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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스키장을 찾았다. 24일에 개장을 한 터라 재밌는 행사나 그밖에 생생한 스키어들의 이야기를 담아볼까 해서였다. 하지만 두 개의 슬로프만 개장하고 나머지 슬로프는 준비중이었다. 그 때문인지 기대했던 것보다는 스키어들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취재거리가 없어 보여 벤치에 앉아 현장 사진 몇 장을 찍고 있는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내 옆에 와 앉으시며 대화를 거셨다. 춘천시 남산면에 사시는 권 모(70) 할아버지다.

 

"무얼 그리 열심히 찍으시나? 허허"
"아, 그냥 이런저런 풍경이요."
"참 좋지요? 풍경이…"

 

할아버지는 내 옆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특히 스키장에 부모들과 함께 와 노니는 아이들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

 

자신이 어릴 적과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요즘 아이들은 놀거리도 많고 고급스러워졌다는 게 주제였다. 옛날에 겨울 놀거리라고는 눈싸움이나, 논밭이나 강물이 얼면 그곳에 나가 썰매를 제치는 것 또는 팽이치기나 연날리기 등으로 한정되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고급스러워진 장난감은 물론이요 겨울에는 스키나 실내스케이트 또는 편리하게 만들어진 눈썰매장 등 갈 곳과 놀 곳이 많아져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조용히 듣고 있노라니 그 분의 손자뻘 되는 내 어린 시절도 비슷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 말씀이 정겹게 들리기만 했다. 내 어린 시절 겨울 놀이에는 뭐가 있었을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썰매타기·연날리기·팽이치기는 기본이고, 비닐로 된 비료봉투나 장판 쪼가리로 만든 썰매 아닌 썰매를 가지고 학교 뒷산에 올라가 눈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가 기억났다. 이 놀이의 최대 단점을 한 번 내려온 언덕(산길)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과 옷은 그대로 젖어 버린다는 것.

 

특히 걸음에 약한 나는 친구들이 두세 번 타고 내려올 동안 한번 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어린 마음에 속상했지만 그래도 해질녘까지 포기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대신 집에 오면 어머니의 회초리(몽둥이 수준인)와 잔소리는 기본적으로 겪어야 했던 절차였다.

 

그러나 할아버지 말씀대로 요즘 아이들은 거의 부모들이 함께 해주고 그 놀이의 수준 역시 높아져서 우리가 어린 시절 보냈던 추억과는 동떨어질지도 모른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두세 살 돼 보이는 꼬마와 다정한 엄마의 모습, 눈밭에서 한가로운 한 때를 보냈지만 훗날 그 꼬마가 추억했을 때 지금 내가 느끼는 추억과는 한참 다른 모습이 떠오를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꼬마나 대화를 나눈 할아버지 그리고 나의 기억 저편의 추억은 모두가 즐겁고 행복했다는 것이다. 스키장 야외 벤치에 앉아 나눈 할아버지와의 대화 속에서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일요일 오후 한때를 보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키, #가족, #겨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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