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장구타령
ⓒ 정애자
백산기념관 옆 <극단 61>

사람들은 누구나 공짜를 좋아한다. 한국 속담에 한국 사람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나온다. 그런데 공짜 연극이나 공짜 영화, 공짜 공연도 무조건 좋아할까.

부산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관광의 명소로 용두산이 있다. 그 용두산 주변에 크고 작은 적산가옥이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조국 광복을 찾기 위해 애쓴 독립투사를 기념하는 백산독립기념관 곁에 <극단 61>이 있다. 공짜 연극을 하는 곳이다.

이 골목길은 아이엠에프 전까지는 사실 한국인보다는 일본인들이 많이 붐비었는데, 이곳에 크고 작은 호텔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어느 연극 무대처럼 느껴지는 옛스런 골목길이 바로 이곳이다.

▲ 나도 배우다
ⓒ 정애자
무대 없는 연극

그 옛날 긴 칼을 찬 왜경들이 마치 으슥한 골목길에서 숨어 엿보는 듯 느껴진다. 그것은 바로 왜인들이 남기고 간 적산가옥이 군데군데 건재하기 때문. 한 칠십년은 족히 넘은 적산 가옥 2층에 <극단 61-수미산>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노연극, 마임, 장구/북, 테너, 바리톤, 시낭송, 거문고, 섹소폰, 민요, 클래식 기타, 재즈 기타, 판소리, 동래학춤, 구음 등을 공짜로 구경할 수 있다. 현재는 1, 3주 금요일에 공연 올리지만 앞으로는 월4회 금요일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극단 61>은 지난 봄 창단 공연 <백화>를 소극장 공간을 빌려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문턱이 높다는 관객의 다수의견에 <극단 61> 핵심 멤버이자 수미산 대표의 공간을 공짜로 빌려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 탓에 이 곳 무대는 그냥 관객이 앉은 자리 한 쪽이 무대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타임머신 타고, 마치 일제시대 어느 목로주점 안에 앉아 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또 암울한 분위기를 위한 것처럼 잡다한 주방의 가구들이 보이지 않게 내려진 무대의 검은 암막이 내 뿜는 빛에 반사되는 붉은 알전등의 공연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왜정의 눈길을 피해, 마치 금지된 공연을 올리는 유랑극단 배우가 되는 착각을 느낀다.

▲ 배우의 열연
ⓒ 정애자
오늘은 나도 관객

무대에 올라온 사람들도 평상복 차림이고, 관객으로 찾아온 예술인은 오늘은 관객이 되어 구경을 즐긴다. 여기서는 무대와 관객의 경계가 없다. 관객들이 배우가 되어서 무대 위에 나와 자신이 좋아하는 시나 노래를 직접 시연하기도 한다. 생활의 발견처럼 생활속에 연극, 생활 속의 음악, 시를 찾아주는 아주 드문 무대공간이다.

<극단 61>의 대표 최인호씨의 말을 빌리면, 극단을 운영하는 어려움보다 이 극단에서 관객이 찾아가는 무언가가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한다.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그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처럼 약간 어렵다. 그러나 삶이든 예술이든 각자 찾고자 하는 것만 찾아가는 길이고, 이 길 역시 높은 수미산의 열반에로 이르는 길과 통한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 길은 그리 가까운 것 같지 않다.

▲ 오늘은 관객
국악인/김영민
ⓒ 정애자
극단 이름은 있어도 간판은 없다

경제가 지극히 바닥인 부산. 그 영향 때문에 웬만한 연극에는 관객이 몰리지 않는다. 공짜로 볼 수 있는 연극과 시낭송 등 다양한 행사가 있는, <극단 61>의 무대는 으슥한 골목길의 적산가옥 2층에 자리한 <수미산>의 공간. <극단 61>의 운영비는 어디서 나올까.

질문하고 싶지만 질문은 일단 유보된다. 탁자 위에 놓인 몇 개의 맥주병과 음료수 병 등 연극외 수익으로 충당하는 눈치. 굳이 <극단 61>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극단 측의 구구한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무대 위에 올려진 배우의 표정의 희비는 누구나 잘 알 수 있는 법.

화려한 네온 간판들이 다투어 불빛을 내 뿜는 골목길에 돌출 간판 하나 없이 불이 꺼진 네온 간판의 노란 달과 같은 '수미산' 팻말을 겸해서 달고 있는 <극단 61>의 극단 이름은 있으나 극단의 간판이 없어, 미로 같은 용두산 골목길을 몇 번이나 돌아서 여기 저기 묻고 그제야 눈에 띄이는 <수미산> 간판. 그리고도 삐걱대는 철계단을 용두산 40계단처럼 밟아 올라와, <극단 61>의 공짜 공연을 차 한잔 시키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 시낭송을 위한 변주
배우 정행심과 클래식 기타의 고충진
ⓒ 정애자
티켓은 구경하고 만족하면 내가 끊는다

티켓이 없이 들어 왔다가 티켓을 끊게 되는 <극단 61>의 연극을 배짱 좋게 공짜로 보고 나온다. 하지만 마음은 공짜를 보았다는 마음보다는 공짜 연극이 계속 될 수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걱정이 어디까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우리의 서민의 곤곤한 삶은 언제나 예술과 향유할 수 있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이를 가깝게 느껴지게 베풀고자 하는 <극단 61>의 그 길은 먼 것 같다. 수미산 간판을 그대로 단 <극단 61>의 가야 할 길은, 마치 수미산의 부처님의 열반의 높은 영산으로 오르는 길만큼 길고 길게 보인다. 만약 관계청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극단 61>의 메시아적 지원이 따른다면, 그 길은 징소리, 장구소리, 날나리 앞 세우며 재를 넘고 바다를 건너 찾아가는 신명나는<극단 61>이 되지 않을까.

▲ 심청가의 한대목을 부른다
ⓒ 정애자

덧붙이는 글 | 문턱이 없는 예술의 공간, <극단 61> 찾아오는 길은 부산 중앙동전철에서, 
백산기념관으로 나오는 출구를 이용하면 쉽다. 백산기념관에서 세번째 건물의 2층이 <극단 61>이다. 공연문의 전화는 019-390-1319.


태그:#용두산, #공짜, #연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