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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창이었고 도시는 몇 달째 숨을 죽이고 있었다. 푹푹 찌는 더위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일상을 통제받으며 사람과의 접촉을 제한하던 시기였다. 시에서 처음으로 십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온라인으로 신청한 나는 카드포인트로 받았었다.

아직은 한낮의 땡볕이 기승이던 어느 오후, 행정복지센터 앞에 줄 선 인파에 깜짝 놀랐다. 오프라인 신청 첫날이었다. 태어난 년도 끝자리별로 신청 날짜가 정해졌음에도 긴 줄이 휘어지며 청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저녁 무렵 한 남자 손님이 우리 가게에 와서는 음식을 포장하고 종이 상품권으로 계산했다. 동사무소에서 방금 받은 재난지원금이었다. 햇볕에 오래 서 있어 얼굴이 익은 그의 말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지들은 앉아서 받지만 나는 몇 시간이나 줄을 서서 받았다"면서 빳빳한 상품권을 내밀었다. "아~ 오래 기다리셨어요? 온라인으로 신청해도 되는데"라고 했다. 그러자 "지들은 편하게 그렇게 받아도 그걸 못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때 조금은 충격이었다. 재난지원금을 처음 받기는 모두 마찬가지였고 각자 편한 방식으로 신청하면 된다고 여겼는데, 누군가는 폭염 아래 긴 줄을 서야만 했던 것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이 서툴거나 사용이 여의치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차별로 여겨질 수 있음을 그분의 말투를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분통터지는 지도...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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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골에 혼자 사시는 엄마도 그런 경험을 했다. 지난해에 여성 농업인 바우처카드 헤택을 봤던 터라 올해도 신청하려 면사무소에 갔다. 하루 2대뿐인 버스를 타고 간 공공기관에서는 '이미 신청날짜가 지났다'면서 엄마로 하여금 아무 소리도 못하게 했다. 

신청이 언제까지였는지 몰랐던 엄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외된 노인이 돼 돌아왔다.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못찾아 먹은 당신을 바보라고 자책했다. 

문자로 신청안내 했다는데 그 문자를 등한시했으니 본인의 잘못이라 말하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무지한 탓이란 자조의 말에 '우편으로도 보내주는 일이 그리 어렵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처럼 말하는 직원의 입만 쳐다보다 수고하시라는 인사만 남기고 돌아서는 심정은 어땠을까. 전에는 못 느끼던 단절감, 소외감, 좀 더 과장하면 무능함을 뒤집어쓴 기분이었을 거다.  

나날이 교묘해지는 피싱 따위에 엄마가 걸려들까봐 나는 늘 잔소리를 했었다. 국제전화는 바로 끊어라. 모르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대답하지 말아라. 문자 같은 거 함부로 누르지 말아라. 사기꾼들이 많다며 어린아이에게 당부하듯 했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잘 보살펴 드리지 못하는 미안함에 더욱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는 현재지만 분명 또 다른 세상은 공존한다. 온라인  은행 업무, 온라인 쇼핑, 온라인 수속 등이 어려운 사람들이 오프라인으로 일을 보지만 생활과 밀접한 장소마다 버티고 선 무인 기계에 두려움을 느낀다.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만이라도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며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듬어주길 바란다.

태그:#디지털케어, #소외, #단절, #키오스크, #오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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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을 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글쓰기와 책 읽기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자영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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