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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節約)한다는 것은 함부로 쓰지 않고 꼭 필요한 데만 써서 아낀다는 의미이다. 이는 절용(節用)과 검약(儉約)의 복합어이기도 한데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줄이고, 아껴 쓴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절용은 줄여 사용한다는 뜻이고, 검약은 아껴 쓴다는 뜻이다.
 

물자를 아껴 쓴다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자원은 한정돼 있는 만큼 당연히 아껴야 하고 오늘날과 같이 지구적 환경오염이 극심한 상황에선 무엇 하나라도 덜 쓰고, 줄여 쓰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절약의 의미에는 이 같은 유형물인 물건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무형의 서비스와 시간 등도 포함된다. 즉 어떤 손실을 입지 않도록 힘쓰는 알뜰한 행위와 노력까지도 포함된다.

 

“절약은 불필요한 비용을 피하는 과학이며, 또 신중하게 우리의 재산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L.A.세네카는 절약은 곧 과학이라고까지 설파했다. 아끼지 않으면 모으는 일도 불가능하다는 경고를 내렸다.
 

우리는 절약을 항상 강조하고 입버릇처럼 외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보면 곳곳에 낭비요소가 깔려있다. 특히 내 개인의 것이 아니고, 공용(公用)의 자산인 경우 마구잡이로 쓰는 경향이 강하다.

 

내 방에 침을 뱉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직장 사무실에서 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은 가끔 볼 수 있다. 회사 공용의 비품, 특히 사무용품의 경우 아껴 쓴다는 개념은 아예 문 밖이다.

 

실제로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대청소를 하다보면 그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각자의 책상 뒤쪽 구석을 보면 볼펜과 업무용 칼, 풀 등 각종 사무용품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음을 보게 된다. 심지어 뚜껑을 열어놓은 채 버려진 플러스펜이나 사인펜도 즐비하다.
 

이러한 낭비는 자신도 모르게 이뤄진다. 직장생활에서 뭐 이런 작은 일에 연연하고, 신경  써야 하나라고 질타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하나를 절약하지 않으면 열개도 아껴 쓸 수 없는 법이다. 거꾸로 돈을 모으는 방법도 단돈 1원을 모아야 그 다음 단계의 돈이 모여지는 법이다.   
 

S.존슨은 “절약 없이는 누구도 부자가 되지 않으며, 절약하는 자치고 가난한 자는 없다”고 외쳤다. T.제퍼슨은 한걸음 더 나아가 “돈을 모으기까지에는 돈을 쓰지 말라”고 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검약과 검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풍족하게 쓰는 가운데 더 큰 일을 할 수 있고, 많이 써봐야 더 많이 버는 법을 알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절약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누군가가 소비해 줘야하는 만큼 그에 맞춰 소비하고 다소 여유 있게 쓰는 것은 필요하다는 반격이다. 소비가 미덕(美德)이라는 주장까지 생겨났다.
 

물론 써야할 것까지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생산과 바람직한 여건조성을 위해 써야하고, 투입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생산성을 올릴 수 있고, 기업경영성과도 올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필요하면 당연히 써야 한다. 필요한 것을 사 쓰기 위해 우리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돈을 버는 목적이 곧 자유롭게 쓰기 위해서 이다.
 

절약의 결과는 개인적으로는 저축으로 나타나며, 기업에서는 투자로 이어진다. 국가예산의 절약은 국민세금의 절감이나 또 다른 투자재원의 확보로 나타난다.

 

아껴 쓰는 만큼 다른 곳에 투입할 여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사회고 간에 절약과 저축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며,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국가적으로도 저축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저축캠페인이 바로 이러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절약의 결과가 개인과 가정은 물론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만큼 국민경제 발전과 국부(國富)의 증대를 위해서도 절약은 더욱 더 강조되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젊을 때의 절약은 곧 노후생활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아끼지 않으면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끼고 저축하는 것도 때가 있게 마련이다. 한 평생을 살다보면 돈을 모을 때고 있고, 또 밑 빠진 독 마냥 마구잡이로 돈이 들어갈 때가 있다.

 

막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아직 모르지만 결혼하여 자녀를 낳게 되면 그때부터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우선 자녀양육비와 병원비, 교육비 등이 기다리고 있고 자신과 가족을 위한 내 집마련 전략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이때쯤이면 본가와 처가 식구들의 길흉사도 줄을 잇는다. 찾아뵙고 인사를 해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게 다 돈이다. 부모님 용돈을 걱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여기에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보험과 연금도 적정액을 들어야 하고 노후를 위한 투자와 저축도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도대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손 벌리는 데는 많은데, 들어오는 수입은 일정하거나 한정적이니 적자생활, 즉 빚을 늘리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일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아껴 쓰고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아끼고 모을 수 있을 때 비올 날을 대비하여 모으고 저축하라는 것이다.
 

B.플랭클린은  <부자가 되는 길>이란 책에서 “늙었을 때와 궁할 때를 대비해서 할 수 있을 때에 절약하라. 아침 해는 온종일 비치는 것이 아니다” 고 썼다. B.플랭클린은  ‘가난한 리처드의 책력(冊曆)’에서 “절약하는 것이, 갖고 있는 것을 소비하고 구걸하게 되는 것보다 낫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경우 너무 아끼고 벌벌 떨 경우 ‘구두쇠’ 취급을 받게 되고, 기업의 경우에는 인색하고 야박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 만큼 줄이고 아껴 쓰되 절도가 있어야 한다.

 

마구 줄인다고 이익이 늘어나지는 않는 것이다. 아끼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절(節)이란 적절한 한계를 두고 억제한다는 의미이다. 약(約) 역시 묶고 다발 짓는다는 의미인 만큼 일정한 테두리를 갖고 있다.
 

채근담(菜根譚)도 “검약은 아름다운 미덕이로되 지나치면 모질고 더러운 인색이 되어 도리어 정도를 상한다”(儉美德也 過則爲慳吝 爲鄙嗇 反傷雅道)라고 지적했다.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목민심서’에서도 아끼는 데는 반드시 법식이 있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율기(律己)편에서 의식주는 검소로써 법식을 삼아야 마땅하고 제사와 손님에 대한 대접에도 일정한 법식이 있어야 하며, 이를 넘어서면 지출에 절제가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너무 쩨쩨한 것도 문제이거니와 마구잡이로 허비하는 것도 경계대상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던 절약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한 삶의 방편이다. 아껴야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약한 몫만큼 더 버는 셈이다. 시냇물도 모이고 흐르다보면 나중에 큰 강이 된다. 큰 바닷물도 시작은 한 방울의 계곡물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적인 재산가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 중의 하나가 그들이 부지런했고, 또 놀랄 정도의 절약가였다는 점이다. 1원을 아끼지 않으면 1억원을 모을 수 없는 법이다.

 

미국 최대의 부호였던 록펠러 역시 석유 한 방울, 못 한 개를 허술히 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늘은 누구나 부자가 되도록 만들지는 않는다. 아끼는 만큼 부자가 되도록 허락하는 지도 모른다.

 

강물도 쓰면 준다고 했다. 일단 아껴서 모아놓으면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느긋해진다. 그것이 바로 절약의 참맛이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옛 직장의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매시지입니다.


태그:#절약, #낭비, #성공, #저축,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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