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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밤, 대전시청 남문광장에 상기된 표정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500여명의 시민들은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누던 예전의 표정이 아닌 하나같이 분노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

 

"어젯밤 서울은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80년대 독재정권이 짓밟았던 광주의 기억을 그대로 떠올리게 했습니다. 물대포와 군홧발, 몽둥이, 분말소화기, 보도블록, 건전지까지... 우리 국민은 어젯밤 '폭력의 비'를 맞았습니다."

 

사회자의 울음 섞인 발언에 이어 28일 밤과 29일 새벽,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일어났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 동영상들은 모두 언론에서 제공한 것으로, 전경들이 20대 여성을 집단으로 폭행하고, 진압봉으로 무참히 때리는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을 보는 동안 시민들은 숨을 죽였고, 경찰의 폭행장면이 나올 때마다 놀라움의 탄성을 쏟아냈다.

 

전날 밤 서울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고, 이명박 정부와 경찰을 규탄하는 구호가 시청 남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대학생은 "어젯밤 인터넷 생방송을 보면서 밤을 지새웠다"며 "국민을 보호하라고 쥐어준 공권력을 가지고 어떻게 맨몸으로 저항하는 시민들을 그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사람 위에 사람 없다는 말, 참으로 무색한 요즘"이라며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시하고, 가진 자들만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국민을 천민 취급하는 이명박 정권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힙합 공연도 펼쳐졌다. 두 명의 젊은 대학생은 촛불시민들을 향해 "SAY 명박 퇴진, SAY 미친 소 반대"를 외쳤고, 시민들은 박자에 맞춰 "명박 퇴진! 미친 소 반대!"로 화답했다.

 

3박자 구호도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에게는 4박자도 아깝다면서 한 시민이 즉석에서 건네 준 쪽지에 적힌 구호를 시민들은 목청껏 외쳤다.

 

이 3박자 구호는 사회자의 선창에 시민들이 적당한 단어를 넣어 외치는 형식으로 "이명박 (물러나), 어청수 (해고해), 조중동 (폐간해), 촛불을 (지키자), 국민이 (이긴다), 재협상 (실시해), 미친소 (몰아내)..."등이다.

 

이어 또 다른 시민이 자유발언대에 섰다. 50대 남성인 이 시민은 "어제 서울 집회에 참석하고 오늘 아침에 내려왔다"며 "내려오면서 예상했던 대로, 정부는 조중동과 YTN, SBS를 동원해 시민들을 폭도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은 폭력일 뿐"이라며 "내가 과연 이러한 나라에 계속 살아야 하는지, 눈물만 흐른다, 정말 이명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개탄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한쪽에서는 '고시철회, 전면재협상'이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에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도장을 찍어 시민들의 의지를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이날 밤 9시께 거리행진에 나섰다.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앞세운 시민 행렬은 대전시청을 출발, 계룡로 사거리와 갤러리아 타임월드 사거리, 세이브존 사거리를 돌아 다시 대전시청으로 돌아오는 4km가량 행진했다.

 

행진을 하는 동안 시민들은 "미친소는 물러가라", "재협상을 실시하라"는 구호가 아닌 "폭력경찰 물러가라", "어청수를 파면하라"는 등의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구호를 계속해서 외쳤다.

 

시민행렬이 아파트 밀집지역을 지날 때면 시민들은 창문을 열고 시민 행렬을 지켜봤으며, 일부 시민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2시간 가까이 거리행진을 진행한 시민들은 다시 대전시청으로 돌아와 밤 11시경 촛불문화제를 모두 마무리하고 해산했다.

 


태그:#촛불문화제, #대전시청, # 폭력경찰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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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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