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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정부
- 전 백악관 대변인이 밝히는 부시의 기만과 진실 | 스콧 메클렌런 지음 | 김원옥 옮김 | 엘도라도 | 376쪽 | 1만8000원

 

표지 띠에 적힌 카피가 재밌다. '부시의 입, 부시를 깨물다!'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부시 대통령 곁에서 대변인으로 보좌해 온 스콧 메클렌런. 2006년 그가 부시행정부에 실망하고 사임하던 날 부시는 기자회견에서 "훗날 텍사스에서 나란히 앉아 지난날을 회고하며 정답게 담소나 나누자"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의 바람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사임한 뒤 부시 행정부의 오판과 무능, 또 그에 따른 정책 실패를 어떻게 기만해 왔는지를 한 권의 책으로 낱낱이 까발렸다. 특히 저자는 이라크 전쟁을 부시 백악관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로 언급하며,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실수는 행정부가 가장 솔직하고 개방적이어야 할 때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을 오도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부시와 만나 사진 찍기를 즐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만약 이 책을 본다면, 어떤 교훈을 읽어낼지 궁금하다.

 

동무론 - 인문연대의 미래형식 | 김영민 지음 | 한겨레출판 | 550쪽 | 2만5000원

 

철학자 김영민이 얘기하는 '동무'는 호의와 호감 등 사적 규칙을 바탕에 둔 친구, 동지, 연인과 다르다. 동무는 타자와의 '사회적 약속'인 신뢰가 바탕이 된 실천적 관계다. 또한 그에 따르면 인문(人文)은 곧 '인간의 무늬', 인문(人紋)이고, 따라서 인문학이란 '사람의 무늬'를 살피고 헤아리는 공부다. 또한 인간은 다른 사람[人]과의 관계[間]를 통해서만 그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그렇기에 인문학의 대상은 '사람 사이의 관계'(그 관계에 의해 이뤄지는 '구조'까지를 포함하는)다. 여기서 그의 실천철학으로서 '동무론'에 대한 관심이 비롯한다. 대학교수직을 물러나 밀양에서 15년 동안 꾸려온 학문공동체 '장미와 주판'에서 '인간의 무늬'를 탐색하며 쌓아온 공부와 경험, 소통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의 경제 정책 매뉴얼 |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 이종태·황해선 옮김 | 부키 | 280쪽 | 1만3000원

 

1980년대 급적인적인 신자유주의를 추진하다가 반대에 부딪친 영국의 대처 수상은 "대안이 없다"고 선언했다. 지금 공무원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금융산업 재편, 한미FTA 등을 추진하고 있는 이곳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와 정책입안자들도 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로 있는 저자는, 신자유주의보다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하면서도 급속하게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신화'로부터 벗어나,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무역과 산업 정책, 정부 규제와 지적재산권 문제는 그가 맡고, 금융과 통화 문제는 덴버대학의 그레이블 교수가 맡았다.

 

찔레꽃 | 정도상 지음 | 창비 | 244쪽 | 9800원

 

우리의 가장 가까운 타자인 탈북이주민(새터민)의 행로를 7편의 연작소설로 그렸다. 함흥에서 태어나고 자라 음악학교를 다니던 충심이 우연히 인신매매단에 걸려 중국으로 팔려가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남한 선교사집단의 도움을 얻어 몽골 국경을 넘어 남한에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이 뼈대를 이루고 있다. 소설가 박범신은 추천사에서 "우리가 무심히 잊고 있던 그들, '21세기 유민(流民)'들을 끈덕지게 추적하여 사실적인 문장과 클래식한 서사문법에 담아"낸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 안의 이방인'인 그들이 책 밖으로 빠져나와 오히려 자본주의의 안락한 소비문명에 안주하고 있는 우리를 생생하고 웅숭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서늘히 느끼게 된다"고 적었다. 소설은 남북 민간교류사업에 헌신해온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영화 <크로싱>과 비교해 보아도 흥미로울 듯싶다.

 

듀마 키 | 스티븐 킹 지음 | 조영학 옭김 | 황금가지 | 1권 488쪽, 2권 436쪽 | 1권 1만2000원, 2권 1만1000원

 

한 인터넷서점의 이 책 구매 페이지 아래 벌써 댓글이 두 개 달렸는데, 제목이 똑 같다.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 그렇다. 현대 공포문학의 '킹' 스티븐 킹이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이미 미국에선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휩쓸었고, <뉴욕타임스>에는 그의 작품으로는 30번째로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직접 소설을 읽지는 못했어도 그의 작품을 영화화한 <캐리> <샤이닝>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븐>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스티븐 킹. 이번 소설에선 끔찍한 사고로 한 쪽 팔을 잃고 정신 장애까지 앓던 건축사업가가 요양차 머물던 '듀마 키'라는 섬에서 겪는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 2권 합쳐 900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그 작가가 스티븐 킹이라면 그 정도야, 뭐.

 

두 장의 사진
| 최현주 사진·글 | 랜덤하우스 | 360쪽 | 1만3000원

 

여행을 하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뒤 주제별로 또는 시간순으로 엮어 책을 펴낸다. 으레 여행 포토에세이 책들이 그렇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여행에서 만난 두 개의 장소, 두 개의 사물을 자신의 "은유와 직유, 대구와 환희, 그리고 턱없는 상상과 연상으로" 하나로 묶어 나란히 배치했다. 예컨대 라오스 사원에서 오수를 즐기는 어린 수도승과 네팔 사원 앞에서 늘어지게 잠 자고 있는 개 한 마리를 함께 불러온다. 그리고 이렇게 적어놓는다. "어린 수도승은 차가운 법당에 누워 오수를 즐기고, 일없는 개의 한가로운 불심도 그와 영 다르지 않다." 그녀의 작업으로 인해 사진 속 풍경과 사물과 인물은 외롭지 않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 인연을 맺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저자가 개인 블로그(www.copychoi.com)에 하루하루 올린 글과 사진을 모아 정리했다.

 

배트맨 허쉬 | 제프 로브 글 | 짐 리 그림 | 스콧 윌리엄스 채색 | 세미콜론 | 전 2권 | 각권 1만2000원

 

며칠 전 만화가 이현세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미국만화에 대해 "그래픽이나 내용에서 뛰어난 작품들이 많은데 정서와 이야기 전개가 우리 독자들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어판으로 최초로 공식 출간되는 이 배트맨 시리즈 역시 그런 미국만화의 장단점을 함께 갖추고 있다. 1939년 청년 만화가 밥 케인에 의해 탄생된 배트맨. 이후 여러 작가들의 손에 의해 끊임없이 재탄생되며, 그때마다 고담시를 지키는 '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로 가공할 범죄자들에 맞서면서도 동시에 자기 내면의 어둠과도 맞서 싸워온 슈퍼히어로다. 제프 로브가 이야기를 짜고 한국계인 짐 리가 밑그림을 그리고 스콧 윌리엄스가 색채를 입힌 이 책도 그 전형을 따르고 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뭉크의 붓을 빌려 그린 듯한 <배트맨 Harvest Breed - 악마의 십자가>도 함께 출간됐다. 일본의 '망가'와 다른 '그래픽 노블'의 세계를 실감할 수 있다.


태그:#이주의 새책, #장하준, #인문학, #스티븐 킹, #배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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