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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이명박 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빼겠단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란다. <연합>은 16일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비겁한 짓이다. 지난 대선 때도 그랬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여론에 직면하자 '경부운하를 지난 10년간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고 공언했다.

 

대선때 사라졌다가 이후 화려한 복귀

 

그럼에도 반대 여론이 자신의 지지도 보다 높아지자, 공약집 귀퉁이에 처박아놓고 대선을 치렀다. 경부운하가 물류혁명을 이룰 것이라느니, 4만불 시대를 앞당기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공언은 종적을 감췄다.

 

이 대통령과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대선에서 승리하자 낯빛을 180도로 바꿨다. 불도저처럼 무섭게 경부운하를 추진했다. 인수위에 TF팀까지 만들었다. 당시 장석효 TF팀장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서 "100%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건설업자들이 사업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엄청난 반대여론에 부닥쳤다. 운하반대 서울대 교수모임이 구성되고, 종교인들이 100일 도보순례에 나섰다. 일부 법조인들도 운하반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만간 전국의 교수들도 뭉친단다. 문화예술인들도 글과 그림, 사진, 노래로 맞서겠다고 나섰다. 군사정권 시절 살인적인 독재체제에 들불처럼 맞섰던 민주화 운동을 연상케한다.   

 

그러자 또 총선공약에서는 빼겠단다. 반대여론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하를 완전 포기한 것은 아니란다. 그럼 대체 그 노림수가 뭔가? 직설적으로 말하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꼼수이다.

 

이는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두려워 잠시 비수를 품 속에 숨겨놓겠다는 뜻이다. 한편, 지역의 땅투기꾼과 건설업자들에게는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는 추파를 계속 던지겠다는 계산이다. 반대여론은 잠재우고, 투기세력-지역 개발세력에게는 표를 얻는 이른바 꿩먹고 알먹기 전법이다.

 

총선 끝난 뒤 또다시 부활할 것

 

하지만 예상컨대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또다시 안하무인격으로 낯빛을 바꿀 것이다. '이명박 운하'에 다시 강력한 불도저 엔진을 장착한 채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할 것이 불보듯하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총선공약에서의 운하 공약 제외 입장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대운하에 대해서는 오해를 빚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더 중요하지, 보완도 안 된 것을 공약에 덜렁 넣어서 괜스레 이슈를 만들 필요는 없다."

 

지난 2006년 10월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공약으로 발표한 뒤 1년 반이 지났다. 자신의 '얼굴 공약'으로 발표해놓고, 아직도 불완전한 부분이 있다고 시인한다면 그간 국민을 기망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홍보부족이 아니라 비논리로 점철된 터무니 없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1년여동안 '괜스레 이슈를 만든' 것도 다름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황당한 공약을 발표한 뒤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것은 바로 한나라당이다.

 

차라리 운하 백지화 선언하라

 

이러고도 공당인가? 대체 이번 총선에서 무슨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인가. 차라리 지금이라도 운하 백지화를 선언하라. 그게 그나마 공당의 체면을 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그간 '이명박 운하'를 강력하게 드라이브해왔던 유우익 대통령 비서실장과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총선공약에서는 빼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꼼수 부리지 마라.


태그:#경부운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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