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이 완연한 숲을 걷다보면 지천에 피어나는 꽃들로 인해 눈과 마음이 행복해 집니다. 그렇게 봄 숲을 걷고 또 걷다보면 매년 만나는 꽃보다 만나지 못했던 꽃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때론 그 마음이 지나쳐서 활짝 웃는 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도 있지요.
 
그러니 보고 싶어하는 꽃 목록에 들기에는 쉽지 않은 작은 꽃, 게다가 만나면 '이것도 꽃?'할 정도로 못 생겼으니 사람들 눈에 띄기가 쉽지 않습니다. 꽃은 본 적이 없다해도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한 번쯤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이니 사람들과 아주 친숙하고 가까운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달래', 아마 이른 봄 알뿌리와 이파리를 먹을 때와 모습이 조금 달라서 '이게 달랜가?'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보이는대로 봄나물로 자신의 몸을 보시(普施)하고도 넉넉하게 남아 꽃을 피우고, 봄이 오면 봄나물 중의 맏형노릇을 하며 피어납니다.
 
달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대체로 이파리가 하나면 꽃도 하나, 둘이면 꽃도 한 줄기에서 두 개가 피어납니다. 봄에 잎과 알뿌리를 캐어 생으로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쌈을 먹을 때 넣어 먹어도 그만입니다.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봄기운이 뚝배기에 넘쳐나니 달래무침, 달래된장국, 달래김치, 달래나물, 달래간장 등을 상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봄맞이 가자>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 달래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그 많은 봄나물 중에서 가장 앞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인기가 좋다는 증거겠지요. 봄나물로 먹을 때는 꽃이 없으니 이파리와 알뿌리가 인기가 좋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만 꽃이 피었을 때도 이파리가 더 예쁘다고들 하니 꽃이 머쓱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래의 꽃을 담을 때는 꽃보다도 이파리를 어떻게 처리했는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나 그 작은 꽃임에도 얼마나 당당하게 피어나는지 모릅니다. 줄기가 꼿꼿하고, 작은 꽃임에도 하늘을 바라보고 피어납니다. 남이야 알아주든 말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듯하여 기분이 좋습니다.
 
 
달래는 마늘과 파의 친구격입니다. 아시다시피 마늘, 파가 없다면 밋밋해질 우리 음식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매운 성격을 가진 음식들은 정강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위가 좋지 않으신 분들은 너무 많이 먹으면 안좋습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안되겠지요.
 
중도를 걷는다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든다는 것, 그것은 회색분자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옳은 것, 선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 본래의 의미였을 것입니다.
 
 
달래,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이지만 그도 꽃입니다. 달래꽃을 보고는 작고 못 생겼으니 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작아도 꽃, 못 생겨도 꽃입니다. 심지어는 고약한 향기를 품고 있어도 꽃입니다.
 
작고 못생긴 것들이 발붙일 수 없는 사회, 그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오로지 잘 생긴 것들, 큰 것만 활개를 치고 인정을 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못 생긴 것은 못 생긴 것대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못 생겼습니까, 아니면 잘 생겼습니까? 아니면 작습니까 혹은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어떤 것이든 상관 없습니다. 당신이 어떤 위치에 있다고해서 남에게 손가락질을 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기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당신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회가 그걸 인정해 주지 않는가요? 진정 그렇다면, 그래서 문제라면 제정신이 아닌 이 사회를 바꿔야겠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달팽이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달래, #봄나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