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세상, 어째 입맛이 씁쓸하다.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하고 고유가로 발목마저 묶였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냉랭한 기운만 감돈다. 낼 모레가 설날인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입맛마저 싹 가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밥은 먹고 살아야하니…. 예전에는 봄철만 되면 양식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외식이라도 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입맛에 쩍쩍 안기는 맛의 게장백반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인 취향인지 모르겠지만 양념게장보다는 간장게장이 더 좋다. 간장게장 게딱지의 노란 알, 그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날 사로잡는다. 게를 아작 깨물면 게살의 삼삼한 맛과 달큼한 맛도 너무 좋다. 입맛이 확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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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장백반 방풍나물과 모자반, 돌산갓김치 등 반찬가짓수도 부지기수다. |
| ⓒ 조찬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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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백반의 맛에 흠뻑 빠지다
여수의 명물 봉산동의 게장골목, 이곳에 가면 게장백반집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황소식당과 두꺼비식당이 대표적이다. 황소식당을 소개한다. 이집에서 게장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식사시간을 피해서 가는 게 좋다. 굳이 때맞춰 찾아간다면 워낙 사람이 많아 서비스는 일단 접어둬야 된다.
모든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게장백반 가격은 아직 5천원 그대로다. 넉넉한 인심과 남도의 맛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찾는 사람이 많아 분위기가 다소 산만하다. 하지만 밑반찬 하나하나에도 다 정성이 듬뿍 담겨있다.
매콤한 양념게장도 신선도가 뛰어나고 맛깔스럽다. 함께 나오는 조기매운탕도 결코 본 메뉴에 뒤지지 않는다. 매운탕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냄비에 가득한 조기매운탕은 개운하다. 추가 공기밥을 부르는 건 기본이다. 간장게장집 많고 많지만 제대로 간장게장 하는 집은 많지 않다. 가격대 맛에 견주면 아마 이집을 따라잡기 힘들 듯하다.
여기서 잠깐! 게장백반 오지게 먹는 방법 하나. 게장백반 1인분에 5천원이다. 그러나 2인분이나 4인분이나 양은 별반 차이가 없다. 둘이 먹을 때 게장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더 달라고 주문하면 그냥 갖다 준다.
게장백반에서 찾아낸 봄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기본, 조기매운탕에 왕새우게장, 굴 무침, 방풍나물과 모자반, 돌산갓김치 등 반찬가짓수도 부지기수다.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알굴은 탱글탱글 여물다. 따뜻한 밥 한술에 살짝 얹어 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다.
게장에 푹 빠져 밑반찬에는 별로 관심을 안 두는데 방풍나물과 모자반은 꼭 맛보길 권한다.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낸 방풍나물에는 봄이 머물고 있다. 풍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방풍나물은 고열이나 감기 두통에도 좋다고 한다. 바닷가 바위틈이나 절벽에서 자생하는 방풍나물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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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자반 참몰이라고도 부르는 모자반은 미역 다시마 톳과 같이 바다에서 나는 해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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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풍나물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낸 방풍나물에는 봄이 머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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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깨물면 톡톡 터지는 모자반의 맛도 특별하다. 참몰이라고도 부르는 모자반은 미역 다시마 톳과 같이 바다에서 나는 해초다. 초고추장에 새콤하게 무쳐먹으면 맛있다. 모자반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해조류다. 어린이 뼈 성장에 좋은 칼슘이 풍부하고 철분 함량도 많다.
멍게젓갈의 진한 향기는 입안에 오래 머문다. 톡 쏘는 돌산도의 특산물 갓김치도 선보인다. 간장게장 특유의 향과 부드럽고 달콤한 감칠맛이 혀끝에 감돈다. 흔히들 게장을 밥도둑이라고 한다. 간장게장의 삼삼한 감칠맛에 밥숟갈이 바쁜걸 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