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지난 8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하자 뉴라이트전국연합과 한나라당, 조·중·동 등 '정연주 사장 퇴진'을 외치던 보수진영은 일제히 환호했다.

단순한 환호로만 그치지 않았다.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KBS를 확실히 장악하기 위한 ▲KBS 내 진보세력 제거 ▲KBS 2TV 민영화 등의 '시나리오'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8일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에 대해 "정연주라는 좋지 않은 혹을 떼어낸 KBS의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다, BBC와 같은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재탄생할 것이다"라며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차 대변인은 "좌파들이 정연주 사장을 극렬 비호하는 모습을 보니 KBS 이사회가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더 든다, 국민의 방송을 좌파코드 방송으로 악용하는 자들이 KBS 카메라를 조종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해묵은 색깔론까지 들먹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차 의원보다 한 술 더 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8일 논평을 통해 "KBS 이사회에도 책임을 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남윤인순, 이기욱 등 정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을 반대한 이사들에 대한 '물갈이'를 요구했다.

또 "국회는 앞으로 KBS가 훌륭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강제편입된 TBC, DBS도 원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삼성과 <동아일보>에 지상파 방송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KBS 2TV를 분할시키는 방법으로 민영화하자는 것이다.

<조선> "KBS 신임 사장, 조직의 병든 부분 어떻게 도려낼지 모색해야"

조·중·동 등 보수신문의 논조도 이 같은 한나라당, 뉴라이트전국연합 논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9일 기사를 통해 KBS 이사회가 내놓은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안 의결 사유를 기사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법리 공방에 대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더불어 ▲이사 교체 ▲KBS 2TV 민영화 등의 주장에도 동조하며 정 사장 해임 이후의 KBS 무력화 시나리오에 힘을 보탰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거듭 정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KBS가 5년 4개월 동안 지속돼온 '정연주 방송'의 틀을 벗고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기회를 맞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신임 KBS 사장은 그간 KBS에 어떤 문제가 일어났는지 조사하는 작업을 공정한 외부 전문가 집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신임 사장은 정연주씨가 정권의 낙하산으로 KBS 사장이 된 뒤 회사 내 세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반목시키고 분열시킬 KBS 내부조직을 어떻게 추스르고 조직의 병든 부분들을 어떻게 도려낼지를 모색해야 한다"며 사실상 KBS 내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파 '숙청'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는 "특정 정파나 집단의 뜻대로 국민의 생각을 몰아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지는 이미 탄핵방송과 광우병 소동 방송이 입증해 보였다"며 "이런 부정적인 힘은 지상파 과점 체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신임 KBS 사장은 (서로 의견과 가치가 다른 다양한 방송이 경합하는 체제까지를 염두에 두고) KBS 체제를 분할하고 재정리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미래 구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KBS 2TV 분할 민영화'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중앙일보>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KBS 사장'이란 사설을 통해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은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이라고 정 사장을 힐난했다.

또 <중앙일보>는 "감사원이나 이사회 말을 안 듣겠다는 이런 인물에게 국민의 방송을 더 이상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정 사장은 더 이상의 논란거리를 만들지 말고 이사회 결정을 수용해 당장 퇴진해야 마땅하다"고 거듭 정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