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의 입술에 형형색색의 빨래집게가 물려졌다. 버시바우 대사의 입을 집기 위한 스태플러 모형도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22일 오후 미 대사관 앞에서 한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다. 대책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지난 21일 사전예고 없이 전화를 걸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를 주장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말한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규탄했다.

 

통합민주당의 설명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에게 'anxiety(실망)'와 'disappointed(실망한)'라는 표현을 쓰며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민들에게 불안을 야기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민주당은 이에 대해 "형식도, 내용도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며 미 대사관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손 대표와 사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그 내용이 공개돼서 놀랐다"며 오히려 통합민주당과 언론의 태도를 탓했다.

 

하지만 이날 미 대사관에 모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회원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가 우습게 보이냐? 닥치고 재협상해라!"

 

이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사태를 맞아 불안과 분노에 가득한 우리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외교적 폭거이자, 국제정치적 도발"이라며 "한미 양국의 진정한 이익 증진과 건강한 관계발전을 위해서는 전면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바로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미국인들도 적극적으로 식용을 기피하는 30개월 이상 소의 안전성을 강조한 버시바우 대사는 도대체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지, 우리 국민의 합리적인 우려를 무시하는 발언은 무슨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버시바우 대사는 우리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개방 압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일개 외국 대사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토론이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사전대화'를 빌미로 전화해 훈계할 수 있겠냐"며 "제1야당 대표를 장기판 졸로 봤어도 할 수 없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제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권력이 얼마나 큰 지, 우리가 정부를 잘못 선택하면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초국적 자본을 위해 복무한다는 사실도 잘 알게 됐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규제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도 "버시바우 대사가 야당 대표에게 '협박'한 것은 예의 문제를 제쳐두고서도 우리나라 국민에게 모욕적인 처사"라며 "국민이 어떻게 이에 답해야 하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집행위원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저항에 못 이겨 '수입업자들이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미 무역대표부로부터 '유감이다'라는 말을 듣는 등 마치 재벌 회장에게 월급쟁이 사장이 꾸지람 받는 모양새를 보였다"며 "이제 더 이상 참아서는 안된다. 자존심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윤희숙 부의장은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가 국민을 무시하니 외국 대사가 야당 대표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책임을 강조하고 즉각 재협상에 나설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태그:#광우병 쇠고기, #버시바우 대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