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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을 들고 나온 데 이어 국내법 정비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참에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과 유통을 막는 기준을 법으로 못박으려는 의도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를 무기한 연기한 만큼 국내법을 서둘러 정비하면 재협상 때 유효한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고시가 관보에 게재되기 전까지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충돌도 피할 수 있다.

 

"광우병 쇠고기 대책 전무... 이 기회에 법으로 기준 못박아야"

 

"한국은 사실상 광우병 쇠고기 유통을 막을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수의사)의 말이다. 현재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있긴 하지만, 광우병 쇠고기 유통을 막기엔 너무 허술하다.

 

박 국장은 "그간 우리 정부는 광우병 감염 소가 발생할 경우 소각조치를 취하겠다는 수준의 안이한 대응을 해왔다"며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한 법률 대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 때 미국이 원하는 대로 시장을 다 내줄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이런 논리 부족 때문이다.

 

박 국장은 "식품 유통에 관한 국내의 안전 기준이 높으면 외국과 협상할 때 같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이는 수입품과 국산품의 차별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기준에 비춰봐도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좋은 예다. 일본은 지난 2001년 9월 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발 빠른 조치를 취했다.

 

일본 내 도축장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의 제거와 소각을 법령으로 의무화하고 모든 도축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21개월과 23개월짜리 소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근거로 미국과 쇠고기 협상 때 '20개월 미만' 연령 제한을 관철시켰다.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선 정치권... 민주·민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착수

 

최근 정치권이 뒤늦게 국내 광우병 대책 마련에 나선 건 다행스런 일이다. 현재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광우병이 발생하거나 발생이 의심되는 국가로부터는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은 소 ▲20개월령 이하의 소 ▲이력추적으로 연령파악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소 ▲광우병 검사를 거친 소에서 유래한 살코기만 수입·유통을 허용한다는 것이 주요 뼈대다.

 

또한 수출국이 이같은 조건을 어겼을 때는 국내로의 쇠고기 수입과 유통을 중단한다는 점도 못박았다.

 

다만 개정안 내용 중 수입소의 월령제한을 놓고 민주당은 '30개월령 이하의 소'로, 민주노동당은 '20개월령 이하의 소'로 규정하자는 차이가 있을 뿐 골격은 비슷하다.

 

선진당 "광우병 특별법 발의 준비"... 큰 틀에선 야3당 공조원칙 유지

 

자유선진당은 '광우병 예방 및 대책에 관한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박선영 대변인은 "가축전염병예방법은 가축 전반의 전염병에 관한 법률"이라며 "광우병에 대해서만 따로 예방 및 사후 대책을 규정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그간 정치권이 광우병을 막을 제대로 된 법 하나 만들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며 "법안이 마련되는대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야3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이든 광우병특별법 제정이든 큰 틀에서 공조한다는 원칙은 유지하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다른 두 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내고 우리는 독자적인 특별법안을 내기는 하지만 법안심사 과정에서 자연스레 합의점을 찾게 되지 않겠느냐"며 "야3당이 공조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여당은 수용 거부... 전문가들 "법 정비 서둘러 재협상 때 '카드'로 써야"

 

한나라당은 이같은 야당의 법 정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국제 협약을 국내법으로 제한하자는 취지"라며 "이런 식이면 한국 정부와 협상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국제협상 문제는 국제법으로 풀어야 한다"며 "법 체계상으로도 문제가 많고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야당의 개정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야권과 전문가들은 장관 고시 게재를 최대한 미루고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상표 국장은 "장관 고시를 연기하고 국회가 서둘러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등) 관련 법을 처리해야 한다"며 "그런 다음 법에 못박은 기준을 미국과 재협상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3당 "대통령, 재협상 선언할 때까지 국회 등원 거부"

 

한편, 야3당은 4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할 때까지 국회에 등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혜영(민주당)·권선택(선진당)·강기갑(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의 쇠고기 재협상 선언이 있을 때까지 18대 국회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우리는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협상을 선언하고 즉각적인 재협상에 착수할 것과 아울러 전 내각의 총사퇴와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야3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진압과 정부의 자율규제협정 추진도 비판했다. 이들은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 나선 국민이 경찰의 물대포와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개원은 국민의 분노하는 심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미국의 수출업자들에게 이른바 '자율규제협정'이라는 것을 맺어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며 "이는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을 모욕하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쇠고기 재협상 촉구결의안 채택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은 정상적인 국회 개원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지만 한나라당은 거부했다"며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태그:#한미 쇠고기 재협상, #미국산 쇠고기,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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