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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인천시 부평구 창천동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GM대우자동차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가운데)과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 이남묵 지부장(오른쪽)과 함께 공장조립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인천시 부평구 창천동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GM대우자동차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가운데)과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 이남묵 지부장(오른쪽)과 함께 공장조립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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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대량 해고되는 곳이 노사 화합의 모범적 회사일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9일 오후 인천 GM대우 부평공장을 찾았다. 원래 예정된 민주노총 방문을 취소하기까지 했다. 이날 방문 이유는 그가 노동자들에게 한 말에 나타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노사화합이다, 파업하지 말아달라."

같은 시각 공장 인근 CCTV 탑에서는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달 27일부터 한달 넘게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아래 천막농성은 지난해 10월 30일에 시작돼 100일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이 당선인의 방문 소식을 듣고는 공장 정문에 서서 "우리의 외침을 들어달라"는 내용의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었다. 하지만 이 당선인이 탄 차량은 순식간에 공장으로 들어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당선인이 나올 때까지 공장 밖에서 한겨울 추위에 맞섰지만 그를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이 당선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가량을 보낸 후, 공장을 떠났다. 한겨울 GM대우 부평공장 안과 밖은 그 온도차 만큼이나 다른 세상이었다.

29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천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29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천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 정문 앞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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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 이 당선인 "앞으로도 파업 안 했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방명록에'노사화합이 회사를 경쟁력있게 만들 것 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방명록에'노사화합이 회사를 경쟁력있게 만들 것 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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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화합이 회사를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다.'

GM대우 홍보관 방명록에 쓰여진 이 당선인의 글이다. 그는 이날 유난히 '노사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이 당선인은 안상수 인천시장, 이윤성 국회 산자위원장,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을 동반했다. GM대우 쪽에서는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 유기준 부사장, 랍레가트 부사장, 이남묵 노조위원장이 그를 맞았다.

이 당선인은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노사가 화합하는 모범적 회사로 발전하게 된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한국경제가 어려운데,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노사의 화합"이라며 "협력하는 노동자들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그리말디 사장은 이 당선인에게 "회사의 성공에 대해서 말하겠다"며 "2006년 1600명에 달하는 정리해고자를 복직시켰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고용을 두 배 늘렸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라인을 둘러본 이 당선인은 현장 노동자들과도 간담회를 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24시간 2교대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5년째 파업 안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파업 안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은 이 당선인에게 서민을 위한 정책을 소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일자리가 있으면 서민이 아니"라면서 "자녀들 과외않고 대학 가게 하겠다, 고교만 졸업해도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방문 행사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당선인은 그리말디 사장, 이 노조위원장과 크게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는 공장을 떠났다. 하지만 같은 시각 공장 밖에서는 "우리와 만나달라"는 비정규직 노조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공장 밖] 비정규직 노동자 "GM대우는 법의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할 기업"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천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한 29일 오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4일째 30m 높이의 CCTV 탑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인천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한 29일 오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4일째 30m 높이의 CCTV 탑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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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공장 정문 밖에는 '이명박 당선인은 비정규직의 절규를 들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한국의 노동법 무시하는 GM자본 처벌하라'는 피켓도 들렸다. 금속노조 GM대우 비정규직지회 노동자 10여명이 이명박 당선인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 정문 뿐 아니라, 경인고속국도 부평나들목, 갈산역 앞, 부평공장 서문 앞 등에서 이 당선인을 기다렸다. 하지만 끝내 이 당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작 관심을 가진 건 경찰이었다. 경찰은 "오늘은 괜히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GM대우 본관에서 가까운 공장 서문으로 자리를 옮겨 이명박 당선인을 규탄했다. 이대우 지회장은 "이 당선인이 따뜻한 사무실에서 얘기하고 있는데, 차가운 길거리에 내몰린 비정규직과는 왜 얘기하지 않느냐"고 외쳤다.

그는 이어 "GM대우는 노사화합 모범 기업이 아니"라면서 "5~6년 전에는 정규직 대량해고를 단행했고, 지금은 정리해고의 칼날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을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당선인이 나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용우 연대사업부장은 "GM대우는 노동법을 무시하고 최악의 노무관리를 하는 기업"이라며 "칭찬이 아니라, 법의 엄정할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GM대우 부평공장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이들은 지난해 9월 노조를 설립했다. 하지만 GM대우와 하청업체들은 이에 대해 회유와 탄압으로 일관했고, 이 와중에 노조 집행부 등 35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현재는 20여명 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공장 앞에는 대우자동차의 2000년 최종 부도 당시 명예퇴직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당시 회사가 먼저 퇴직하면 그 희생을 잊지 않고 정상화 시 우선 복직시켜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복직시켜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당선인의 방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창규(43)씨는 "친기업적인 이 당선인이 '기업하기 힘드시죠?'라며 우리의 천막농성장을 때려치우라고 말할까 걱정이 됐다"며 "GM대우가 노사화합 모범기업이라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인천시 부평구 창천동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GM대우자동차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왼쪽)과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 이남묵 지부장(오른쪽)과 함께 공장조립라인을 둘러본 후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인천시 부평구 창천동 GM대우 부평공장을 방문하여 GM대우자동차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왼쪽)과 전국금속노동조합 GM대우 이남묵 지부장(오른쪽)과 함께 공장조립라인을 둘러본 후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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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외침 전하려면 얼마나 더 높고 위험한 곳에 올라야 할까?

이날 주요 신문과 방송은 GM대우 현장을 방문한 이 당선인의 "노사화합"이라는 말을 좇기에 바빴다. 이들 언론은 이 당선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재빨리 보도했지만, 공장 밖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곳은 거의 없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24일 체감기온 -15도의 칼바람에 맞서 한강대교 아치에 올랐다.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더 높고 위험한 곳에 올라야 이 당선인은 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CCTV탑에서 34일째 농성중인 박현상 조직부장은 건강이 악화돼, 얼마전 의사가 다녀간 터였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9일째 농성중인 GM대우자동차 노조 비정규직지회 회원들이 24일 서울 한강대교 아치위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29일째 농성중인 GM대우자동차 노조 비정규직지회 회원들이 24일 서울 한강대교 아치위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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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GM대우, #GM대우 비정규직, #비정규직,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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