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넓은 뜰 한가운데에 산사나무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서 있다. 그렇게 크지도 않고 그렇다고 하여 무성하지도 않다. 홀로 외롭게 서 있는 모습에서 쓸쓸함이 배어나고 있다. 그런데 가지의 끝에는 빨간 열매까지 열려 더욱 시선이 간다. 초록이 무성한 계절이 아니라 겨울에 빛나는 빨간 열매는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다.

 

겨울에 우뚝한 빨간 열매는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시간이 흘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열매가 계절 감각을 둔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다. 차별이 없다. 누구에게는 더 많이 주고 누구에게는 더 적게 주는 법이 없다. 또 시간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더 주는 법도 없고 필요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덜 주지도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던,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 시간인 것이다.

 

시간의 특성이 공평성인데,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시간이 부족하여 방방 뜨고 누구는 시간이 더디 가서 견딜 수 없어 한다. 시간은 주관적이라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객관적으로는 공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는 철저하게 개인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사람에게는 시간이 가지 않는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아서 안달을 치던 경험들이 많다.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가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달라졌다. 시간이 어찌 그리도 빨리 가는지 난감한 일이다. 눈 한 번 뜨면 일주일이 금방이고 한 달이 가버린다.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것일까? 하는 일도 없이 금방 금방 가버린다. 아까워 죽겠다. 세월을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한 마음으로 시간을 붙잡아 보지만, 시간이라 놈은 그냥 웃는다.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심하게 멀어지고 있을 뿐이다. 야속하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가버린다.

 

시간은 나이에 비례하여 그 속도가 달라진다고 하였던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화살처럼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시간을 잡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진즉 그것을 알지 못하였을까? 뒤늦게야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바동거리고 있는지 후회스럽다.

 

산사나무의 빨간 열매는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우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은 삶을 편안하게 해주지만, 삶의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이란 점을 분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시간 또한 마찬가지라고. 인생의 주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시간을 충실하게 채워갈 수 있다. 그렇지만 방관자적 삶은 그렇지 못하다.

 

산사나무가 외롭게 홀로 자라고 있어도 빨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충실하게 채워갔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다보면서 빨간 열매를 얼마나 맺었는지 점검해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손에 만져지는 것이 없다. 빨리 가는 시간을 원망하지 말고 시간을 충실히 채워 내 인생의 빨간 열매를 맺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금산사에서


태그:#산사, #시간, #무심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