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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산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 코스 안내판
▲ 안내판 대덕산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 코스 안내판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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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재, 일명 두문동재라고도 부른다. 두문불출로 유명했던 고려의 충신들 일부가 이곳에 숨어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지명의 뜻을 통해서만 그들의 행적을 겨우 짐작할 뿐이다. 지금은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지로 알려진 금대봉에서 분주령을 거쳐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때 이른 더위에 이상기온이라 투덜대며 살던 사람들의 옷차림은 허술하기만 했다. 태백 고원지대의 기온도 자신들이 사는 평지나 다름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싸리재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리며 걸었다.

싸리재에서 군데군데 피어있던 야생화가 금대봉으로 접어들면서 산자락 전체가 꽃밭이 되어 덮고 있었다. 꽃 이름 물어 익히려는 사람,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려는 사람, 허리 굽혀 꽃의 모습을 요리조리 살피는 사람들로 야생화 군락지의 정적이 사라졌다.

길 안내 겸 야생화 설명을 위해 태백 생명의 숲 회원 몇 분이 동참해주었다.

얼레리 꼴레리 놀리니까 부끄러워 고개 숙인 모습
▲ 얼레지 얼레리 꼴레리 놀리니까 부끄러워 고개 숙인 모습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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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이 얼레지 꽃입니다. 7년에 한 번 피는 꽃입니다.”
“정말 귀한 꽃이네요.”
“그럼 내년에는 얼레지 꽃 볼 수 없나요?”
“내년에 한 번 더 오셔서 확인해 보세요.”

외롭게 솟아올라 바람을 맞으며 피어난 꽃
▲ 홀아비바람꽃 외롭게 솟아올라 바람을 맞으며 피어난 꽃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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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은 홀아비바람꽃입니다. 줄기 하나 외롭게 올라와 피었다고 붙여진 이름이지요.”
“맞아요. 그 외로움이 느껴져요.”

가족들이 함께 참가한 답사에 외롭게 혼자 참가했다고 결혼 추진위원회라도 만들어 달라던 김 선생님의 농담에 모두 환하게 웃었다.

꽃도 아닌 것이 꽃으로 위장하고 있는 모습
▲ 괭이눈 꽃도 아닌 것이 꽃으로 위장하고 있는 모습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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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괭이눈입니다. 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힘들지요. 그래서 잎이 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벌과 나비를 유혹합니다. 꽃도 아닌 것이 꽃처럼 보여 수정을 하는 것이지요. 수정에 성공하면 색깔이 일반 잎처럼 녹색으로 변합니다.”

너무 작은 꽃 주변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오기 위해 꽃 주변 잎을 노란 색으로 위장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신기한 자연의 섭리가 느껴졌다.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말고도 많은 꽃 이름을 들었다. 보라색 현호색, 노란 양지꽃 하얀 태백제비꽃, 꿩의바람꽃, 별꽃, 괭이눈 등등 ….

갖가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룬 모습
▲ 야생화 군락지 갖가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룬 모습
ⓒ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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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름 들으니 헷갈려요.”
“꽃 이름 다 외우려 하지 마시고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만 가세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리라. 모든 걸 다 가지려 애쓰며 사는 사람들, 무한 경쟁을 공공연하게 부추기는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자연 속에 들어와서도 모든 걸 다 가지려 욕심을 부린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가면 될 뿐인 것을.

분주령에 만개한 괴불주머니
▲ 괴불주머니 분주령에 만개한 괴불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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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보며 느끼며 산길을 걷다보니 괴불주머니꽃 만개한 분주령에 도착했다. 험한 길은 아니지만 산길을 두 시간을 넘다보니 힘이 들어 잠시 머물러 쉬었다.

“지금이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입니다. 다음 주에 오셨으면 꽃이 진 모습만 보셨을 겁니다.”

하얀색 꿩의바람꽃
▲ 꿩의바람꽃 하얀색 꿩의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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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현호색
▲ 현호색 보라색 현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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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는 사이 태백 생명의 숲 홍진표 사무국장이 말씀하셨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2주도 안 되는 이곳에서 봄꽃 야생화가 가장 만개한 때가 지금이라고 한다.

“그렇게 짧은 기간 피었다 지니 참 바쁘겠지요? 벌, 나비 불러들여 수정도 해야 하고 열매도 맺어야 하니까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꽃 예쁘다 냉큼냉큼 꺾어들기 일쑤랍니다.”

야생화 군락지에서 야생화를 감상할 땐 눈팅만 하고 손팅은 하지 말자고 당부도 했다. 꽃 피워 열매 맺으려는 풀들의 분주한 마음을 이해하자는 따뜻한 마음이 가슴에 와 닿았다.

한줄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돌배나무 하얀 꽃잎을 흔들고 지나갔다.

덧붙이는 글 | 지난 5월 3일부터 4일까지 1박 2일간 강원역사교사모임에서 영월, 정선, 태백 지역의 문화 및 자연 유산 답사를 실시했다. 그 첫 번째 기사로 정선 대덕산 금대봉 일대 야생화 군락지 답사에 대한 기사다.



태그:#금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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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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