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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종착역에 다다른 것 같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최후의 선택만이 남았다. 역사는 촛불시위를 어떻게 기록할 것이며,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에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최후 선택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토론을 하고자 한다…<기자 주> 

 

이명박 정부가 위기다. 단순히 국정운영 지지도의 하락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하야하는 상황을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만큼 신뢰의 위기, 정당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묻지마 투표'를 통해 상대후보와 거의 두 배 가까운 520만 표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차이로 당선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만에 10%를 넘나드는 지지도를 보이며 휘청거리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역대 어떤 정부도 이렇게 집권초기에 무너진 사례가 없기에 그렇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동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쇠고기 수입 파동은 휴화산이었던 국민의 분노가 붉은 용암으로 터져 나오도록 한 결정적 계기일 뿐이다. 이미 화산은 터졌고, 용암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은 다 아는데 정부만 모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화산은 멈추고 용암은 식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꼼수를 두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해결에서부터 인사문제, 남북문제 등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 쇄신보다는 임기응변식의 땜질처방에 몰두하고 있다.

 

국민은 다 아는데, 이명박 정부만 모른다. 결론은 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힘에 의해 하야하거나, 국민들이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역사에서, 공화정이 실시된 이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민이 주권을 포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다. 번지수를 잘못 알고 전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다.

 

왜일까?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공화국인데, 이명박 정부는 왕권신수설이 지배하고 일부 영주가 주권을 행사하던 봉건시대에 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영주는 일부 보수언론과 극우보수단체, 특정지역, 특정계층, 특정종교이다. 일반 국민들이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면서 비웃는 말에 이미 다 포함되어 있는 내용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힘에 의해 끌려 내려오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다섯 가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지금 이 시기 이명박 정부가 가장 명심해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첫째] 광우병 우려 쇠고기 협상, 재협상만이 해결책이다

 

미국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반드시 재협상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정부는 수출입업자의 자율규제니 추가협상이니 하면서 국민의 시선을 흐리고 시간 끌기에 몰두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국민들이 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 국민만큼 살기가 고단하고 힘든 사람들은 없다. 국민들은 지금 누구의 지시를 받고 촛불집회에 나설 정도로 배부르고 한가하지 않다. 그런 국민들이 왜 만사 제쳐두고 촛불을 들었는가? 초등학생에서부터 주부, 노인, 장애인 할 것 없이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정부만 모르고 있다.

 

정부가 이른바 검역주권, 다시 말해 국민 건강주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최후의 보루로서 주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정부가 포기한 주권을 다시 가져오지 않는 한 국민의 저항은 식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최종 권한을 정부가 포기하거나,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 승인권을 미국에 넘겨준 것,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30개월 월령표시 의무 조항을 포기한 것, 광우병 전수 조사 등을 하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허용한 것은 국민의 건강주권을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에 대해서는 국민 건강주권 차원에서 정부가 모든 검사권한을 가져야 함에도 미국의 처분에 의탁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백한 검역주권, 국민 건강주권의 포기다.  

 

건강주권의 핵심내용인 수입위생 조건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배타적 검사권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미국과 쇠고기 협상 내용의 본문을 개정하는 재협상에 착수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존재할 수 없다. 자율규제니 추가협상이니 하는 것으로 국민 건강주권의 침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

 

국가의 가장 기본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쇠고기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건강주권 포기는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은 화산의 용암이 분출되는 화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먼저 이것을 막아야 한다.

 

주권은 영토, 국민과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3요소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바보야! 문제는 주권포기야." 주권은 다른 어떤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되지 않는 불가침의 독립성이다.

 

 

[둘째] 노골적인 지역주의 부활, 탕평책 실시해야

 

둘째, 화산의 화구를 통해 용암이 분출할 때는 오랫동안 지하에서 암석이 고온으로 가열되어 부글부글 끓는 마그마가 생성된다. 이명박 정부가 만들어낸 두 번째 마그마는 무엇일까. 지역주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통해 서서히 사라져 가던, 최소한 휴화산으로 쉬고 있던 지역주의를 이명박 정부가 다시 부추기고 있다.

 

역대 지역주의의 핵심은 인사차별과 지역발전 차별이었다. 청와대 수석과 총리, 장차관 인사는 지역주의의 전면적 부활이었다.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 내각이라는 세간의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인사를 통해 스스로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영남 정부'라는 지역 정부임을 공포했다. 이명박 정부는 망국적 지역주의, 그 핵심인 인사의 편중이 갖는 폭발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거나 경솔하게 지나쳤다. 양심적 영남인도 우려했고, 호남과 충청, 수도권 사람들은 경악했다.

 

박정희나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는 노골적 지역주의를 통해서도 정권이 유지됐다. 권력유지의 핵심이 소수의 영남출신이 장악하고 있던 군부라는 물리적 폭력에 근거한 정권이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김영삼 정부 이후 정권의 정당성이 군부가 아닌 국민에게 돌려진 후 지역주의 정권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존립할 수 없다.

 

정부의 인사를 보면서 국민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자식들의 미래'로 본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자식들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할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자녀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아니 희망을 꺾어버리는 정권을 퇴진시키는 길밖에 없다.

 

정부의 인사를 단순히 권력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미래로 보는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의 의식을 깨닫기 바란다.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그 지역주의로 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인사에 있어 출신지역에 따른 차별이 없는 전면적 탕평책을 실시해야 한다.

