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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덧없다. 어찌 이리도 빨리 간단 말인가. 달랑 한 장 남아있는 달력을 바라보면서 허무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모두가 다 미완성 상태다. 그럼에도 언제 지나가버렸는지, 2007년의 11개월이 훌쩍 건너 뛰어버린 것이다. 야속하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눈 뜨면 아침이고 숨 한 번 쉬고 나면 저녁이다. 월요일인가 생각하며 나를 들여다보려고 하면 이미 주말이 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월초인가 싶더니, 다정한 친구 녀석 얼굴 보려고 마음 한번 먹었더니, 이미 월말이 되어 있다. 더욱더 믿을 수 없는 것은 들녘의 얼굴이다. 봄인가 싶었는데, 어느 사이에 삭풍이 휘몰아치고 있지 않은가?

 

늘 그 자리에 서서 넉넉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들판이다. 그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다. 특히 초록빛 물결이 일고 있는 들판은 희망으로 인해 가슴이 막 뛴다. 내일이면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믿음이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역동적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다.

 

황금 물결이 들판에 일렁일 때면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충실하게 맺어 있는 곡식의 낟알들이 가슴에 고스란히 채워지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은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고 삶의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들녘을 바라보고 있으면 언제나 기쁨이 앞선다. 그런데 이제 들판은 텅 비어 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곳에 바람만이 불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은 마무리하는 달이다. 12월은 보낸 11개월을 돌이켜 보는 달이다. 잘한 일은 무엇이고 아쉬운 것은 무엇인지 반추해보는 때다. 반성을 통해 정리를 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가오는 새해를 올바르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통해서 더 나은 날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정리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이 순간의 나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날들에 잘못되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일과 사람,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헌신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나가 서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라. 만약 그 중의 하나라도 나에게 잘못되었다면 나는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 육체적인 상처를 입었던지, 아니면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건강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지난날의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2월은 '감사의 달'이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오늘을 정상적으로 맞이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나는 오늘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총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나만의 시간을 가져서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할 때다.

 

바닷가에서 홀로 서성이고 있는 갈매기가 생각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지난날을 반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하나하나 들춰내면서 감사하고 고마워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의 선물을 준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선물.

12월은 선물을 준비하여 보내는 달이다. 실망스럽고 좌절감을 준 사람조차도 고맙고 감사해야 한다. 당시에는 상처를 주었지만 그 상처가 결국은 나의 삶에 약이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모두에게 감사의 선물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슨 선물을 해야 좋을까? 뇌물이 아닌 진정한 선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정성이 담겨 있으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전화 한 통화로 배들을 시키는 것은 무성의한 선물이다. 마음을 담은 선물이 가장 아름답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다. 선물은 모두가 정이 담겨있고 마음이 담겨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우뚝한 선물은 바로 시간 선물이다.

 

시간의 선물이란 고마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것이 선물이고 묵은 친구와 함께 막걸리 한잔 하는 것이 선물이다. 12월에는 열심히 선물하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다음으로 밀치고 고마운 사람을 위하여 시간을 기꺼이 선물하게 된다면 내 삶 또한 흥겨워지고 즐거워질 것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충남 서천에서


태그:#선물, #시간, #감사, #마무리,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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