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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목표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다. 10년 안에 7대 경제대국도 될 수 있다" (15일 이명박 대통령 뉴욕 교포 간담회)

"6% 성장도 어렵다. '747'은 정치적 구호다." (15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브리핑)

 

경제성장률 등 경제전망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주무 부처 장관이 서로 다른 말을 내놓아 혼선을 빚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이 넘었지만, 그의 대표 공약인 '747'이 어디로 향할지 정부도, 국민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경제 정책의 우선순위 역시 경제성장인지, 물가안정인지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말 또한 '왔다갔다' 한다. 당초 이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던 7% 성장이라는 목표가 이뤄질 수 없음이 드러난 것도, 물가안정을 우선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도 얼마 전의 일이다. 하지만 금세 입장은 바뀌고 또 바뀌었다.

 

이렇듯 '747'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전망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아슬아슬하게 대한민국 하늘을 날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목표에 가까운 경제 성장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오후 (현지 시각) 미국 방문의 첫 일정으로 뉴욕 교포 간담회에 참석해 '747'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세계 원자재 값이 오르는 등 (세계 경제 상황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식량 자급률도 25%에 불과한 우리에게 불리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위기 때마다 더욱 단합하고 지혜를 모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의 후진적 요소를 선진적으로 바꾸면 미국의 저성장에도 우리는 올해 목표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임기 5년간 모든 분야를 선진화 시킨다면 10년 안에 7대 경제대국, 국민소득 4만 달러까지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747'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이 같은 발언이 물가안정을 강조했던 얼마 전 자신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이 대통령은 국내외 경제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시급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긴급 사항은 성장보다 물가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은 "목표 성장 가능"... 장관은 "6% 성장도 어려워"

 

경제 정책의 더 큰 문제는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의 말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747'의 입안자이자,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7% 성장은커녕 6% 성장도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 장관은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747은 정치적 구호"라고 고백했다. 그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등 세계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질지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얘기한 6% 성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미 지난 2월 27일 인사청문회에서 "'747'은 달성 가능한 공약이라기보다는 목표이고, 비전"이라며 '747'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실무 직원의 말은 또 다르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16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새 정부 출범 후 6% 성장 목표를 내세운 지 한 달밖에 안됐다, 그 목표를 현 시점에서 포기,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이 경제 정책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안정을 강조했을 때 강 장관은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성장에 우선하겠다고 말한 게 아니다", "환율은 올라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가들 "경제 정책 종잡을 수 없다, 심각한 상황"

 

이처럼 대통령과 정책당국자가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는 매우 크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잡을 수 없다, 본인들이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다, 굉장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대통령은 관치경제 안하겠다고 하는데 기획재정부는 환율 개입하고, 물가 잡겠다면서 물가 올리는 정책 내놓는 등 모순된 이야기를 계속 내놓고 있다"며 "이자율 낮추고 환율 높여 경제 성장하면 서민 물가는 결코 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이명박 대통령은 7% 경제성장도 얘기하고, 물가 안정도 얘기하고, 강만수 장관은 6% 성장도 어렵다고 하는데, 이건 국민을 혼란시키려고 작심한 것 같다"며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교수는 6% 성장이 어려운 이유로 "세계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질지 몰랐다"고 한 강 장관에 대해 "작년 이 때 전문가들은 다 알았다, 7% 성장을 믿었던 사람 없다"며 "강 장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진짜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정책 당국자가 엇갈리는 신호를 주는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가 깨지고 한국 경제의 안정과 장기적인 성장이 위협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순된 신호는 경제 주체들이 안정된 장기적 전망 하에서 경제 활동하는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경제 환경에 맞게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전망치와 정책 운영기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강만수, #747, #경제,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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