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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게 되면 반드시 부딪치는 역사인물들이 몇 있다. 그중에서도 마키아벨리는 현대 정치학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군주론'을 저술했다는 점에서 첫 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학부 3학년 시절, 마키아벨리를 다루는 '국제정치사상사'는 학과에서 꼭 들어야 할 수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국제정치사상사'을 듣는 대신 다른 과목을 선택하였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군주론'이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거부감 때문이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러한 점에서 정말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역사가임에 틀림없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를 통해 그녀는 나로 하여금 마키아벨리를 단지 '군주론'의 저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딱딱한 역사책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허구도 아닌, 그녀의 역사서술방식은 <로마인 이야기> 때와 마찬가지로 신선하고 유쾌하다.

 

혹자는 시오노 나나미의 이러한 문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을 가질수록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역사란 자못 엄숙하고 정제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편견에 자기도 모르게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시오노 나나미는 자신이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이탈리아 역사를 대중들에게 풀어내는 능력에 관한 한 수많은 역사가들 중 가히 최고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만큼 재밌고 흥미롭게 과거의 인물과 독자를 조우할 수 있도록 돕는 작가는 그리 흔치 않을 것이므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유럽 여행 시 피렌체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쉽게 책의 내용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피렌체는 마키아벨리의 주 활동무대였으며, 시오노 나나미가 마키아벨리를 통해 그리고자 한 것도 다름아닌 그 시기 피렌체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인생의 어느 순간 피렌체를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책을 한 손에 들고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를 굽어보는 것도 인생에서 잊지 못할 즐거운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배추의 블로그 'Life is Beautiful' (http://www.b4sunrise.p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한길사(2002)


태그:#시오노 나나미, #마키아벨리,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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