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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료로 자장면 한 그릇과 탕수육 사주겠다며 섭외한 6명의 꼬마 아가씨, 아저씨들. 아직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의 아이들 입니다. 걔중에는 올해 여섯살 된 아이들도 섞여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데리고 표지 사진의 빙판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을 찍기로 했답니다.

 

아이들은 사진 촬영 두시간 남짓 통제가 안되더군요. 아이들은 처음에는 난생 처음 보는 썰매가 신기한듯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지만 불과 몇 분을 넘기지 못했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썰매가 마음 먹은 대로 나가지 않고, 제 자리에만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때부터 사진촬영을 맡은 김 실장은 진땀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바라보는 저도 "얘들아, 이번이 진짜로 마지막이란다. 이것만 찍고 맛난 것 먹으러 가자"며 아이들을 달랠 수밖에요.  

 

표지 사진 촬영하기 위해 열흘 이상 눈내리기를 기다렸지만  

 

시흥시에서 발행하는 <뷰티플 시흥> 편집장을 대신해 임시로 이 일을 맡은 지 보름 남짓 된답니다. 편집장이 출산휴가를 떠난 바람에 그를 대신해 제가 3개월 동안 편집장을 대리하게 된 것이지요.

 

<뷰티플 시흥>은 시흥시에서 16면으로 된 타블로이드 판으로 월 5만부를 발행하며 시정소식등이 담긴 소식지랍니다. 시민기자 8명과 시흥시 공보과 직원들이 참여하여 만들고 있습니다.

 

<뷰티플 시흥>의 편집장 대리를 맡은 것은 좋았지만 신경 쓰이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게 1면 전면으로 들어갈 표지사진이었습니다.

 

지난 달 이 일을 맡은 후 며칠간 고민하다 표지사진을 '겨울을 즐기는 아이들'로 정했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아이들이 뛰어 놀면서 즐기는 모습이지요.

 

문제는 눈이 내려야만 이 장면을 찍을 텐데 작년에는 그리도 많이 내리던 눈이 지난달과 이번달 들어서는 도통 내리지 않는 겁니다. 마감시간이 있기 때문에 표지사진 촬영을 마무리 지어야만 하는데 눈이 내리지 않으니 매일 들여다 보는 게 내일의 날씨였답니다.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눈 내리는것을 끔찍히도 싫어 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눈 내리기를 학수고대 했으니, 생각하면 제 욕심에 웃음이 저절로 배어 나오기도 했답니다.

 

계획을 바꿔라! "스케이트장에서 한 겨울을 즐기는 아이들"  

 

눈이 내리지 않으니 사진 내용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답니다. 눈은 포기하고 얼음썰매장에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마침, 갯골생태공원 내에 지난달 23일부터 얼음썰매장을 개장한다는 소식이 있어서 이곳에서 표지촬영을 하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새해 첫날 시무식이 끝나자마자 갯골생태공원 시설 담당자에게 연락을 취하니, 아직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다는 대답입니다. 

 

연말 연초 영하 10도 가까이 내려갔으니, 얼음이 충분히 얼법도 한데 실정은 그렇지 못한듯 합니다. 어쨌든 이곳에서 찍는 것을 포기하고 급하게 장소를 찾아보다가 생각난 곳이 바로 '옥구공원' 연못이었습니다.

 

옥구공원은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하고 있고 전망이 꽤 좋은 곳이랍니다. 이곳 연못이면 충분히 얼어 있을 듯 했습니다.

 

이곳을 3일 찾아가서 확인해보니 얼음이 제대로 얼어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촬영은 이곳에서 1안으로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것을 찍고, 2안으로 옥구정에서 시화공단을 바라보는 것을 찍는 걸로 정했답니다.  

 

"아이들아, 이번이 마지막이란다. '콜팝'이 기다리고 있단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콜팝'이라고 하더군요. 콜라와 치킨 한 조각을 세트로 묶은 모  패스트푸드점의 상품이랍니다.

 

4일 오전 10시부터 촬영이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금세 싫증을 내고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소품용으로 갯골생태공원 관리소에서 빌려온 썰매가 문제였습니다.

 

썰매의 핵심인 날 부분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녹이 심하게 슬어 있어서 얼음판에서 도통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어른인 제가 썰매에 앉아서 쇠꼬챙이를 찍으면서 나아가려고 해도 시원하게 나가지 않고 조금씩 밖에 나가지 않으니, 이제 예닐곱살 먹은 우리 꼬마 아가씨 아저씨들 팔목 힘으로는 힘들 수 밖에요.

