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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하면 괜스리 마음이 동한다. 나만 그런 걸까? 어쨌든 우린 설악산으로 달렸다. 다음 날 설악산 빙폭들을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한적한 서울을 빠져 나가니 대로에 차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린 생각보다 일찍 용대리 황토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지기 종문이는 혼자의 외로움을 앵무새와 나누다가 우리가 도착하니 활기가 돈다. 그래서 우린 만남의 즐거움을 즐기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실컷 잠을 잤다. 요샌 엣날처럼 조급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것은 우리 클럽 빙벽이 4년이 되어 악우들 모두 나보다 다 프로들이 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8년 1월 12일 토요일 아침을 맛있게 먹고 장수대로 갔다. 장수대는 2006년 큰 물 난리나고 처음 가는 길이다. 실제 가보니 엣날 모습은 없고 새로 만든 것뿐이었다. 오밀조밀하게 산속 강변에 있던 집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풍광을 보고 자연이란 위대하기도 하지만 냉정하기도 하다는 것을 느꼈다. 장수대 사무소에서 등반 신고를 하고 실폭을 가는데 엣날 장수대 야영장이 아니었다.

양 옆으로 굳굳한 소나무 숲을 형성하고 있는 장수대 야영장을 지나 가고 있다.
▲ 장수대 야영장 양 옆으로 굳굳한 소나무 숲을 형성하고 있는 장수대 야영장을 지나 가고 있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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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도 새로 만들어 졌으며 아름다웠던 야영장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래도 굳굳한 소나무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장수대 야영장을 지나 개울로 가는 중이다.
▲ 실폭으로 가고 있다. 장수대 야영장을 지나 개울로 가는 중이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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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저 너구리는 빙폭옆에 누워 있을까?
▲ 너구리 어쩌다 저 너구리는 빙폭옆에 누워 있을까?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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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을 건너 실폭에 도착하니 강원도 대학 산악부 팀이 훈련하고 있었다. 그들이 걸어 둔 자일 옆으로 운종이와 종중이가 선등으로 줄을 걸고 빙벽을 하는데 사람들이 떼로 몰려온다.

얼음이 잘 언 실폭에서 빙벽 모습입니다.
▲ 실폭 전경 얼음이 잘 언 실폭에서 빙벽 모습입니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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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실폭에 자일이 8개가 걸려 있어 낙빙이 심한 데다가 물이 흘러 위험을 주었지만 용감한 우리들에겐 그 영향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린 쉴 틈이 없이 빙벽을 했다.

코스는 짧지만 경사도가 있어 빙벽하기 좋은 곳입니다.
▲ 멋진 실폭 얼음 코스는 짧지만 경사도가 있어 빙벽하기 좋은 곳입니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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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틈틈이 여유를 부리며 자일이 없어 빙벽을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자일도 빌려 주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니 시간이 가능 줄도 몰랐다.

실폭에서 바라 본 서북 능선들입니다. 멀리 얼음이 보이는 곳이 대승폭포입니다.
▲ 서북 능선 실폭에서 바라 본 서북 능선들입니다. 멀리 얼음이 보이는 곳이 대승폭포입니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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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알았던 것은 빙벽을 하다가 철수를 하는 팀들 때문이었다. 철수하는 팀들이 떠난 그곳은 본래의 산 모습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그들을 위해 빙벽 철수를 했다. 늘상 빙벽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지만 오늘은 더 감회가 있는 빙벽이었다. 왜냐하면 빙벽에 대한 자심감이 결여된 우리들이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장수대 옆 개울이 저렇게 넓게 되었습니다. 그 위로 눈이 덮혀 있습니다. 그리고 멇리 한계령 능선입니다.
▲ 설악산 겨울 풍경 장수대 옆 개울이 저렇게 넓게 되었습니다. 그 위로 눈이 덮혀 있습니다. 그리고 멇리 한계령 능선입니다.
ⓒ 홍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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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린 황토산방에서 멋진 주말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즐거움에 빠져 있을 때 부산 대구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엄원형씨와 그 일행들이 왔다. 그런데 그들이 전하는 소식은 슬픈 소식이었다.

그것은 토왕폭 빙벽을 하다가 상단에서 추락을 하여 두 발이 다 부러졌다는 소식이라서 그렇다. 그 소식을 듣고 절대 안전이다. 어떤 경우든 간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각오를 다시한 번 했다. 내일 설악산 형제폭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다. 사고가 났는데 등반 허가를 내 주겠느냐는 것이다.

일요일 우리는 설악산 자연폭을 포기하고 매바위로 가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 매바위에는많은 사람들이 빙벽을 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눈이 빙벽에 많이 쌓여 빙벽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어 등반을 철수했다. 눈을 맞으며 빙벽을 하는 것도 무척 낭만적이라고 본다. 용대리는 눈이 많이 내려 황태 덕장을 비롯한 산야가 온통 하얀 옷으로 갈아입는 것을 뒤로 우린 서울로 왔다.


태그:#실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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