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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세종로네거리에 경찰버스 바리케이트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놓고 있다.
 15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이명박 정부 심판 39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세종로네거리에 경찰버스 바리케이트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놓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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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집시법 3조를 위반한 것은 경찰 아닙니까?" 기사(지난 15일) 에 대한 서울경찰청 이동환 경정님의 재반론의 글(아이디 '낮달' 댓글 26) 잘 보았습니다.

현재까지의 촛불집회의 진행과정과 경찰 대응에 대해서 경찰의 시각에서 시간순서로 열거한 후에 몇가지 제 기사에 대한 반론을 하시고, 답을 촉구했습니다.

제 글이 "왜 그렇게 논리가 비약되었는지 이해할 순 없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현직 경찰관으로서 "경찰청에 직접 건의도 하겠다"라며 "법과 양심에 따라 앞으로 촛불집회에 대해서 경찰이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재단해 달라"고도 하셨습니다. 

집회 사전신고할 주최자가 없습니다

지난 15일 글에서 저는 이 경정님이 말씀하시는 경찰들의 불법강박증 해결의 열쇠를 우리 헌법과 집시법에서 찾았습니다. 이 글을 요약하면 '집시법 6조(사전신고)나 11조(청와대 앞 100미터 집회금지)를 잘못 해석하거나 집시법 10조를 지금처럼 헌법에 합치하지 않게 해석하면 헌법위반(과잉금지위반)이다, 바람직한 방법은 집시법 10조를 국회에서 삭제하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그와 달리 이 경정님은 시민들이 먼저 사전신고하라는 말씀, 즉 시민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13일자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밝혔습니다.

현직에 계신 경찰분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분들 뿐만아니라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분들도 집회의 자유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도 혼란이 있는 듯 합니다.

옥외집회의 경우 우리 집시법 6조에 따라 사전신고 의무가 있습니다. 독일 헌법재판소도 1985년에 사전신고 의무 자체가 바로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지만, 집회를 금지하거나 해산하려고 할 때는 "엄격한 비례성심사(과잉금지심사)를 하고 그리고 구체적(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라고 하여 단순한 비례성 심사도 아니고 엄격한 비례성심사와 구체적 위험을 요구합니다.

경찰은 지금 촛불집회가 사전신고의무와 야간집회금지의무를 위반한 불법집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어 때론 강경진압해 시민들에게 부상자도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촛불집회에 주최자가 없다고 경찰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도 한 목소리입니다. 주최자가 없는데 사전신고를 누가 합니까. 

또 사전신고 없는 도로점거라고 무조건 불법집회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평화적 집회 그 자체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나 침해로서 평가되어서는 아니되며, 집회의 자유를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중략)…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되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헌재 2000헌바 14).

그런데 지금 경찰의 촛불집회 대응방식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멀어 보입니다. 헌법과 집시법에서 말하는 '집회'라는 개념은 2인 이상이 공동의 목적, 내적 유대, 공동의 의지를 가지고 모이는 것을 말합니다.

공동의 목적(관심사)은 그것이 정치적 목적이든, 개인적 목적이든 헌법재판소와 다수설에 의하면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의 지금과 같은 태도로 법을 자구 그대로 해석해 보겠습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민이 진압 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한 시민이 진압 경찰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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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와 영희를 갈라놓지 마세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 둘이서 집 밖에서 만나서 구멍가게 앞에서 공동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우선 최소한 이틀 전(48시간 전)에 사전집회신고 를 해야합니다.

영희와 철수는 집회신고를 그만 못했습니다. 그럼 집시법 6조 위반, 불법집회입니다.  집시법 6조상 목적·일시·장소 등 최소한 이틀 전에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집시법 위반입니다.

또 집시법 10조는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집회가 허용되는 것은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를 해서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야간에 철수와 영희가 둘이 좋아하는 공동 관심사를 이야기 하려고 하면, 식당 밖에 설치된 식탁에 앉아 맥주라도 마시며 "이명박 대통령 왜 그러냐" "맞아 ,맞아"라고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개념있는 철수와 영희가 "쇠고기협상 무효야"라고 외치기라도 하면, 질서유지인을 두지 않고, 미리 신고도 않고 또 경찰서장 허가도 받지 않고 만났다면 야간집회금지 위반입니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니까 개념있는 여중생 둘이 가게 앞에서 "쇠고기 재협상하라"라고 속삭여도 무조건 집시법상 야간집회금지 위반입니다.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시로 집시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경찰은 왜 방치하고 있습니까. 이거 경찰들이 법을 집행 안 하고 있습니다.

위 이야기가 맞습니까. 불법강박증에 시달린다면서, 준법의식이 투철하다면서 왜 방치합니까. 집시법 명백히 위반인데 말입니다. 혹시 경찰이 시혜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불법 눈감아 주고 있습니까 아니면 복무태만입니까.

그런 것인가요? 아니지 않습니까. 왜 집회신고도 안 하고 심지어 야간에 돌아다니는 2인 이상이 공동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다니는데도 왜 불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전신고가 없어도 야간집회에 해당해도, '평화집회'니까 보호하는 것입니다. 안 그런가요? 촛불집회도 평화집회입니다.

