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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30년, 천지개벽의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의 산하가 죽어가고 있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생태계 파괴에 해양오염까지 전방위에 걸친 대규모 환경파괴로 중국 대륙이 신음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서 오염되고 썩어가는 중국 호수와 하천의 실태를 타이후와 황허·양쯔강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말]
샤잉허의 황화댐 옆에서 한 소녀가 고약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입을 막고 있다. 화이허의 가장 큰 지류인 샤잉허는 산업폐수로 인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
 샤잉허의 황화댐 옆에서 한 소녀가 고약한 냄새를 참지 못하고 입을 막고 있다. 화이허의 가장 큰 지류인 샤잉허는 산업폐수로 인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
ⓒ 신랑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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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본래 아름다웠던 고향 풍경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헌데 옛 모습은 간데없고 전부 오염된 산하만 찍게 되더군요."

중국 허난(河南)성 천치우(沈丘)현에 사는 훠다이산(霍岱珊)에게 고향은 아름답고 푸근한 곳이었다. 1994년 7월 오랜 외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훠는 작은 중국산 카메라를 사서 고향의 산하를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훠는 어릴 적 수영하고 물장구치던 샤잉허(沙潁河)에서 끔찍한 광경을 목도하게 됐다. 샤잉허 변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해 있었던 것.

훠다이산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던 샤잉허는 하천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 상류에 위치한 공장 단지에서 방류하는 산업폐기물로 인해 샤잉허에는 하얗거나 붉은 거품이 떠다니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살아남은 물고기는 대부분 기형이거나 그 수도 극히 적었다. 훠는 "일부 구간의 강물은 녹조가 심하여 검푸른 색으로 변하기까지 했다"면서 "다른 곳에서 물고기를 사다 샤잉허에 방류하면 10분 만에 죽었다"고 말했다.

샤잉허 하류의 황멍잉(黃孟營)촌에서는 더 큰 참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수십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원인 모를 암을 얻어 죽어간 것. 훠다이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6년 한 해 동안 황멍잉촌에서 암으로 죽은 주민은 41명에 달했다. 샤잉허의 세 지류가 교차하는 황멍잉촌은 맑은 물과 비옥한 전답으로 유명하던 마을이었다. 살기 좋고 풍요로웠던 황멍잉촌은 오염된 샤잉허로 인해 '암환자촌'으로 변해버렸다.

황멍잉촌의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의 주민들은 죽음의 길에 누구 먼저 들어서느냐 다투는 형국이었다"며 "그 원인이 식수로 이용하던 샤잉허에 있다고 짐작했지만 그것을 함부로 발설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훠다이산은 샤잉허와 그 주변 마을들의 실상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 언론 매체에 끊임없이 투고했다. 2000년 중국 국가환경총국은 훠가 찍은 '오염이 만든 암환자촌' 기록사진을 환경경고교육사진전 대상으로 선정했다.

2월 세계은행이 낸 보고서 '중국 환경오염의 비용'에서는 매년 75만 명의 중국인이 환경오염으로 사망하고 수질오염으로 6만 명이 죽어간다고 밝혔다.
 2월 세계은행이 낸 보고서 '중국 환경오염의 비용'에서는 매년 75만 명의 중국인이 환경오염으로 사망하고 수질오염으로 6만 명이 죽어간다고 밝혔다.
ⓒ 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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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하천과 호수는 급속히 오염되어 식수로 사용 가능한 것은 38.1%에 불과하다. 2004년 3급 이하의 비율은 2000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하천과 호수는 급속히 오염되어 식수로 사용 가능한 것은 38.1%에 불과하다. 2004년 3급 이하의 비율은 2000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 세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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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잉허 암환자촌의 비극, 중국 전체로 파급되다

