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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의 13일자 방영분,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방영돼도 문제, 안돼도 문제"였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놓은 입장인데다가 보수언론과 일부 한나라당 인사들의 '촛불문화제 음모론' 등과 맞물려, 방영이 안될 경우에는 그 논란에 '쐐기'를 제공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방영이 된다면, 분명히 정부 측 방침과 상반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기에 반대 측 논리에 더욱 강력한 명분을 주면서, 국민들의 반응도 그에 따라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14일만 해도 촛불문화제 일정이 잡혀 있으며, 17일에는 '청소년 촛불문화제'가 예정돼 있다. MBC <100분 토론>과 KBS <심야 토론>에 이어 < PD수첩 >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말 그대로 '쐐기'가 된다.

 

미국육우목축협회장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100분 토론> 방영을 기점으로, 우리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나 광우병 위험과 관련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황우석 사태' 이후, 전국민이 이렇게 과학자 다 될 정도로 과학적인 정보의 틈바구니에서 관심과 고민을 기울여야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실로 오랜만이다.

 

< PD수첩 > 13일 방영분은,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29일 방영 이후에 나온 '반대 측 논리'와 정부 측 논리의 헛점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는 것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이나 인터넷 등, '문자'에 의존해 정보를 받아들였던 국민들은 시각적으로 편리한 영상 덕분에 한결 쉽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4월 29일 방영분에서는, 일본에서 2007년 8월에 수입됐다가 '뼛조각'이 발견돼 '수입 일단 유보'와 '전수검사 비율을 1~2%에서 10%로의 확대'를 결정한 계기가 된 '내셔널비프'가 큰 파문이었다.

 

수원의 모 냉장보세창고에 이 문제의 '내셔널비프'가 한가득 저장돼 있는 것이 발견된 것도 그렇지만, 주일 미국 대사관 측이 "다른 나라로 수입될 물건이 일본으로 잘못 들어왔다"고 해명함에 따라, 그 '다른 나라'란 한국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아다닌 것이다.

 

이번 13일 방영분에서는 '앤디 그로세타(Andy Groseta)'라는 이름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PD수첩 >은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및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라는 촛점 속에서 '정치적 의도'에 대한 보도 장면을 내세웠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에 카메라를 들고 신기한듯 이 장면 저 장면 열심히 찍어대는 큰 체구의 미국인을 중요 표시와 함께 화면에 내보낸 것이다.

 

 

 

앤디 그로세타, 그는 미국육우목축협회(The 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NCBA)의 회장이다. 당시, 그는 '미국정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의 참석은,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 축산업계의 압박"이라고 해석한 언론도 많았다.

 

"미국이 25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파견한다고 발표한 대표단 중 미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타 회장 당선인이 포함돼 있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시장 개방 압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2월 17일자 기사 <이명박 대통령 취임 특사에 美, 육우협회장 포함 '논란'>의 일부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비준과 연계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는 25일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미 육우목축협회 앤디 그로세타 회장 당선인이 참석키로 했다는 것은 수입 개방의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서울신문> 2월 20일자 사설 <美 쇠고기 안전성 믿을 수 있겠나>의 일부

 

앤디 그로세타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참석이,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한 미국의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대통령 취임식 경축특사단에까지 특정 이익단체의 대표를 포함시키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그로세타 회장이 특사 명단에 낀 점을 미국 쪽에 지적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2월 18일자 기사 <‘미 쇠고기 첨병’도 취임식 참석>의 일부

 

앤디 그로세타가, '한국의 쇠고기 수입 개방'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목축협회는 2004년 8월엔 부시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를 발표했다. 그러므로 그로세타 회장이 지난달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공식 성명에서 '부시 행정부에 크게 감사한다'고 발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올해 초 방한 때 한국에 미국 쇠고기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알게 됐지만 '정치가 장애물이 됐다'고 썼다. 이어 그는 '(자유무역을 위한 해결책은) 공정한 무역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 무기고의 모든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5월 7일자 기사 <누가누가 더 정치적인가>의 일부

 

"CCC(Cattlemen's Capitol Concerns:NCBA가 매주 발행하는 소식지)에 따르면, 그로세타 회장은 'NCBA와 미국 축산업자를 대표해서 한국에 온 것이 무한한 영광이다. 이번 방문에 고무되어 있다'고 밝힌 뒤 '미국이 한국과의 쇠고기 무역을 곧 재개할 것으로 확신한다. 결국 우리는 이런 무역관계를 한미FTA협정으로 더욱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10일자 기사 <미 축산업계, '쇠고기 개방' 지난 2월 알았다>의 일부

 

"공정한 무역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 무기고의 모든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이라고 외쳤던 앤디 그로세타, 그를 대표자로 내세운 NCBA는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계기로, 2004 미국 대선에서 '부시 지지'를 선언한 댓가를 톡톡히 받았다.

