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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나물의 대표는 단연 냉이?
ⓒ 이승철

꽃샘추위가 한풀 꺾인 요즘 재래시장에 나가보면 채소가게들이 더욱 풍성해졌다. 진열대 위에 봄나물들이 수북수북 쌓여 있기 때문이다. 보기에도 싱싱한 봄나물들은 너도나도 향기와 맛을 뽐내며 장보러 나온 주부들을 유혹이라도 하는 것 같은 풍경이다.

지난 3월 16일 광나루 쪽으로 오른 아차산을 종주해 망우리로 내려와 점심을 먹은 후 근처에 있는 우림시장을 찾았다.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우림시장은 말끔하게 단장된 재래시장이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한우 암소머리가 이 시장의 상징인 듯 아치형으로 만들어 놓은 시장 간판이 매우 이색적이다.

▲ 달래가 최고지요?
ⓒ 이승철

▲ 취나물은 어때요?
ⓒ 이승철

마침 시장에선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나온 주부들이 봄나물들을 고르고 있었다.
"오늘 저녁엔 냉잇국을 한 번 끓여볼까?"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주부는 냉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난 달래 무침을 한 번 해봐야겠는데. 애들 아빠가 달래 무침을 무척 좋아하거든."
같이 온 다른 주부는 달래를 집어 든다.

"취나물도 좋아요. 쌉싸래한 머위도 괜찮고요."
가게주인 아주머니가 취나물과 머위를 권한다.
"에이! 아무래도 봄나물 중에서는 냉이가 최고지…."
처음에 냉이를 골랐던 주부가 냉이를 봄나물 중 으뜸이라고 한다.
"무슨 소리? 달래가 최고지."
다른 주부는 달래가 최고라고 우긴다.

▲ 봄쑥을 빼놓고는 나물이야기가 안 되지요.
ⓒ 이승철

▲ 맛과 향이라면 돌미나리도….
ⓒ 이승철

"그런데 아줌마 이건 뭐예요? 못 보던 나물인데…."
다른 주부 한 명이 다른 그릇에 담겨있는 나물을 한 줌 집어들며 묻는다.
"아, 그거요? 그건 보리잎이에요. 왜 있잖아요? 보리밥의 그 보리요. 어린 잎인데 이걸 숭숭 썰어 넣고 된장국을 끓이면 달착지근한 맛이 그만이랍니다."

"보리 잎을 나물로 먹어요?"
다른 주부들이 관심을 보이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나물로 먹는 것이 아니고 된장국으로 끓여 먹는 거랍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다시 설명을 늘어놓는다.

▲ 보리 잎 된장국 맛을 아직 모르신다고요?
ⓒ 이승철

▲ 머위, 돌나물, 원추리, 봄동.
ⓒ 이승철

그러고 보니 채소가게엔 봄나물들이 총출동을 하고 있었다. 냉이와 달래, 취나물은 물론이고 봄쑥과 돌미나리, 돌나물 원추리, 봄동 배추도 한자리를 차지했고, 예의 보리잎도 국거리용으로 봄나물들의 대열에 당당히 끼어 있었다.

봄볕이 따사로운 재래시장의 채소가게엔 봄나물들이 상큼한 모습으로 쌓여 있었다. '주부님 오늘 저녁 찬거리로 저를 선택하세요, 제가 얼마나 향기롭고 맛있는 봄나물인데요'하고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꽃샘추위가 물러간 재래시장의 채소가게 좌판 위에서는 봄나물들이 한창 수다라도 떨고 있는 풍경이었다.

▲ 이런 딸기 보셨나요?
ⓒ 이승철

▲ 생선도 빼놓을 수 없지요.
ⓒ 이승철

봄나물을 고르던 주부들 중에서 보리잎 된장국은 처음 들어보았다는 한 주부가 저녁에 된장국을 끓여보겠다며 2천원어치를 사들고 나선다. 그러자 다른 주부들도 제각각 나물들을 사서 생선가게로 향한다. 생선가게도 푸짐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말 색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붙잡은 것은 과일 좌판의 딸기였다. 흔히 보았던 딸기들 옆에 넓적한 꽃 모양의 딸기가 바구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모양으로 보아서는 전혀 딸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주인은 분명히 딸기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재배한 토종 국산이라는 것이다.

▲ 소머리 문양이 이색적인 우림시장 입구 표지.
ⓒ 이승철

꽃샘추위가 물러간 재래시장에서 향긋한 봄나물들이 저마다 맛있다고 수다를 떨며 주부들을 유혹하는 듯한 모습이 정겹고 포근하다. 저녁에는 아내가 끓여준 구수한 봄나물국에 향긋한 나물무침을 기대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봄나물, #우림시장, #재래시장, #냉이,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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