샤잉허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화이허(淮河)의 가장 큰 지류다. 화이허는 허난성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황허(黃河)와 양쯔강(長江) 사이를 흐른다. 허난·안후이(安徽)·장쑤(江蘇)를 가로지른 화이허는 장쑤성 훙쩌(洪澤)호를 통해 양쯔강으로 유입된 뒤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7월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왕빈(汪斌) 화이허수리위원회 부주임의 말을 빌려, "화이허가 산업폐기물과 생활폐수로 인해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화이허수리위원회는 2006년 화이허에 대한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화학물질 포함 여부를 조사했다. 화이허의 수질상태를 말해주는 COD와 암모니아, 니트로젠 함유량은 국가기준을 훨씬 초과했다. 화이허수리위원회는 "해마다 평균 44억t의 폐수가 화이허로 유입되어 평균 COD 농도가 1리터당 194㎎에 이르고 있다"면서 "1993년에 시작된 화이허 수질관리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화이허의 COD를 2010년까지 110㎎으로 유지하려는 수질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허난·안후이·장쑤 등 하이허 전 구간을 도로로 답사한 훠다이산도 "화이허는 이미 죽은 하천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훠는 "허난성에서만 매년 32만7400t의 산업폐기물을 강으로 흘려보낸다"면서 "과도한 산업폐기물의 무단 방류가 화이허 오염의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염되어 썩어가는 강은 화이허만이 아니다. 중국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허도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 황허는 수량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강에 유입되는 산업폐기물과 생활오수로 '검은 강'이 된지 오래다. 황허수리위원회의 200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황허의 물 가운데 34%만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 작년 황허에 유입된 폐수는 43억5000만t으로, 폐수의 73% 이상은 공장에서 방류된 것이었다. 최근 수년간 중국정부는 황허의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폐수처리시설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양쯔강에서 가장 큰 지류인 자링(嘉陵)강으로 흐르는 한 하천. 한때 상수원으로 쓰였던 이 하천은 무차별적으로 버려진 산업폐수와 생활오수 때문에 썩은 냄새가 나고 손을 담그기도 힘들 정도로 오염됐다.
 양쯔강에서 가장 큰 지류인 자링(嘉陵)강으로 흐르는 한 하천. 한때 상수원으로 쓰였던 이 하천은 무차별적으로 버려진 산업폐수와 생활오수 때문에 썩은 냄새가 나고 손을 담그기도 힘들 정도로 오염됐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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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양쯔강으로 버려지는 오·폐수만 300억t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 또한 썩어가고 있다. 11월 13일 후자쥔(胡家均) 양쯔강수리위원회 대변인은 "2006년 양쯔강 유역 오·폐수 배출량은 305억5000만t에 달해 처음으로 연간 300억t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300억t은 바다로 나가는 황허의 한 해 배수량과 맞먹는 것으로, 전년에 비해 3.1%인 9억t이 늘어났다. 이 중 공업폐수는 208t으로 68.1%를 차지했고 생활오수는 97.5t으로 전체의 31.9%였다.

청하이윈(程海雲) 양쯔강수문국 총공정사는 "양쯔강 유역 중에서도 장쑤성 타이후(太湖), 후베이(湖北)와 후난(湖南)성을 가르는 퉁팅후(洞庭湖), 후난성 후커우(湖口) 이남의 지류, 쓰촨(四川)성 이빈(宜賓)과 싼샤댐 구간 등의 오·폐수 배출이 전체의 81.7%를 차지할 정도로 오염이 가장 심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양쯔강도 10년 안에 황허와 같은 죽음의 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황허와 양쯔강은 중국인에게 '어머니의 강'(母親河)이라 불리는 생명의 젖줄 같은 곳이다. 중국 문명은 두 강과 함께 잉태되고 꽃을 피워왔다. 황허와 양쯔강에서 자유로이 노닐며 인간에게 무진장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던 어류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황허 유역의 어류 중 1/3은 지난 반세기 동안 멸종됐다. 양쯔강 상류의 어류 100여종도 빠르면 5년 안에 멸종될 전망이다.