 

그뿐인가? 회장이란 사람이 해당 국가의 대통령 취임식에까지 참석해 관광도 겸하면서 기념할만한 사진도 잔뜩 찍었으니, 이만한 댓가가 어디에 있을까?

 

농림수산식품부는 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요구했을까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민 감정'에 기름을 부은 사건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 PD수첩 >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 및 고발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정정 및 반론 보도'를 요구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PD수첩이 미국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주저앉은 소(downer cow)의 동영상을 방영하고 곧이어 인간 광우병 의심 증상으로 숨진 '아레사 빈슨'을 소개해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과 직접 연관됨을 강력히 시사했다. 하지만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광우병을 비롯해 대사 장애, 골절 및 상처,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어 꼭 광우병과 연관되지 않는다."

 

"소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광우병을 비롯해 대사 장애, 골절 및 상처, 질병으로 인한 쇠약 등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어 꼭 광우병과 연관되지 않는다"는 부분은, 13일 방영분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됐으니 그렇다고 치자. 이제 논란의 화두는 '아레사 빈슨'이다.

 

물론,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vCJD라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 PD수첩 >은 중요한 부분을 언급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은 vCJD가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아레사 빈슨의 유가족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 PD수첩 > 측의 '공식 문의'에 대해서도 답은 없었다고 한다. 공식 발표는 일단 7월초로 예정된 상황, 이런 엇박자는 왜 일어났을까?

 

재미있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과연 vCJD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입장이냐는 것이다. 그 의문은, '앤디 그로세타'라는 이름으로부터 빚어진 논란에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지 선언'으로 큰 도움이 된 마당인데다가, 미국 축산업계가 정계에 행사할 수 있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과연, 그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일까?

 

OIE 맹신론에 '쐐기' 박다

 

< PD수첩 >은 모든 발언 끝에 OIE(국제수역사무국)을 내세우는 정부 측 관계자에게 강력한 한방을 남겼다. 그 근거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물론 OIE는 국제기준이며, 일본 역시 OIE 가맹국이기 때문에 OIE 기준이 '스탠다드'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국제기준이 일본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에게 있어 OIE의 권고는 최소 기본사항입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는 OIE의 기준보다 좀 더 엄격하게 기준을 세워둡니다."

 

 

"그건 권고사항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국가에 강요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OIE 기준'을 수용하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바베이도스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통계자료가 제시됐다.

 

 

자, 이래도 말끝마다 OIE 운운하면서, "미국을 신뢰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이야기를 할 생각일까?

 

정부 반응 만만치 않겠지만, 그럴수록 촛불은 더 번져나갈 것

 

< PD수첩 >의 후속방영을 계기로, 촛불은 더욱 번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14일과 17일에 문화제가 예정돼 있으며, 정부 측은 15일로 예정된 '정부 고시'를 미룰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제시해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이명박 정부가 두달 반 가량 보인 정부 구성원들의 재산 축적 행태, '민영화' 아니면 답이 없는 것인양 어지간한 공공부분은 모두 '민영화'를 운운하는 현상, 등등 문제된 구석이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경찰과 교육당국까지 나서 '공안정국'인 것처럼 '촛불문화제'에 대해 수사와 검열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 고시 연기'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보다 더 근본을 따져봐야 할 때다.

 

< PD수첩 >의 송일준 프로듀서의 반응대로 "일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신문"도 날이 갈수록 그 '눈 가리고 아웅'의 정도가 거세지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 PD수첩 > 자체에 대한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반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촛불'은 더욱 번져나갈텐데, 이명박 정부는 과연 어떤 해답을 제시할까? 분명한 것은, 이명박 정부는 이미 '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해볼 생각인지, 추측조차도 불가능하다. 그속에서 피해보는 것은, 우리 아이들, 나아가 우리 모두다. '광우병 위험'은 정치적 지지 성향을 가리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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