝나고 입금됐지만 화끈한 우즈베키스탄 스타일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날 밤 우즈베키스탄 부부는 막내아들과 함께 자동차를 가져가기 위해 다시 한 번 나를 찾아왔다.

"어른한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어, 안녕."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적인 예의를 지킨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그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속인주의를 내세우는 법에 따라 국적은 우즈베키스탄. 그럼에도 말투나 예의는 오히려 요즘 한국 아이들보다 나아 보였다. 

요즘엔 어른을 보고 인사를 시키는 부모는 흔치 않다. 집으로 돌아와 나는 얼마나 내 아이에게 기본적인 인사 예의를 가르쳤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물건을 팔러 나가서는 오히려 '우즈베키스탄 스타일'에 마음이 팔려버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래장소에 따뜻한 마음과 인사를 전하는 우즈베키스탄 스타일이 계속 전해졌으면 좋겠다.

태그:#당근마켓, #거래후기, #우즈베키스탄,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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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한다는 말을 믿습니다. 소시민으로서 지극히 평범한 가치를 공유하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동화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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