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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변호인 변호권 침해와 불법체포를 사과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모습.
 27일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변호인 변호권 침해와 불법체포를 사과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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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25일) 여느 때와 똑같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이정희 의원과 초등학생마저 경찰에 연행된다는 뜬금없는 소리를 듣고 컴퓨터를 켜둔 채 경복궁역으로 달려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끝난 상황이었고, 망연자실한 시민들이 인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저녁 7시경 다시 사무실에 가려 했는데 갑자기 경찰의 해산명령이 내려졌고, 3회 명령 후 전원을 연행했다. 항의하던 우리 변호사들도 무차별 연행됐다."

지난 25일 저녁 7시경, 서울 경복궁역 근처에서 시민들과 함께 연행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의 이재정 변호사가 한 말이다. 이 변호사는 "당시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연행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경찰은 시민들은 물론 법적조력인으로서 현장에 있던 변호사까지 끌고 갔다"고 성토했다.

당시 경찰은 민변 소속 이재정, 강영구 변호사 2명을 시민들과 함께 연행해 서울 강북경찰서에 구금했다. 두 변호사는 연행 이후 강제연행·구금의 위법성과 시민들의 즉각 석방을 주장하며 경찰서장 면담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도에 있는 시민·변호사 무차별 연행..."해산명령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나"

구금된 지 24시간여 만에 풀러나 민변의 경찰청장 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두 변호사는 시종일관 격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27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두 변호사 외에도 한택수 민변 사무총장 등 총 8명의 변호사가 참여했다.  

이재정 변호사는 "한가로이 앉아있는 사람들을 단지 모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산하라고 한다면 명동 거리에 있는 시민에게도 해산명령을 내리고 강제연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은 뒤, "해산명령이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재차 반문했다.

마찬가지로 함께 연행된 강영구 변호사는 "같이 구금된 시민들보다 하루 먼저 석방돼 변호사라고 특혜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해서 함께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시민들이 '미안해하지 말고 먼저 나가서 시민들을 조력해 달라'고 부탁해 결국 먼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강 변호사는 "당시 방송사 카메라도 많았고, 채증사진도 많아 경찰의 해산명령 이후의 상황을 모두 담았기 때문에 사실 가자마자 바로 석방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한 뒤, "경찰은 낮 상황의 연장선으로 보고 연행했던 것 같은데, 인도에 있는 사람들까지 마구잡이로 데려가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25일 오후 미국산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에 반대하며 청와대 입구 경복궁역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25일 오후 미국산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에 반대하며 청와대 입구 경복궁역 부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한 시민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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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보장된 변호권 명백히 침해"

민변 사무총장 한택근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말한 뒤, "과거처럼 시위대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인도에 있는 사람까지 연행하는 것은 지나친 폭력적 강경진압"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헌법 제 12조 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며 "피의자는 자신을 적극 방어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변호인의 접견교통권과 변호권 역시 두말할 필요 없이 헌법상 권리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어 "지난 한 달여 촛불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무차별 연행과 변호인의 접견 교통권 등의 침해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제 노골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며 "민변은 빠른 시일 내에 접견교통권 침해와 불법감금에 대해 어청수 경찰청장과 현장 책임자를 형사 고소하여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민변, #경찰청, #강제연행, #이재정, #강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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