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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7일 저녁 8시 10분]

중국 유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하여 대치를 벌이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하여 대치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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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 참석한 중국인들 수천명이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연대' 집회장으로 몰려가 충돌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 참석한 중국인들 수천명이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연대' 집회장으로 몰려가 충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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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에서 진행된 '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성화봉송을 환영하는 1만여명의 중국 유학생들과,  저지하려는 100여명의 한국 시위대의 충돌 때문. 급박했던 현장 상황을 지면에 담았다.

[중국 유학생] "외신들이여 진실을 말하라"

성화 봉송이 진행된 서울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앞은 행사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붉은 물결이 가득했다. 비가 내렸던 흐린 날씨였지만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위에는 '2008 북경 올림픽' 기념 티셔츠를 걸쳐 입었고, 두 손으로는 오성홍기를 높이 들었다.

중국 국가를 부르며 손을 맞잡은 중국 유학생들은 오전부터 축제분위기였다. "중국 만세", "북경 만세", "올림픽 만세"를 연이어 외친 학생들은 서로 어깨를 걸며 환하게 웃었다.

'중화 민족'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현장에 있던 유학생들은 하나 같이 "Pride of China(중국의 자부심"를 연달아 외쳤다. 또한 그들이 든 피켓에는 "Powerful of China(중국의 강한 힘)", "중국 사랑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티벳 사태는 중국에서 스쳐 지나가는 지역 분쟁 중 하나"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수천명의 중국인들이 오성홍기를 흔드는 가운데 북경올림픽 성화봉송행사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수천명의 중국인들이 오성홍기를 흔드는 가운데 북경올림픽 성화봉송행사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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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북경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서 중국인들이 북경올림픽 반대시위대를 향해 '티베트는 영원히 중국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북경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서 중국인들이 북경올림픽 반대시위대를 향해 '티베트는 영원히 중국땅'이라는 피켓을 들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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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티벳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중국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외신들이여 진실을 말하라"고 외쳤고, "티벳은 1362년부터 중국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유학생은 어색한 한국어로 "외국 다른 나라들은 다 자본주의 국가고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라 해외 언론들이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국외의 나쁜 사람들이 돈을 주고 뒤에서 지시해서 티벳의 착한 사람들을 선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동양대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아침 일찍 올라왔다던 챈즈징, 수이쿤, 양쩐 유학생도 "티벳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직접 티벳을 찾아서 상황을 확인하고, 함께 논의해 봤으면 좋겠다"며 "지금의 언론들은 많이 왜곡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교육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한호씨도 "중국은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라며 "중국은 티벳의 민족 문화를 배려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티벳 사태는 중국의 한 지역에서 일어난 스쳐 지나가는 일"이라며 "해외의 사람들은 너무 많은 항의를 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성화봉송 저지 시민단체] "중국은 올림픽 할 자격 없다"

오전 일찍부터 모여든 중국 유학생들과는 다르게 성화봉송 저지 시민단체는 1시가 다 돼서 자리를 잡았다. 인파도 100여명이 채 안 되는 소수였다. 시위에 참여한 서경석 목사는 "숫자는 적지만 우리가 외치는 양심의 목소리는 전 세계로 퍼질 것"이라며 목에 힘을 줬다.

이들 시위대는 행사 내내 "No human rigth, No olympics"(인권 없인 올림픽도 없다)고 외쳤다. 티벳 지역민과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시위 시작 전에는 경찰과의 대립도 있었다. 평화의 문 앞에 몰려든 중국 유학생들을 본 시민단체 회원들이 "왜 저들만 문 앞에 있나. 우리도 저 곳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목사는 "경찰들이 집회허가를 안 해줘서 이 곳(행사장 길 건너편)에 자리 잡았는데 왜 중국 학생들만 저곳에 몰려 있냐"며 "동일하게 해야지 이게 뭔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중국 학생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이동 금지 조치를 내렸다. 김 목사는 "그렇다면 개인들끼리라도 가겠다"며 으름장을 놨으나 이미 시위장 앞은 의경들로 둘러싸인 상태였다. 송파경찰서 김종민 정보과장은 "중국 학생들은 성화봉송을 환영하는 인파들이고 이 곳은 행사를 저지하겠다고 신고한 분들이니 막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 유학생들과 충돌하여 격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 유학생들과 충돌하여 격렬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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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회책임 등 63개 단체로 구성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연대' 회원들이 27일 오후 성화봉송 행사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기독교사회책임 등 63개 단체로 구성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저지 시민연대' 회원들이 27일 오후 성화봉송 행사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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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북한인권단체... "중국은 올림픽 성공 위해서도 인권 좌시 말아야"

오늘 온 시위 단체들은 대부분 '탈북자 인권'을 옹호하는 종교계, 시민사회계 단체들이었다. 북한인권단체연합회 후원회원 박대석씨는 "헌법상 탈북자는 모두 우리 국민"이라며 "인권유린 중인 탈북자 문제를 중국 정부와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경찰과 충돌 없는 범위 내에서 움직임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규호 목사도 "중국정부는 수많은 탈북자들을 지속적으로 죽음의 땅 북한으로 강제소환하고 있다"며 "북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인권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티벳 사태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가장 앞에서 시위대를 진두지휘하던 서경석 목사는 "티벳의 독립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기 나온 사람들의 외침은 중국비자 못 받을 거 각오하고 나온 양심적인 목소리"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서 목사는 "중국의 만행에 대해 규탄하는 것은 세계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 동포는 물론이고 고난단하는 티벳 국민의 인권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돌] 이성 잃은 중국 유학생, 속수무책 경찰, 당황한 한국 시위대

성화 봉송이 있기 전, 건국대에서 공부중인 중국의 한 유학생은 한국 시민단체의 '성화봉송 저지' 시위에 대해 "때리고 싶지만 한국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평화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동양대 챈즈징 유학생도 "(서로 충돌하는) 그런 상황은 없었으면 한다. 한국경찰과 중국 사람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시위대의 격한 '봉송저지' 목소리를 들은 순간, 1만여명의 붉은 물결은 이성을 잃었다.