 

[셋째] 특정종교가 국가운영에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셋째, 이명박 정부는 역사상 최초로 종교 갈등을 부추긴 정권이 되었다. 아니, 종교를 정치의 전면에 끌어들인 정권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부터 위험수위를 넘어선 바 있다.

 

정치인 이전에 누구라도 지켜야 하는 정교분리의 역사적 당위성과 교훈을 망각하는 놀라운 발언과 행위를 저질러 왔다.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발언이 그것이며, 대통령 당선 직후 자신이 다니던 소망교회를 찾은 일이 그것이다.

 

드디어 인사에서 '고소영' 내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청와대 수석들은 "사탄의 무리"라며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국민들을 종교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다.

 

이명박 정부는 특정종교, 그 중에서도 자신이 다니던 특정 교회 출신인지 여부를 정부 인사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사상 아마도 특정 종교가 정부 인사에 공식적이고 노골적이며 전면적으로 개입한 최초의 사례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종교인 뿐 아니라 양심적 기독교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우려하고 분개했다. 대한민국은 특정종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가 아니다, 더욱이 정교일치 국가가 아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철저한 정교분리의 국가다. 그리고 아무도 이것을 의심하지 않았고,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골적인 종교발언이 한나라당 당내 경선과 대통령 집권과정에서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으로서는 엄청난 부메랑이 될 것이다. 퇴임 이후 역사가 무섭지 않은가.

 

'재임기간 종교 갈등을 부추기고 정교일치를 추구했던'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두렵지 않은가. '장로 대통령'이라는 말이 도대체 말이 되는 것인가.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특정종교가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런 국민의 우려를 완전 불식시켜야 한다.

 

 

[넷째] 남북간 맺은 협정과 선언, 반드시 준수해야

 

넷째,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않았던 남북협정 효력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다. 민족주권의 포기이자 시대착오적인 반민족적, 반통일적 행태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을 부정하고 있다. 일부 시대착오적인 극우 수구세력의 주장을 반영한 위험한 정책이다.

 

정부는 쌀과 의약품, 비료 등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물품마저도 북한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 지원한다는 놀라운 발상을 선보였다. 6·15선언과 10·4선언은 이른바 보수 세력들이 좋아하는 표현인 '북한에 퍼주기 협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는 논리다.

 

인도적 지원을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한다는 발상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같은 민족이나 궁극적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마치 제3국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91년 노태우 정부 때 합의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내용도 망각하고 있는 무지의 결과다.

 

남북기본합의서는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가 일반적인 국제법상의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특수 관계'라는 기본개념조차 부정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남북 사이에 합의된 선언이나 협정을 무효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역사의식의 결여이자 명백한 반민족적 반통일적 시도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하지 않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아니 세계흐름이나 역사의 변화를 부정하는 돈키호테식 접근이다.

 

과거 어떤 정권이라 하더라도 남북 간에 맺어진 선언이나 협정은 반드시 준수한다는 것이 전통이자 불문율이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박정희 정부가 맺은 72년의 7·4남북공동성명이나 노태우 정부 때의 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전적으로 승계했지, 전혀 부정하지 않았다.

 

'조국통일 3대 원칙'(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천명한 7·4남북공동성명을 계승한 것이 남북기본합의서고, 남북기본합의서를 계승한 것이 6·15공동선언이고, 6·15공동선언을 계승한 것이 10·4선언이다.

 

남북 간에 합의된 모든 선언과 협정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남북관계의 발전을 보여주는 역사적 산물이다. 시대착오적 이념과잉은 기본상식과 역사의식, 민족의식을 눈멀게 한다는 단적인 사례를 이명박 정부에서 확인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발전은 모든 남북 간에 맺어진 합의문서와 약속을 지키는 데서 출범한다는 사실을 이명박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다섯째] 친인척과 측근 발호 차단해야

 

다섯째, 이명박 정부는 역대 정권의 교훈조차도 망각하고 있다. 친인척이나 측근의 발호가 정권을 망친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많이 봐온 사례다. 친인척 정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미 세상에는 모든 인사는 형으로 통한다는 뜻의 '만사형통'(萬事兄通)이 회자되고 있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인한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진실이 감춰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사유화는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한은 선거와 법률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위임에 받은 사람에게 한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 그 형제나 측근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권 초기에 친인척이나 측근정치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가장 쉬우면서 빠른 지름길이 권력의 사유화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제 선택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달렸다. 시간은 많지 않다.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빠뜨린다면 이명박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4·19혁명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 대통령에 이어 국민의 힘에 의해 쫓겨나는 두 번째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최종 결정권한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갖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의석 과반수를 얻었다고 자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회의 탄핵보다 우선하는 것이 국민의 저항권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과 4·19 민주이념의 계승을 통해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맹자의 역성혁명론이나 알투지우스의 자연법에 의한 폭군방벌론, 근대 시민혁명에 의한 국민 저항권에 의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자는 쫓아낼 수 있다. 인간 뿐 아니라 야생의 늑대무리에서도 무리의 의사를 무시하는 폭군 우두머리는 무리의 민주적 방식에 의해 자리에서 쫓겨나 무리를 떠나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권력자의 중도 퇴임은 결코 헌정중단이나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다. 국민이 실질적인 주권자라는 것을 확인하는 최고의 정치적 행위로서, 오히려 민주주의 건강성을 확인하고 민주 공화국의 한단계 발전을 의미한다.

 

미국 국민 누구도 거짓말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닉슨 대통령의 중도 하차를 헌정중단이나 미국식 민주주의의 후퇴로 보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를 잊지 않고 있다.


태그:#이명박, #광우병 , #촛불시위, #하야,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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