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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목포, 그 곳이 뜨겁다.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됐던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 공천에서 탈락한 이상열 의원, 공천권을 거머쥔 정영식 전 행자부 차관이 한 치 물러섬 없는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유례없는 혈투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MBC-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22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는 박지원(무) 25.3%, 정영식(민) 24.8%, 이상열(무) 17.5% 순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그러나 광주·목포MBC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정영식(민) 27.2%, 박지원(무) 25.2%, 이상열(무) 18.4% 순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박빙의 지지율 싸움만큼이나 흥미로운 정치 이슈가 목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 키워드의 첫 번째는 다시 'DJ'고, 두 번째는 '공천'이다.

 

'DJ의 복심'이라 불리는 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는 '가신정치' '세습정치' 논란을 낳고 있다. 동교동 가신 권노갑, 장남 김홍일에 이어 다시 최측근인 박 전 장관이 목포에 출마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를 두고 정치적 논쟁이 자연스럽게 붙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의 공천탈락과 박 전 장관의 공천배제를 두고는 공천과정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공천과정이 불공정했다"며 문제제기했고, 박 전 장관은 "당이 신의를 저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천과정의 잡음이 두 사람의 무소속 출마를 유인한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24일 하루 동안 세 후보자를 따라 '목포 대전'의 뜨거운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전 11시 이상열] "동교동 가신정치 부활을 용인할 수 없다"

 

그동안 출마 여부를 두고 고심해오던 이상열 의원이 마침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출마기자회견을 하는 목포 하당 선거사무실엔 200여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이 의원은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이 의원은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공천과 구태정치, 가신정치와 정면으로 승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죄가 있다면 민주당 재건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죄밖에 없다"고 공천탈락의 억울함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직을 겸임해가며 45개월 동안 100회가 넘는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당을 대변했다"며 "국회 출석률이 낮다고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 쇄신공천이냐"고 되물었다.

 

이 의원은 "과거 권력의 핵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 동교동 가신들이 목포에 이뤄놓은 것이 무엇이냐"며 "목포에서 동교동 가신정치 부활을 그냥 용인할 수는 없다"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 전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사즉생의 각오로 정의는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아울러 그는 "목포 시민의 공정한 심판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민주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2시 박지원] "난 가신이 아니라 DJ측근 중의 측근"

 

박지원 전 장관은 목포 선착장 근처에 있는 목포수협 위판장과 주변 가게들을 들르며 상인들과 인사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다.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에도 여유 있는 미소가 흘렀다.

 

박 전 장관은 가신정치 논란에 "난 동교동 가신이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정면돌파했다. 그는 "DJ의 햇볕정책을 이어가고 양극화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보호하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천 사전배제와 관련해서 그는 "누가 신의를 저버렸나, 당이 신의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천과 입당과정에서 손학규 대표와 수차례 만나 상의했다"며 "걱정하지 말라, 무슨 일 있으면 사전에만 얘기해달라고 해서 입당도 하고 공천도 신청했는데 당이 신의를 저버렸다"고 거듭 편치 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박 전 장관은 "낙후 목포를 발전시키는데 나의 경험과 인맥을 적극 이용하겠다"며 "서남권 중심도시로서 목포가 성장해 가는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목포시민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다고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목포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오후 3시 30분 정영식] "DJ라는 세계적 인물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야"

 

정영식 전 차관은 '목포의 명동'이라 불리는 '젊음의 거리'에서 젊은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강화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주고 힘을 주는 정치를 하겠습니다"며 인사했다. 그의 인사를 건네받은 이들은 "아, 민주당이세요?"라고 반겼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공천권을 거머쥔 그는 "이번 통합민주당의 공천혁명은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원칙과 경선을 존경하는 이번 공천을 통해 민주당은 전국적 위상이 높아져 거대야당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전 차관은 "같은 동료로서 아쉬움이 크다"는 말로 공천배제나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을 위로하면서도 "민주당 경선이 아름다운 경선이 되려면 도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무소속 출마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차관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DJ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활용해서야 되나"고 박 전 장관을 겨냥했다. 그는 "나 역시 DJ 밑에서 공직기강 비서관과 행자부 차관을 지낸 'DJ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도의가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정영식 브랜드'는 정직·성실·깨끗함"이라면서 "순수한 열정으로 목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태그:#격전지, #총선, #박지원, #정영식, #이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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