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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후배로부터 갑작스런 문자 한통을 받았다.

 

"진성 오빠, 동민오빠가 한국에 잠시 돌아왔어요"

 

한사람의 귀환을 알리는 문자, 그 소식에 내 마음은 흔들렸다. 나는 얼른 문자를 보낸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우리 모이자! 동민형과 애들보고 얼른 만나자고 그래"

 

서로 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까?  햇살 밝은 봄 날, 서울 종로에서 우리들은 만나게 되었다. 그 소중한 만남. 얼마만이었을까?

 

기자꿈을 지녔던 아름다운 사람들

 

 

눈 앞에 나타난 봄 햇살처럼 아름다운 친구들. 그들은 2년 전 한 언론사에서 대학생 인턴기자를 했던 동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동료 이상의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로에 대한 신뢰를 지켜가며 친구로 함께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오손도손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싸우기도 엄청 싸웠다. 때로는 서로 미워하고, 또 비판하고, 헐뜻고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 미운정과 고운정이 한데 어우러지자 미운 감정은 눈녹듯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갔다.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열정을 가지고 함께 해 나갈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행복했고 즐거웠다. 자기 혼자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자라는 꿈을 키워갔다. 그렇기에 내가 간직한 기자라는 꿈도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에, 당신들과 함께이기에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약속했다.

 

"꼭 꿈을 이뤄서 함께 현장에서 만나자" 라고,

 

멋진 기자 지망생 동민형

 

 

꿈을 함께한 친구들 중, 유난히 내가 좋아했던 형이 한명 있다. 동민형이다. 동민형은 취재도 잘하고 성격도 서글서글했다. 게다가 사진도 잘찍고, 취재원들에게도 따뜻하게 대했다. 당시 그런 형이 정말 너무 멋져보였다. 속으로 '동민형은 정말 멋진 기자가 될것 같아'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정말 난 동민 형의 취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닮고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 그 열정을 배울 기회가 찾아왔다. 공동취재를 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민형과 함께 한 취재는 내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줬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이 했지만 함께 했기에 기사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나름대로 만족하는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력과 땀이 있었기에 당시 완성한 기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그런 우리 기사에 대해 축하해줬다. 그런 가슴벅찬 광경에서. 동민형이 내게 말했다.

 

"좋았어. 진성아. 너랑 함께 공동 취재한 순간 너무 좋았어" 

 

내가 먼저 해야할 말을 먼저 해준 동민형이 너무 고마웠다. 그때 우리는 마치 진짜 직업기자가 된 것 마냥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렇게 행복했기 때문을까? 그때의 난 우리의 꿈은 항상 맑음, 반짝반짝 빛날 줄 만 알았다. 한없이 빛나던 우리의 열정만큼이나.

 

높은 현실의 벽앞에서...

 

하지만 우리의 인턴 생활은 짧게 끝이났고 각자의 대학생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함께 꿈을 꿨던 친구들에게도 낯선 이별이 찾아왔다. 각자의 대학으로 돌아갔기에 서로의 소식도 간간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1년 전, 신문사 입사를 준비하던 동민형이 불현듯 호주 연수를 떠난다는 소식을 갑작스레 듣게 되었다. 동민형이 갑작스런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말해줬다.

 

"영어 공부를 해야할 것 같아. 기자라는 것, 꿈만 가지고는 될 수 없는 거더라. 조금 늦었지만 시작해보려고. 1년후에 멋진 모습으로 기자 되고 싶어. "

 

알고보니 동민형은 영어로 좌절을 맛봤다고 한다. 꿈에 그리던 신문사의 최종 면접까지 합격했지만 영어 실력의 부족함으로 결국 탈락한 것이다. 그런 사실에 충격을 받은 동민형은 어학연수를 결정했다.

 

이상했다. 항상 기사를 쓰고 싶어했던 사람이, 정작 기자가 되기위해 기사도 못쓰고 기약없는 연수를 떠난다는 사실이. 하지만 동민형의 선택에 나는 달리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 동민형이 잘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그깟 현실의 벽쯤은 가볍게 넘고서 멋진 기자가 되어 다시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2008년 3월, 동민형이 호주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내 마음도 들뜰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돌아온 형이 기자라는 꿈을 위해 당당히 도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만난 동민형은 뜻밖의 말을 전한다.

 

"나, 한국에서 기자라는 꿈 포기하기로 했어. 대신 호주에서 음식을 배워, 영주권 얻고 살아갈까 생각중이야. 도피나 도망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그때 나는 너무 놀라 물었다.

 

"형, 그래도 형이 그토록 원했던 꿈이었는데...... 어떻게 포기를? "

 

동민형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 사실 고민을 많이했어. 그런 고민 속에서 과연 내가 기자 꿈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들었고 말야. 그래서 고민끝에 호주에서 영주권을 얻어서 자리 잡으려고, 나 기자꿈 포기하기로 했어. 꿈은 다 이룰 수 없는 거잖아. 그래서 꿈 아닐까?"

 

나의 꿈과 젊은 당신의 열정에게

 

 

나는 형의 말이 가슴 아프게 들려왔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큰 고민과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  나는 기자라는 꿈을 꿨던 사람이 이국에서 음식을 배워 영주권을 얻어 살겠다는 그 큰 차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단 동민형만이 아니었다. 함께 모였던 여섯명의 친구들 중에서도 몇몇은 기자 꿈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고 있다고 한다.  마음 속에 간직했던 하나의 꿈을 벗어나 다른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것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대학 4학년 내게도 작은 마음의 혼란을 줬다.

 

요즘 '88만원 세대, 제대로 취직하기도 힘들다' 는 말들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들, 누구보다 잘해낼 것이라 믿었던 나의 친구들이 사회의 벽앞에서 꿈을 잃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친구의 좌절만이 아니라 바로 나의 좌절이기도 했다. 그런데 혼란스러웠던 그때, 동민형이 전해준 다음말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꿈. 사실 영주권을 얻으려고 하는 것, 꿈을 위해서 이기도 해. 한국에서는 기자되는 게 단지 꿈일지 모르잖아.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하지만 호주에서는 꿈이 아닐지도 몰라. 틈틈이 돈을 벌어서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고 그것으로 또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며 좋아하는 기사도 틈틈이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선택한 거야"

 

어쩌면, 어쩌면 동민형은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방향을 찾아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비단 동민형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실에서 꿈들 이루지 못했지만, 그 꿈을 가슴에서 고이 간직한 친구들.

 

"난 비록 현실에서는 꿈 포기했지만 넌 꿈 잃지말고 잘해나갔으면 좋겠어. 알고 있지? 기자라는 꿈, 우리에게는 언제나 마음 속에 간직한 꿈이라는 것."

 

문득 묻게된다. 만약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그런 순간이 다가온다면 나는 동민형, 그리고 친구들 처럼 그런 용기있는 결단을 낼수 있었을까?  그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현실의 벽은 너무 높고 쓰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민형과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무기력하게 좌절하기엔 우리들의 꿈은, 그리고 젊은 열정은 너무 반짝반짝 빛난다는 사실 말이다. 젊음이란 이름의 간직한 우리는 그렇기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달려가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꿈과 젊은 당신의 열정에게 쓴다. 작은 실패에 주저앉지 말고 각자의 꿈과 젊은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달려나가자가고. 왜냐하면 그 노력의 끝에서는 반드시 후회없는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태그:#동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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