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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총선 돌입 출사표를 밝힌 26일 오전 기자회견장. 한 기자가 "한나라당은 무소속 출마자들이 당선된 뒤 복당해도 받아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다. 손 대표는 "지금 복당문제를 얘기 한다든지 탈당한 사람 얘기하는 것 총선에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답했다.

 

다시 다른 기자가 "한나라당은 딱 잘랐는데, 손 대표의 대답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고 추궁하자, 손 대표는 "분명하게 말할까요? 복당은 안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그 기자에게 농담조로 "그런 잔인한 질문을 하느냐"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무소속 출마자들에 대한 민주당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어제의 사무총장 신계륜이 '적'으로?

 

한나라당쪽의 '친박연대'나 무소속 출마자들 대부분이 내부 계파갈등 속에서 이탈한 반면, 민주당쪽은 '금고형 이상 형확정자 일괄배제'라는 기준에 따라 제외됐거나 공천심사에서 떨어져서 무소속으로 나갔다.

 

미워서 싸우고 떠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후보를 내기는 했지만 당 차원에서 혈투를 벌이기 쉽지 않다. 동시에 선거의 속성상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인사들이 엊그제까지 총선준비를 이끌었던 신계륜(서울 성북을) 전 사무총장과 이상수(중랑갑)·이호웅(인천 남동을) 전 의원들로 "당선돼 돌아오겠다"고 공언하고 떠났다. 손학규 대표는 성북을과 중랑갑에 각각 박찬희 후보와 임성락 후보를 공천하면서 "통절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들과는 경위가 다르지만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의원도 있다. 잦은 당적변경 등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나서 한나라당의 김영갑, 민주당 양승숙 후보를 앞서고 있다.

 

무소속들, 민주당 호남석권 최대 장애물로

 

호남지역 무소속 출마자들도 주목된다. 숫자도 많은데다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31개의 호남의석 전체 석권 목표에 최대 장애물이다.

 

박지원(전남 목포) 전 실장은 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오차범위 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역시 무소속으로 나선 이상열 의원이 이들을 뒤따르고 있다. 김홍업(무안·신안) 의원도 민주당의 신맹순 후보와 겨루고 있다. 이들도 선거과정에서 '당선 뒤 복당'을 내걸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들의 공천배제에 대해 "당은 억울하게 조작된 일로 희생된 사람의 한을 풀어줄 책임도 있다"라며 이들의 무소속 출마를 용인했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현지 지원 예상도 나온다.

 

손학규 대표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박지원 전 실장과 김홍업 의원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을 하신다"고 난감함을 표시한 뒤 "신중한 자세를 보여주시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호남지역의 소위 지역주의라고 하는 굴레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틀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대부격인 인물이고, 민주당의 통합을 적극 지원했다는 점에서 비판 속에서도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손학규 대표에 비판의 날 세운 박지원

 

이에 대해 박 전 실장은 26일 자신의 목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손 대표는 (나에 대한 공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면 마땅히 침묵해야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나고 국가원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 서서히 전투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때 '리틀DJ'로 불린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광주 북갑 출마를 선언하고, 강기정 의원과 일전을 시작했다. 목포 출마를 준비하다 접은 뒤 다시 나선 그는 "전라도의 희생을 통해 수도권 표를 얻어보려는 전략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호남의 정치력만 약화시키고 수도권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돼 표를 얻기가 힘들어졌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복당이 실패하자 무소속으로 나선 강운태(광주남구) 전 의원은 조선일보의 22일 조사(유권자 5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1~4.3%P, 응답률 15.7%)에서 49.6%를 얻어 26.5%에 그친 민주당 공천자 지병문 의원을 앞서고 있다.

 

또 나름의 기반이 탄탄한 이무영(전주 완산갑) 전 경찰청장과 유성엽(정읍) 전 정읍시장도 무소속으로 나서 각각 장영달 의원과 장기철 민주당 후보와 일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중에 실제 당선돼서 복당할 경우 통합민주당은 손 대표의 약속대로 거부할 수 있을까? "그대로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태그:#신계륜,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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