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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무주군이 쌀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을 5년동안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관할 설천 주민센터(과거 면사무소)는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보상금 회수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있다.

 

무주군 설천면 두길리에 사는 유모씨는 지난 달 3일 설천 주민센터에 논농업 보조금을 신청하러 갔다가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주민센터에서 자신이 경작해온 땅(3628m²)에 대한 보상금을 지난 2002년부터 지난 해까지 아랫마을에 사는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해 온 것. 수령액은 지난 해를 기준으로 년 약 13만원 정도다.

 

유씨에 따르면 주민센터 담당 직원에게 "농사는 내가 짓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이 보조금을 타 먹을 수 있느냐"며 경위를 물었다. 담당 직원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어찌된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씨는 그로부터 한 달을 기다렸지만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유씨는 지난 3일 경위 확인을 위해 주민센터 소장실(면장실)을 찾아갔다가 더욱 불쾌한 일을 겪어야 했다. 유씨가 소장실에 들어선 시간은 오전 10시.

 

당시 소장은 곁눈질로 잠깐 유씨를 쳐다본 후 20여분 동안 컴퓨터 작업을 계속했다. 유씨는 선 채로 20분이 지난 후에서야 소장을 면담했으나 "알아 보겠다"는 짧은 답변만 듣고 소장실을 나와야 했다.

 

유씨는 "보조금이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된 것을 처음 안 날로 부터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주민센터로 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7일 설천주민센터 김선배 계장은 "그동안 실경작자가 아닌 사람이 보상금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돼 우선 올해 분에 대해 수령자를 실경작자인 유씨로 교체했다"며 "이같은 내용을 해당 마을 이장에게도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허위 수령 경위 및 추후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유씨로 부터 정식으로 민원접수를 받은 바 없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민원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경위를 확인한 후 그때가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주군청 담당자는 "허위 경작사실이 확인되면 지급된 직불보상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수 년째 다른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한 일도 문제지만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일을 처리하는 주민센터의 일처리 방식"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주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보상금 허위 수령을 확인하고도 정식 민원접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원처리 경위 및 계획조차 알리지 않을 수 있느냐"며 "일하는 방식은 하나도 바꾸지 않고 이름만 '주민센터'로 바꾼 셈"이라고 말했다.     

 

논농업 직불제는 지난 2001년 도입된 제도로 정부가 홍수조절, 환경보전 등 쌀 농사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ha당 일정액을 벼재배 농가에 지원하는 제도로 각 일선 주민센터에서 신청, 등록 및 실사 작업을 맡고 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지난 1일부터 각 동과 면의 '사무소' 이름을  주민생활서비스 활용도를 높인다며 '주민센터'로 바꾸고 현재 현판 교체를 진행중이다.

 

아래는 유씨와의 주요 인터뷰 요지
 
-언제 부터 해당 농경지를 경작해 왔나?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보상금을 신청한 건가?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의 실 소유자가 따로 있다. 때문에 그동안 땅 주인이 보상금을 직접 받아온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지난 7월 마을이장이 확인후 왜 보상금 신청을 하지 않느냐고 해 뒤늦게 안 것이다"

 

-그동안 다른 사람이 보상금을 받아 왔는데 어찌된 일인가?
"내가 설천주민센터에 두 달 전부터 묻고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답변이 오지 않아 지난 3일 직접 면장실에 갔더니 불과 1m 앞에서 20분을 선 채로 기다리게 한 후 또 다시 '알아 보겠다'는 대답만 했다. 돈 몇 푼을 못받은 건 참을 수 있는데 면사무소 직원들의 민원을 대하는 태도는 참기 어려울 만큼 무사안일이다. 이름만 '주민센터'로 바꾸면 뭐하나. 주민을 대하는 태도와 일처리 방식이 먼저 바꿔야 되지 않나."

 

-어떻게 처리되야 한다고 보나?
"원하는 건 어떻게 수 년 동안 정부 보상금이 다른 마을 사람에게 지급될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은 거다. 정부가 보상금을 주면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주민센터에서 실 경작자가 누군인지 몇년 동안 확인조차 안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태그:#설천주민센터, #면사무소, #보상금, #논농업직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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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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