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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세상으로 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어머니.
▲ 눈길. 바깥 세상으로 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어머니.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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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간밤에도 꼬박내리더니 아침엔 30cm 정도 내렸습니다. 기상청 예보는 대설 경보. 강원도 영월과 평창 지역을 포함한 영서 남부 지역은 아직 대설 경보가 내려 있는 상태입니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도 5~10cm의 눈이 더 내린다고 합니다.

가는 겨울? 정선은 아직 한겨울입니다

봄이 마당까지 내려온 남쪽엔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고 하지만 하나도 부럽지 않은 날입니다. 어제 오후엔 주먹만한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 잠시 그쳤던 눈이 또 내리기 시작합니다.

환상적인 하루입니다. 강원도 정선 지역은 봄 눈이 자주 내립니다. 3월 초이긴 하지만 아직도 폭설은 몇 번 더 이어집니다. 어떤 해엔 4월에도 눈이 내립니다. 가는 겨울을 아쉬워 할 이유가 없는 곳입니다.

눈을 이고 있는 장독, 부자된 기분이다.
▲ 장독. 눈을 이고 있는 장독, 부자된 기분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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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앉아야 할 의자에 눈이 대신 앉아 있다. 오늘만큼은 눈이 주인이다.
▲ 눈의자. 사람이 앉아야 할 의자에 눈이 대신 앉아 있다. 오늘만큼은 눈이 주인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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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뒤집어 쓴 우리집입니다. 오늘 밤은 눈이 덮여 푸근할 것 같습니다.
▲ 우리집. 눈을 뒤집어 쓴 우리집입니다. 오늘 밤은 눈이 덮여 푸근할 것 같습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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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가지들은 제 몸에 얹힌 눈을 털어내기에 바쁩니다. 어머니는 바깥 세상으로 난 길을 뚫느라 빗자루를 들고 나갔습니다. 이럴 때 신난 것은 집을 지키는 낑낑이입니다. 눈밭을 뛰어 다니던 낑낑이는 들 쥐를 잡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껑충껑충 뛰는 모습이 마치 캥거루 같습니다.

널 만나러 가는 길
날 만나러 가는 길

그렇게 서로에게 가기 위해
우린 길 위에 있구나

이렇게 그리움으로
이렇게 안타까움으로

그리움도
허기가 지는구나

- 이정숙 시 '연인' 전문

집을 나와 골짜기를 둘러보았습니다. 서둘렀다고 생각했지만 마을 길은 부지런한 누군가가 빠져나간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선 이는 눈길을 달려 어디로 갔을까요. 농사 준비를 위해 농약상으로 갔을까요. 아니면 비료나 옥수수씨를 주문하기 위해 농협으로 갔을까요. 산비탈의 밭은 눈으로 가득하지만 농사 짓는 사람들은 마음 놓고 눈을 즐기지 못합니다.

절벽에 눈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 절벽에 핀 눈꽃. 절벽에 눈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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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 봄꽃?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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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나무들, 가지가 휘어질 정도이다.
▲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 무게를 견디지 못한 소나무들, 가지가 휘어질 정도이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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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쌓인 눈이 이제 겨우 녹기 시작했다 싶었는데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런 이유로 산불 감시원도 모처럼 쉬는 날이 되었습니다. 읍내 거리엔 제설 차량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고, 봄 눈을 맞는 사람들은 마지막일 지도 모르는 달디 단 눈꽃을 입 안으로 털어 넣습니다.

눈꽃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시나요?

눈꽃은 혀 끝에 닿기만 해도 사르르 녹아듭니다. 이렇게 부드러운 꽃이 또 어디 있을까요. 이렇게 맛있는 꽃이 세상 천지에 또 어디 있을까요. 그 맛을 알기 때문일까요. 주인을 따라나선 강아지도 눈꽃을 핥아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눈꽃 가득하게 핀 가리왕산 골짜기는 지금 눈꽃 천지입니다. 곧 녹아 없어질 것들이라 생각하니 산등성이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햇살이 밉기까지 합니다. 이런 날 하루쯤은 암흑이 천지를 덮는다 해도 좋을 그런 날입니다. 태양이 없다 한들 눈부시게 핀 눈꽃이, 하얗게 날리는 눈가루가 지천인데 뭐가 걱정이겠는지요.

이 시간 서울에도 눈이 내린다지요? 혼자만 보기 아까워 그곳으로 날려 보냈으니 놀라지 말고 눈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장독대에 눈이 가득 쌓였습니다.
▲ 올망졸망. 장독대에 눈이 가득 쌓였습니다.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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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풀던 강이 다시 얼어가고 있네요.
▲ 몸 풀던 강. 몸을 풀던 강이 다시 얼어가고 있네요.
ⓒ 강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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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눈꽃,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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