 

사진을 찍고 있는 김 실장이 작전을 바꿉니다. 엄마들이 뒤에서 밀어 주는 걸로 말입니다. 아이들은 엄마들이 밀어준다고 해도 금세 싫증을 내고 한 아이는 심하게 보챕니다.

 

"그만 탄다고…. 나가고 싶단 말이야."

"조금만 참아. 그래도 너가 메인 모델인데 그러면 어떻게 해."

 

아이들의 투정을 뒤로하고 김 실장은 사진에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자 한번만 더 갑시다. 어머님들 힘들다고 얼굴 찡그리지 마시고 재미있다는 듯 활짝 웃어 주세요."

 

허리를 숙이고 아이들을 밀어 주는것도 만만치 않은 듯 합니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벌써 몇 십번을 그렇게 자세를 취하다 보니 아이들의 보호자로 따라온 어머니들의 얼굴도 차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답니다.

 

여섯명의 모델들 중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델은 이제 겨우 세명밖에 없습니다. 세명의 모델들은 얼음판 밖에서 자기들 놀이에 열중하고 있을 뿐입니다.

 

김 실장은 1시간이 넘게 촬영을 했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그림을 얻지 못했는지 여전히 "한번만 더", "한번만 더"를 외치고 있을 뿐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가 할 일이라고는 모델들을 유혹하는 수 밖에요.

 

"아이들아, 이번이 진짜로 마지막이라고 한다. 잘하는 아이한테는 아저씨가 '콜팝'을 쏜다."

 

촬영이 길어지다 보니, 얼음이 어느새 녹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연못의 수심은 무릎밖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얼음에 빠지면 곤란하다는 판단이 들어 김 실장의 팔목을 잡아 끌 수밖에요.

 

"김 실장님, 안전사고 우려가 있으니 이제 그만 하시지요."

 

내 말에 카메라를 접으면서, 김 실장이 미진했던 듯, 저를 보면서 한마디 합니다.

 

"사진 촬영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게 아이들하고 동물들 인 것 같아요."

 

표지사진의 2 안은.... '옥구정에서 바라보는 희망찬 표정'

 

연못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곧 바로 2안으로 생각해 뒀던 옥구산 정상에 있는 옥구정으로 올라 갔답니다. 옥구산은 해발 100여 미터로 옥구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 곳에 올라가면 소래포구를 시작으로, 송도 신도시, 시화공단,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 온 답니다.

 

아이들의 엄마들은 산 정상까지 고작 100여 미터를 올라가는데도 무척이나 힘겨워 하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연못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칭얼대던 아이들이 일행들을 앞장서 씩씩하게 등산을 하더군요.

 

이제는 나름대로 컨디션을 찾은 듯 합니다. 옥구정에 도착해 사진을 몇 컷 찍는 것으로 이 날의 표지사진 촬영을 마칠 수가 있었답니다.

 

세시간 남짓 소요된 이날 <뷰티플 시흥>의 표지 모델들의 모델료로는, '자장면'한 그릇과 '탕수육'이었답니다. 시청 앞에 위치한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앞에 두고 모델들과 어머니들이 촬영과 관련한 무용담(?)을 꽃피웁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가 사진이 가장 잘 나올거야"

"에이... 우리 아이가 그래도 나을것 같은데"

 

"어머니들도 사진에 나올줄 알았으면, 화장이라도 제대로 하고 나올걸 그랬네"

"까르르....... "

 

"원판 그대로가 좋아요"

"하하", "호호"

 

"그래도 오랜만에 산에도 올라가 보고 괜찮은데요!"

"다음에 또 섭외할게요"

 

어머니들의 수다가 늘어지지만, 아이들은 자장면과 탕수육으로는 배를 못 채웠는지, 아이스크림통에서 아이스크림을 퍼다 먹는데 집중해 있었답니다.

덧붙이는 글 | <뷰티플 시흥>은 매달 25일경 발행되고 있답니다. 이 월간지는 시흥시민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신청만 하면 무료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께서는 이메일 beausi@shcity.net 이나, 전화 031-310-3188 등으로 신청하시면 된답니다. 신청만 하시면 무료로 받아 보실 수 있으니 많이 신청해 주셔요^^


태그:#뷰티플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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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는 굴러가는게 아니라 뛰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칸도 없을 수 있습니다. <신문고 뉴스> 편집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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