폴리스 저지선을 뚫은 중국 학생들은 곧바로 한국 시위대가 있는 장소로 돌진했고, 순식간에 행사장 앞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중국 학생들의 성난 움직임을 막기 버거워 보였다. 방어선을 뚫린 경찰들은 급히 시위대 바로 앞에서 저지선을 구축했으나 이미 시민단체와 중국학생들과의 충돌이 몇 차례 있은 후였다.

중국 유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시민들과 충돌하여 오성홍기를 휘두르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시민들과 충돌하여 오성홍기를 휘두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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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이 벌어지자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광장앞에서 성화가 출발한 뒤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이 벌어지자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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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투척에 폭력 충돌까지... "중국 만세"-"북경 만세"

코앞까지 다가온 중국 학생들을 향해 한국 시위대는 계속해서 "No Human Right, No olympics"(인권 없인 올림픽도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격분한 중국 학생들은 물통과 깃대 등을 던지며 강하게 항의했다. 심지어 음식물 등의 오물투척도 이루어졌다.

경찰과의 충돌도 심했다. 중국 학생들은 계속해서 한국 시위대 쪽으로 밀고 들어왔고, 경찰은 방패 등을 이용해 막았지만 흥분 상태인 중국 학생들과의 폭력 충돌은 불가피했다. 중국 학생들은 "한국 경찰들이 우리를 마구 때린다"며 불쾌감을 감추질 않았고, 경찰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막기에 바빴다.

한국 시민단체 회원들과의 충돌도 이어졌다. 한 중국 여학생이 폴리스 라인을 뚫고 한국 시위대쪽으로 접근했고, 시민단체의 한 여성회원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오고 갔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 광경을 본 중국 학생 30여명은 경찰 저지선을 뚫고 한국 시위대가 자리하고 있던 올림픽 공원 건너편 인도로 진입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오성홍기를 흔들며 "중국 만세", "북경 만세"를 외쳤다.

한국 시위대 회원과 주먹다짐을 했던 이름을 밝히길 꺼린 중국의 여자 유학생은 "왜 한국경찰과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를 폭력적으로 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올림픽은 스포츠이지 정치 아니다"

중국학생들이 이렇게 격분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 어학당에서 공부한다는 손성 유학생은 "올림픽은 운동이지 정치가 아니다"며 "우리는 그냥 성화를 보러 왔을 뿐인데 저기서 이렇게 정치적인 문제로 우리의 축제를 가로 막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성씨에 따르면 중국인들에게 올림픽의 의미는 "승리, 평화, 그리고 경제 살리기"라는 것.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백서륭씨도 "저들이 외치는 북한인권문제는 우리랑은 상관없는 한국의 남한과 북한의 문제가 아닌가"라며 "왜 우리의 축제를 이런 식으로 방해하려 하는지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청주대학교의 우쥔징 유학생도 "화난다. 정말 말을 못하겠다"면서 "평화적으로 성화봉송하고 올림픽 한다는데 왜 티벳과 북한이 나오냐"며 언성을 높였다.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북경올림픽 성화봉송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평화의문 부근에서 탈북자 문제 등 중국인권상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회원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깃발을 휘두르며 옷을 잡아 당기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북경올림픽 성화봉송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평화의문 부근에서 탈북자 문제 등 중국인권상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던 시민단체 회원에게 중국 유학생들이 깃발을 휘두르며 옷을 잡아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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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 한국사회서 어떤 배척받을지 걱정"

하지만 한국의 봉송저지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달랐다.

서경석 목사는 "우리가 내는 정의의 목소리를 어떻게 저런 몰상식한 행동을 통해 막으려 드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중국 유학생들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어떤 배척을 받게 될지 참으로 걱정 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규호 목사도 "대한민국 국민이 합법적으로 시위하는 것을 남의 나라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이렇게 무차별하게 막을 수 있느냐"며 "지식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이어 김 목사는 "탈북자는 강제북송하고, 티벳은 무력진압 하더니 우리의 평화시위마저 무자비하게 가격하는 저들의 모습은 폭도가 아니고 뭐냐"며 "중국은 올림픽 개최할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올림픽 공원 앞에서의 중국 유학생과 한국 시위대간의 충돌은 성화봉송이 시작된 2시30분 경부터 3시30분경까지 1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다행히도 심한 부상자는 없었다.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수천명의 중국인들이 오성홍기를 흔드는 가운데 북경올림픽 성화봉송행사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수천명의 중국인들이 오성홍기를 흔드는 가운데 북경올림픽 성화봉송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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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출발한 북경올림픽 성화 주자를 경찰이 경찰버스와 병력을 동원해서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을 출발한 북경올림픽 성화 주자를 경찰이 경찰버스와 병력을 동원해서 겹겹이 에워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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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열리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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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화봉송, #중국, #티벳,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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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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