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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정수도 지속추진을 염원하는 연기군민 촛불집회가 17일 오후 조치원역 광장에서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장재완
어둠이 내린 조치원역 광장에 54일째 촛불이 하나 둘 켜졌다.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의 위헌판결이후 분노와 비탄의 마음으로 불을 붙였던 촛불문화제가 벌써 두 달에 가까워오고 있다.

그 동안 8만 연기군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한길로 달려올 수 있게 한 힘은 바로 이 촛불이었다. 연기군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수도권과밀화 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희망을 다시 되찾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촛불에 불을 붙인 300여명의 주민들이 하늘 향해 크게 외쳤다.

“신행정수도 사수하여 국토균형발전 이룩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신행정수도 원안대로 추진하라”


17일 오후 6시 30분 조치원역 광장에서 열린 이 날 촛불문화제는 조치원문화원 사물놀이패의 길놀이 공연으로 시작됐다.

역 광장 곳곳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장작불이 지펴졌고, 한켠에서는 조치원읍생활개선회 회원들이 뜨거운 차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의 위헌판결 이후 연기군민들이 투쟁해 온 영상기록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사회자의 구호에 맞춰 ‘행정수도 사수하자’를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큰소리로 외쳤다.

이어 연단에 오른 신행정수도지속추진연기군비상대책위원회 황순덕 상임대표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날도,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도 우리는 이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다”며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신행정수도 건설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 이 날 촛불집회에는 심대평 충남도지사(왼쪽 두번째)와 이기봉 연기군수(왼쪽), 유환준 도의원(오른쪽)등이 참석했다.
ⓒ 장재완
또한 새해 현장방문 첫날을 맞아 연기군을 방문한 심대평 충남도지사도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해 “촛불은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듯이 여러분의 희생이 이 촛불처럼 반드시 밝은 우리미래를 열게 될 것”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심 지사는 이어 “이제 머지않아 정부와 정치권이 행정수도 후속대책을 합의하여 우리가 촛불을 들고 축제를 벌일 날이 올 것”이라며 “그날이 올 때까지 마음을 하나로 모아 열심히 싸워서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선진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자랑스럽게 이날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전 조치원역에서 출발, 서울까지 열차홍보투어를 다녀온 홍보단의 활동보고가 이어졌으며, 조치원문화원 경기민요전수단의 민요공연과 연기군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의 스포츠댄스 공연 등의 문화행사도 이어졌다.

한편,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위헌판결 직후의 분노에 찬 분위기에서 벗어나 노래를 함께 부르거나, 음악에 맞춰 촛불을 흔드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행정수도 싸움의 구심점이었다"
[현장인터뷰] 54일째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연기군비대위 김일호 집행위원장

▲ 김일호 신행정수도 지속추진 연기군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촛불집회가 54일째를 맞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어왔나?
“위헌판결이 나고 연기군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군민들의 마음을 결집시켜 나갈 도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촛불집회를 열게 되었고, 그 동안 각 면별로 또는 단체별로 돌아가며 촛불집회를 개최해 왔다.

또한 이 곳에 나오는 주민들에게 신행정수도의 당위성에 대한 교양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마련되기도 했고, 조치원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우리가 나누어주는 홍보물과 우리 집회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신행정수도 전도사가 되었다.“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매우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고 있다. 지난 54일 동안 평균 1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참여해 줬고, 연인원으로 보면 5000명이 넘는다. 시골 동네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주는 몇몇 어르신들이 있어 항상 게으르지 않고 열심히 이어올 수 있었다.”

-그 동안의 촛불집회를 평가해 본다면?
“사실 연기군 역사 이래 전무후무한 일이다. 8만 연기군민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뭉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냄비처럼 쉽게 끓고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두 달이 넘도록 식지 않고 지속되고 있으니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촛불집회는 연기군 뿐만 아니라 신행정수도 싸움 전체의 구심점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자발적인 참여인원이 너무 적다는 게 아쉽다.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먼 곳에서 캄캄한 밤에 여기까지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너무 힘이 드니 조금 쉬었다가 충전을 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요구도 있어 안타깝다. 그렇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안은 없다.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원안에 가장 근접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원안의 실현을 전제로 한 대책이어야만 한다. 그것만이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화해소라는 본래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촛불집회는 만족할 만한 대책이 수립되어 주민들이 이를 수용할 때 까지 계속할 것이다. 다만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하고 각 종 문화행사를 갖추어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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