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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으로 봄마중을 갔다. 광양을 지나 옥곡에서 섬진강으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매화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꽃눈을 터트릴 기세다. 하동포구 팔십리 벚나무 길로 이어진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십리 벚꽃 길은 연인이 함께 걸으면 결혼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혼인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화개장터와 남도대교 길은 '만남길', 화개장터에서 하동읍 길은 '연분길'이다. 화개장터와 구례군 길은 '행복길'로 느릿느릿 구경하며 걷기에 아주 좋다.

 

 

새치름 물오른 ‘버들강아지’

 

섬진강 가는 길. 굽이치는 도로에는 아지랑이 아른아른 피어오른다. 끝없이 펼쳐진 섬진강가의 금모래 밭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머물고, 강물은 은빛으로 부서진다. 강둑을 지나 모래사장으로 다가서자 봄 햇살이 눈부시다. 차가운 바람이 휘젓고 지나는 모래사장에는 선명한 동물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토끼가 세수하러? 아님, 고라니의 발자국?’

 

봄바람에 굽이치며 흐르는 물결은 졸졸졸 이른 봄노래를 부른다. 감미로운 물소리가 정겹다. 조약돌 밭에 웅크리고 앉아 가만히 귀 기울이면 찰랑찰랑 들려오는 봄 물결소리에 얼어붙은 마음마저 스르르 녹아든다.

 

끝없이 너른 모래사장에서 섬진강을 본다. 바람을 마주하고 섰다. 강물과 함께 불어오는 봄바람이 온몸을 감싸고돈다. ‘사아악~’ 봄바람에 속삭이는 풀섶에는 물오른 버들강아지 새치름하다. 양지바른 돌 틈 사이의 파릇한 풀내음이 싱그럽다.

 

마음에 평화가 머무는 섬진강

 

섬진강가 하동군 평사리 공원은 모래톱과 아주 가깝다.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는 장승의 모습 또한 이채롭다. 공원에는 '하동포구 팔십리'와 '섬진강탄곡'의 노래비가 있다. MBC <베스트극장> '내 약혼녀의 이야기' 드라마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봄볕을 쬐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다.

 

강가 갈대숲엔 봄바람이 나풀대고 하얀 모래밭은 끝없이 펼쳐진다. 갈매기 무리가 물길을 거슬러 날아가고, 햇살은 강물에 부서진다. 봄볕에 나앉아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에는 평화가 머문다.

 

이른 봄의 여행길은 여유가 있어서 좋다. 여기저기 마음대로 살펴볼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서 좋다. 막힘이 없다. 차들도 거침없이 내달린다. 이따금 산자락에서 차밭의 물결이 넘실대며 다가온다.

 

아름다운 차밭의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경남 하동의 부춘마을 입구다. 찻잎은 움이 금방이라도 돋아날 듯 봄빛이 가득하다. 수백 년은 됨직한 노송과 빛바랜 기와집이 제법 유서 깊은 마을인 듯싶다. 봄볕이 내리쬐는 마을은 고즈넉하다.

 

 

눈길만 머물러도 참 편안한 집

 

녹차골이다. 계곡 산자락에는 층층이 녹차 밭이 푸른 골을 이루고 있다. 대숲과 녹차 밭이 한데 어우러진 깊은 골엔 물소리마저 시원스럽다. 원부춘마을에 이르니 경치가 빼어나다. 마을회관 부근 정자 앞의 계곡에는 선녀가 목욕을 했음직한 멋진 선녀탕(?)이 있다.

 

원부춘마을은 섬진강을 남쪽에 두고 지리산 영봉의 품안에 자리하고 있는 산간지역이다. 이곳은 김동리, 박경리 등의 한국문학연작인 소설 <역마>와 <토지>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대숲에는 싱그러운 봄기운이 느껴진다.

 

계곡의 미니폭포는 햇살을 받아 부챗살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민박집 처마에는 동태가 꼬들꼬들 말라간다. 햇살 머문 부엌 앞에서 강아지가 아장거린다. 개울건너 대숲에 쌓인 고즈넉한 집 한 채 한가롭다.

 

얼음 꽃 하얗게 핀 바위 틈새에도 푸른 잎이 돋아난다. 독립가옥의 대나무 울타리에는 말라비틀어진 수세비가 바람에 서걱거린다. 녹슨 양철지붕 집 문간채를 들어서니 모빌이 바람에 빙글빙글 돌며 반긴다. 깨끗하게 정돈된 집, 남새밭의 나무 등걸에 심겨진 푸른 난이 주인의 성품을 대변하고 있다.

 

부엌 입구에 ‘안온 듯이 다녀가’ 장털보白 이라고 쓰인 팻말. 그가 누구일까?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아름다운 운치만큼이나 잠시 눈길만 머물러도 참 편안한 집이다. 봄기운이 느껴지는 원부춘마을은 나그네의 마음마저 푸근하게 한다.


태그:#섬진강, #하동, #부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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