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일 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관 앞에 '촛불'이 몰려들었다. 두 손으론 'KBS 표적 감사 중단', '이 작은 촛불로 공영방송 KBS 지켜드릴게요'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고, 입으로는 "KBS 국민방송, 최시중은 물러나라" "표적감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다음 '아고라'의 글을 보고 모인 누리꾼들이다. 아고라에는 '공영방송 KBS를 지킵시다' '특별감사를 철회시키기 위해 모입시다'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뜻을 모은 누리꾼들이 이날 저녁 6시 30분경부터 KBS 본관 앞에서 촛불을 들게 된 것이다. 

 

저녁 8시 30분경부터는 시민 300여명이 KBS 본관을 에워싸는 '인간 띠잇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유학 중에 지난 주 잠시 귀국했다는 오종혁(24)씨는 "(11일부터 시작된 KBS 특별감사를) 못 하도록 막자는 의미에서 띠잇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정권 차원의 언론탄압을 중단하고 공영방송을 지켜내기 위해 이렇게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 앞 시민들도 대거 합류... "공영방송 절대 뺏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날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 200여명도 동참해 밤 9시 30분경부터는 500여개의 촛불이 KBS 본관 앞을 환하게 밝혔다. '촛불'은 자정이 다 되도록 KBS를 떠나지 않았다. 

 

시청 앞 촛불 문화제가 끝나고 시민들에게 여의도로 같이 갈 것을 제안했다는 재수생 주장범(20)씨는 "뉴라이트 세력에 의해 주도된 KBS 감사는 분명 의혹의 소지가 많고, 정권 차원의 공영방송 장악 움직임에 대해 이제는 국민이 나서서 보호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시민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지하철을 타고 KBS 본관 앞으로 이동해 촛불을 나눠들게 됐다.

 

일러스트레이터 임태용(34)씨는 "예전부터 방송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아고라에서 정권의 잘못된 시도에 대해 우려하며 모임을 갖자고 해서 이렇게 참여하게 됐다"며 "걱정스러운 것은 감사뿐 아니라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 차원의 보이지 않는 음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씨는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가 기용된다면 방송의 내용은 편파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을 한다는 최기운(52)씨는 "그 동안 국민들이 계속해서 촛불을 들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도 안했을 뿐더러 한편에서는 집요하게 언론장악 시도를 하고 있었다"며 "YTN·아리랑TV의 낙하산 인사, 그리고 KBS 특감이나 정 사장 퇴진 움직임 등이 모두 이 음모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최씨는 "정부는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말 안 듣는 언론을 길들이려는 정권의 음모에 맞서, 시민들이 KBS 표적감사와 같은 부당한 외압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현철(36)씨는 "안 그래도 요즘 '(정부의) 언론장악 움직임이 심각한데 우리가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터에 아고라에서 KBS를 구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명박 정부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만들고,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기 위해 계속해서 뻔히 보이는 수를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여성시민은 "대통령보다 중요한 것이 언론"이라며 "언론마저 대통령과 가까워지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장악해 공공성을 잃는다면 이 나라는 더더욱 상위 1%를 위한 나라가 될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KBS노조와 밥상 따로 차려... "정연주 사장 문제, 사내 권력투쟁으로 보인다"

 

한편 시민들은 '정연주 퇴진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KBS노조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KBS노조 측에서 본관 앞에 설치해 놓은 '정연주 퇴진'과 관련된 내용의 만장 수십 개를 쓰러트리며 "우리는 정 사장 퇴진에 반대하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살 수 있어 눕히고 촛불을 들겠다"고 말했다.

 

최기운(52)씨는 "사장이 좋고 말고는 조합원들의 취향이지만, 공영방송 KBS사장을 회사 내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음모로부터 지키고, 법적으로 보장된 사장의 임기를 채우도록 하기위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우리가 결과적으로 정연주를 비호하게 됐지만 그를 지키러 온 것이 아니라 KBS를 지키러 온 것"이라며 "사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이 쥐고 있는데 정 사장이 퇴진하고 나면 어떤 사람이 임명될 지는 뻔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정부의 언론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언론인들이라면 현재 눈에 핏대를 들고 달려드는 방통위와 정부랑 싸워야지 왜 항상 정연주 사장만 붙잡고 늘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이거는 공익적 목적이 아닌 사내 권력투쟁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회사원 임동하(40)씨는 "우리는 KBS 노조가 어떤 생각인지도 모르고, 정연주 사장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고 전제한 뒤, "다만 최시중 위원장과 이 대통령이 공영방송을 지킬 수 있는 사장을 임명할만한 사람들이라면 시민들이 뭐 하러 여기 왔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임씨는 "시청료를 내는 국민들이 와서 KBS 표적감사를 막고 공영방송을 지키겠다고 나섰는데 노조가 함께 돕지 못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고 말했다.


태그:#KBS, #아고라, #특별감사, #KBS 노동조합, #한국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