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장애인의 날인 20일,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활동보조서비스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위드뉴스

▲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안 국제회의장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 위드뉴스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왜 활동보조서비스 약속을 어겼는지 묻기 위해서다. 유 장관은 지난 2월 활동보조서비스 최대 월 180시간 보장, 대상제한 폐지 등을 담겠다고 약속해놓고서 공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약속을 어겼다."

제27회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이날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두 가지 행사가 개최됐다. 하나는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한 '장애인의 날' 축하 기념행사였고, 다른 하나는 올바른 활동보조서비스 시행을 촉구하는 장애인 집회였다.

장애인들이 단식농성을 하며 올바른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자 지난 2월 유 장관은 ▲월 180시간 특례 마련 ▲18세 미만 장애아동에게 성년장애인에 준하는 활동보조서비스 제공 ▲소득제한 폐지 등의 내용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최종 공개된 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지침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이에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공동투쟁단'(아래 공동투쟁단)은 11일부터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유 장관 집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유 장관을 만나기 위해 장애인의 날 행사장까지 찾은 것.

이날 집회에 참가한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애린씨는 "30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받아낸 약속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냐"며 "유 장관은 뭐가 무서워서 얼굴도 안 비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쟁하는 장애인은 행사장 출입금지

▲ 건물에 들어간 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들이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 위드뉴스
유 장관도 장애극복상을 받는 장애인들을 축하하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았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을 찾은 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들은 유 장관의 얼굴은커녕 그가 타고 지나가는 차도 보지 못했다. 행사장 입구는 경호원과 경찰로 철저히 봉쇄됐으며, 초대장을 받은 사람만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장애인의 날 기념 행사장에 먼저 들어와 있던 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들은 경찰에 둘러싸여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동하지 못했고, 행사장 밖에서는 30여명의 장애인들이 "유시민 장관은 활동보조서비스 약속을 이행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관계자는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장애인들이 시위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장애인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졌다"고 출입 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집회에서 공동투쟁단 소속인 박현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우리는 단 한 시간이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내가 이동하고 싶을 때 이동하고 교육받고 싶을 때 교육받고 싶다"면서 "우리도 활동보조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데 복지부는 그 약속을 어겼다"고 말했다.

또 "유 장관은 약속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 여기 나와서 약속 불이행에 대해 사과하고 조속히 약속을 이행해야 할 것"이라며 "장애인의 날을 축하할 게 아니라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애린씨는 "주변에 사지를 못 움직이는 척추장애인이 있다, 이 사람의 경우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데 판정 결과 한 달에 40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이 시간으로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유 장관은 더 이상 장애인을 우롱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 주변에 장애인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렇게까지 약속을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며 "목숨 걸고 받아낸 약속이니만큼 유 장관이 가는 곳이 어디든 찾아가서 반드시 제대로 된 활동보조서비스가 시행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지 못 쓰는데, 한달에 40시간만 보조 받으라고?"

▲ 경찰이 이동을 막자 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이 항의하고 있다.
ⓒ 위드뉴스
집회 도중 기념행사가 끝난 시각인 오전 11시 40분경. 기념식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오자 공동투쟁단 소속 장애인들은 행사장 정문 쪽으로 이동하며 '유시민 장관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으며, 경찰이 이동을 막자 거세게 반발했다.

이어 낮 12시 30분경 이들은 유 장관이 행사장 밖으로 이동할 것을 예상하고 출입문을 지키고 있었으나, 유 장관은 '장애극복상' 수상자들과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경 뒷문을 통해 이동했다.

유 장관이 뒷문을 통해 이동함에 따라 이들은 유 장관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며, 오후 1시경 집회를 정리하고 오후 2시부터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한편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는 사전에 초대장을 받은 장애인 500명만 들어갈 수 있었으며 장애극복상 시상식, 기념사 등으로 진행됐는데, 이 행사는 장애인들의 말처럼 정부의 치적을 드러내기 위한 하루 잔치에 불과해 보였다.

정부의 이런 행사를 거부하기 위해 장애인들은 2002년 '420장애인 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을 구성,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지정하고 이날 하루 동안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올해는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한 입법(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교육지원법) 쟁취 ▲장애인자립생활을 위한 사회적 권리 확보 ▲사회서비스 확대 및 공공성 강화 등 3가지를 주제로, 서울역에서 오후 2시부터 결의대회를 연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숙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기자로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보건복지, #장애인, #유시민, #활동보조서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의 기자입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장애인의 차별적 문제를 언론을 통해 변화시키려고 ...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