경찰 체면보다 법이 우선입니다

또 집시법 11조에서는 청와대 100m 밖에서는 원칙적으로 집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집시법 11조 보장하라고 한 지적에 이 경정님은 또 다른 댓글에서 "현실에서 그러냐, 시위문화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정님, 제가 생각하는 경찰의 불법강박증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집시법 지키라고 하면서도 집시법 11조 보장하라는 말에는 현실 타령입니다.

이 경정님 본인 스스로 또  말씀하셨습니다. "경복궁 역을 지나 청운동사무소(청와대에서 불과 500m)에서 약 6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경찰로서는 체면(가장 심할 때도 사직터널에서 종로경찰서를 잇는 선을 최후 저지선으로 여긴다, 왜? 잘 모름)은 물론… 당황함에 빠진다"고 하셨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왜인지 잘 모르는데 경찰의  최후 저지선이 청와대 앞 500m이고 이것 뚫리면 경찰 체면 구긴다는 말씀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왜 최후 저지선이 청와대 500m인지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집시법 11조에서 청와대 100m 앞  집회보장하는데, 경찰저지선이 왜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이냐고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지 정부의 실정을 보호하는 것이 첫째 목표가 아닙니다. 그리고 "잘모름"이 아니라 왜 집시법 11조를 어기면서 경찰들이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방해해야 하는지 지금부터라도 내부에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집시법 11조에서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할 수 있다는데 왜 경찰은 최후저지선으로 500m를 정해놓고 그것이 뚫리면 "체면 구겼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찰의  '체면'이 집시법보다 우선 하는 이유를 저뿐만 아니라 촛불을 든 국민들도 꼭 알고 싶을 것입니다.

경찰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14일 밤 세종로 네거리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출할 것을 대비해 폴리스 라인을 들고 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 근무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14일 밤 세종로 네거리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이 청와대로 진출할 것을 대비해 폴리스 라인을 들고 근무를 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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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명령 거부하는 격장, 왜 2008년엔 없습니까

"경찰 내에서도 5·18 진압명령을 거부한 도경국장(현 지방경찰청장)도 있다"는 말씀 좋습니다. 왜 2008년 6월에는 없습니까. 1980년 군사정권보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가 더 악랄한 독재정권이라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예전 군사정권에서도 "턱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라고 처음에는 '거짓말'이라도 하다가 사실이 밝혀지면 윗분들이 책임지고 했습니다.

지금은 뭐 여대생이 군홧발에 밟혀도 방패로 시민들을 찍는 전경들이 있어도 "업무수행 중 불법행위는 구별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말들만 난무하고,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해당 전경만 찾아 구속한다"는 말만 하고 윗분들은 책임지는 모습이 없습니다.

1960년 일본 경찰청장처럼 "국회에 난입한 시위대 몰아내라"는 수상의 명령에도 굴하지 않고 "수상 당신이 잘못해서 그런다"며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경찰청장이 2008년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입니다.

우리 경찰청에도 28년 전에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며 경찰이 지금 추억에만 잠겨서는 안됩니다. 진정 경찰을 사랑하고 5·18진압명령에 거부하는 그 선배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촛불든 시민들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경찰이 민주경찰, 시민의 경찰입니다.

이 경정님, 참다 못한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집니다. 지난 11일에는 연세대학 교수 156명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헌법 전광석 교수, 이종수 교수, 김종철 교수, 행정법 김성수 교수 형법 전지연 교수 등이 참여하여 "촛불집회는 평화적 집회이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했습니다.

지금 경찰은 부정할지 모르지만, 지금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그것을 지적했을 뿐입니다.

다시 한번 집시법 제3조를 보세요

경찰과 정부만 모르고 있습니다. 답은 이미 있습니다. 경찰이 헌법과 집시법을 헌법에 합치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집시법이 예전 정부와 달라서 지금 정부 와서 전경이 촛불 든 사람들 군홧발로 걷어차고 방패로 찍고 하는 것 아닙니다.  집시법은 그대로인데, 경찰 체면 때문에 경찰당국자들도 알지 못한 채 최후저지선 만들고 하는 그 사고의 경직성이 부른 사태가 이번 촛불집회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시법의 운용입니다. 경찰도 철학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집시법도 헌법에 맞추어, 또 촛불집회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집회라는 것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동환 경정님, 지금처럼 폭력 진압에 시민들이 항의하면 전경 하나 구속시키는 마인드로는 경찰의 중립성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집시법 위반하면서 또 이유도 모르면서 시위 최후저지선 만들고 폴리스라인 광범위하게 긋는 지금의 경찰의 자세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반성이 급선무입니다.

지금처럼 고엽제 전우회 일부 회원들이 가스통 들고 MBC에 난입한다며 행동하는 바로 그 불법집회, 형법상 중대 범죄인 이런 불법 집회 막으라고 집시법이 있고 경찰이 있습니다.

답은 집시법과 경찰의 의식에 있습니다. 다시 한번 집시법 제3조를 보십시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이 한 시민의 목을 낚아채서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반대 72시간 릴레이 농성 나흘째인 8일 새벽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밤을 새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이 한 시민의 목을 낚아채서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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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태그:#촛불집회, #평화집회, #집회의자유, #경찰체면, #집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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