1월 17일 <신화통신>은 "황허의 어류는 150여 종이며 연간 포획량은 70만㎏ 정도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어종 1/3이 멸종되고 포획량도 40%나 감소했다"며 "심각한 수질오염과 마구잡이 남획으로 어업자원이 급속히 줄어든다"고 보도했다. 7월 29일 <남방도시보>도 "산업폐기물과 생활오수가 정제 없이 방출되고 평균 20㎞에 하나씩 수력 발전소가 세워지면서 양쯔강 상류의 어류가 위기 상황에 처해졌다"며 "5년 안에 100여 종의 어류가 멸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쯔강 싼샤(三峽)댐 상류에서 조업 중인 시멘트공장과 물건을 가득 실은 채 운항 중인 화물선. 중국정부는 싼샤댐 수몰지의 오염 공장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양쯔강을 오가는 적지 않은 화물선은 오폐수 시설을 갖추지 않아 강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양쯔강 싼샤(三峽)댐 상류에서 조업 중인 시멘트공장과 물건을 가득 실은 채 운항 중인 화물선. 중국정부는 싼샤댐 수몰지의 오염 공장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양쯔강을 오가는 적지 않은 화물선은 오폐수 시설을 갖추지 않아 강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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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동물원 내에서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우리에 사는 양쯔강 자이언트 자라. 올해 여든 살인 이 자라는 전 세계에 단 한 마리가 남은 암컷 자이언트 자라다.
 창사 동물원 내에서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우리에 사는 양쯔강 자이언트 자라. 올해 여든 살인 이 자라는 전 세계에 단 한 마리가 남은 암컷 자이언트 자라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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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오염으로 멸종되는 어류... 사람도 한 해 6만 명이나 죽어

본래 중국은 종의 보고(寶庫)였다. 히말라야 산악지대부터 열대성 하이난다오(海南島)에 이르기까지 넓은 기후대를 아우르고 있는 중국엔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했다. 드넓은 대륙에 물도 풍부하여 수백여 종의 어류가 서식했다. 특히 양쯔강 자이언트 자라는 전 세계에서 오직 중국에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양쯔강에서 많은 수를 자랑하던 자이언트 자라는 오늘날 오직 후난성 창사(長沙)와 장쑤성 쑤저우(蘇州)의 동물원에 두 마리만 살아남았다.

자이언트 자라와 더불어 양쯔강의 명물이었던 양쯔강 돌고래도 흔적을 감추었다. 1월 관영 주간지 <랴오왕>은 "작년 12월 중국·미국 등 6개 국가 25명의 학자가 38일 동안 양쯔강을 뒤졌지만 2500만년 동안 서식했던 민물 돌고래를 찾지 못했다"면서 "양쯔강 돌고래는 인류에 의해 멸종된 첫 번째 고래종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구상에서 척추동물이 멸종한 것은 50여 년 만에 양쯔강 돌고래가 처음 있는 일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양쯔강 돌고래는 수천 마리에 달했었다.

12월 5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눈부신 경제 발전의 이면에서 중국 생태계의 씨가 마르고 있다"면서 "수질오염과 무분별한 어획은 어류의 개체 수를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쯔강 어류조사를 진행했던 딩루이화(丁瑞華) 쓰촨자원연구소 연구원은 "어류의 생존환경 면에서 양쯔강에서는 이미 보호가치가 있는 완전한 지류를 찾기 힘들다"면서 "남아있는 회귀어류인 중화철갑상어와 백색철갑상어도 자연적인 보존 생식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하천과 호수의 오염으로 사라지는 것은 어류만이 아니다. 2월 세계은행이 발간한 보도서 '중국 환경오염의 비용'에 따르면, 환경오염으로 매년 75만 명의 중국인이 사망하고 그 중 수질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6만 명에 달한다. 보고서는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35~40만 명의 중국인이 조기 사망하고 6만 명은 수질오염으로 설사·복통 심지어 암에 걸려 숨진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이 중국정부와 공동으로 수년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는 중국 내에서는 내용의 민감성 때문에 발간이 금지됐다.

중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머지않아 식수대란이 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음용수로 적합하다고 판정된 강과 호수 물은 38.1%에 불과하다. 성장 일변도의 산업정책 속에서 중국의 하천은 지금도 쉴 새 없이 오염되고 있어 수자원 부족 문제까지 낳고 있다. 인간의 탐욕과 무절제 때문에 강과 호수의 물을 식수는커녕 농업용수 및 공업용수로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상하이가 자랑하는 와이탄(外灘) 앞을 흐르는 황푸(黃浦)강도 온갖 공장폐수와 생활쓰레기로 오염되었다. 화려한 상하이 와이탄 야경에 감추어진 또 다른 모습이다.
 상하이가 자랑하는 와이탄(外灘) 앞을 흐르는 황푸(黃浦)강도 온갖 공장폐수와 생활쓰레기로 오염되었다. 화려한 상하이 와이탄 야경에 감추어진 또 다른 모습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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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질오염, #양쯔강 돌고래, #식수대란, #멸종, #자이언트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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