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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가 앞서던 위스콘신주 민주당 경선에서도 개표 초반 오마바에게 뒤지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를 지지하는 여성운동가들은 오바마의 질주에 당황해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의 연설표절 시비를 제기하는 등 해법을 찾는데 골몰해왔다. 수십 년에 걸쳐 풍부한 경륜을 쌓아온 여성후보가 카리스마적인 스타일과 강력한 연설솜씨를 갖춘 남성후보에게 지고 말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19일자 <보스톤 글로브>지는 정치면 톱기사로 여성후보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여성운동가 시각을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요컨대 스타일 대 경륜이라는 구도는 과거 미국대선 본선에서 여러 번 등장했으며 그때마다 실력있는 남성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본선은커녕 민주당 경선에서 혼신을 다해 그 과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역량 있지만 여성스럽지 못해서?

 

이 기사에서 전국여성연합 대표이자 힐러리 지지자인 김 갠디씨는 "대선에 출마한 여성에겐 모순된 진퇴양난과도 같은 게 있으며, 마음을 드러내는 게 매우 높은 성취를 이룩한 여성에게 결코 도움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전국여성협의회 대표인 마르타 버크씨는 힐러리는 '글래머'가 아니어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힐러리는 자신을 경주마 아닌 짐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유능은 하나 재즈처럼 화려하진 않다는 이유로 점수가 깎이고 있다. 만일 오바마가 여성이라면 경력, 나이, 실적 어느 모로 보더라도 미국 대통령에 근접해가기는 불가능하다."

 

 

미국 구할 정책 vs 희망과 변화의 정치

 

여성운동가들은 힐러리가 유권자를 끌어 모으는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오바마가 내용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오바마가 연승하고 있지만 힐러리 역시 승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힐러리가 "미국을 구하는 해결책"과 같은 정책에 집중함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변화'를 내세우는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는데 대하여 당혹해하고 있다.

 

힐러리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단체인 ‘에밀리 명단’ 측 홍보국장인 라모나 올리버씨는 “온갖 내용, 온갖 일, 온갖 정책, 온갖 업적 등을 갖추고도 성공하지 못할 것같다. 오바마는 영감을 주는데 반해 힐러리는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서”라고 지적한다.

 

여성정치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선출직에서 여성후보란 여성스럽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강력함과 자신감을 두루 갖추어야 하는 난해한 수수께끼와 같은 장애물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선의 경우 이 장애물은 더욱 더 명확해진다. 이유는 유권자들이 후보의 실적이나 경력을 비교해보기보다는, 유권자들이 본능적으로 후보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선택은 지극히 유권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유권자들은 후보의 특정 정책 아닌, 후보의 전반적인 비전과 리더십 스타일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과거 마이클 듀카키스, 앨고어, 존 케리 같은 민주당 주자들이 공화당 후보보다 개인적인 차원의 장점이 앞서지 못하여 패배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역량보다는 맥주 한 잔 같이 하고픈 후보

 

러트거스대 여성정치연구소장인 데비 왈슈씨는 2000년 미국 대선 당시, 어느 후보와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은가 하고 유권자들에게 물었을 때, 앨고어는 모든 이슈와 쟁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후보지만 정작 맥주 한 잔은 조지 부시 후보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한 유권자들이 훨씬 더 많았다고 밝혔다.

 

여성정치전문가들은 게다가 여성후보는 장애물이 한가지 더 있다고 본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멋져야 하며 더 똑똑해야 하고 외교정책도 더 좋아야 하며 감정에 치우치지도 말아야 한다는, 즉 나쁜 점들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스타일리스트 오바마는 경세가인 힐러리를 신나게 요리하고 있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전역의 민주당 유권자에 대해 인터뷰한 것들을 보면 상당수 유권자들은 힐러리가 경륜과 역량을 갖췄음을 인정하면서도, 오바마가 미국을 훨씬 더 잘 통합시켜낼 것이라고 본다. 왈슈는 여성후보가 정치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모든 쟁점에 대해 해박해야만 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 점이 곧 유권자, 특히 당장 젊은층의 마음과 상상력을 사로잡는 요소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원더우먼형보다 글래머형이 더 낫다?

 

매사츄세츠대학 여성정치공공정책연구소장인 캐롤 하디 판타 씨는 선거에서 카리스마야말로 매우 큰 역할을 하며, 그래서 힐러리는 진지하고 강할 뿐 아니라, 호감도 주며 카리스마도 갖춰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한다.

 

오바마의 ‘변화’라는 메시지는 카리스마의 우위에 힘입어 여성계층을 포함하여 힐러리의 지지기반인 여러 집단과 계층에서 힐러리를 압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 수가 남성보다 많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성별간 득표차는 매우 중요하다. 뉴햄프셔주에서 힐러리는 여성계층에서 12% 앞섰으나, 오바마는 남성계층에서 11% 앞섰을 따름이다. 뉴햄프셔 선거에서 여성이 57%를 차지하여 힐러리가 전체적으로 2% 앞서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여성계층에서도 오바마 우위

 

하지만 오바바는 여성유권자도 지지율을 높이기에 되었으며 마침내 버지니아 여성유권자 60%, 메릴랜드주 여성유권자 57%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 힐러리는 ‘약속’ 공약 대신 ‘해결’ 공약을 훨씬 더 빈번하게 내세운다. 힐러리 선거본부 측은 오하이오 및 펜실바니아 주에서는 이슈 중심의 메시지가 오바마보다 힐러리를 선호하는 저소득층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오바마는 이미 효과를 보고 있는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를 계속하고 있다.

 

카네기 멜론 대학 정치정책연구소 겸임교수인 존 델라노 씨는 “정치전문가들은 대선 경선과정에서 개성 요소 대 이슈 요소의 비율이 90% 대 10% 정도라고 본다. 하지만 여성에게 그 장애물은 훨씬 더 높다. 이것은 슬프지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총리 각료에서 여성진출 후퇴 경향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차례 여성총리가 등장했으며, 정부조직에서 여성부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군대가산점이 폐지되며, 고시를 비롯한 각종 공무원시험에서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외형상 남녀차별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직에서 여성의 활약은 그리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패한 바 있다. 더더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박근혜 전대표가 총리직을 고사하면서, 총리와 장관직 인선에서 여성이 배제되다시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도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보여졌던 힐러리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정치 지망생들에게 '지성'과 '미모'를 겸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넘치는 카리스마도 함께 구비해야  한다는 너무도 복잡한 과제를 던져주는 것 같다.

 

그래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내지 실제 선거에서 여성정치 지망생들이 한층 더 분발하여 활발한 진출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태그:#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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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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