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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을 결정했다. KBS 이사회가 제안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권에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서명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법에도 없는 '해임권'을 대통령이 행사했으며, 우리의 '공영방송'을 공무원들로 구성된 국영방송처럼 전락시키려고 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2000년 개정된 통합방송법은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 '임면권' 규정을 '임명권'으로 바꿨다. 기존 한국방송공사법에서는 대통령이 임명과 면직을 할 수 있게 했는데, 면직 조항을 없앤 것이다. 방송법 어디에도 대통령이 한국방송 사장을 면직하거나 해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정태호 교수, 방송법 '임명'에 '해임권' 있단 주장은 "무책임한 해석"

 

정태호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임명'이란 말이, 법에 여기저기 사용되고 있는데 똑같은 말이 사용돼도 맥락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민법처럼 전혀 기능과 의미가 다른 영역에서 법해석을 한국방송공사 사장 임명 문제에 무차별적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정 교수는 "(대통령의) KBS 사장 임명 관련해서는 역사·발생사적 해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태호 교수는 "KBS가 비록 공법인이긴 하나 방송의 자유 주체이고, 관련 규정을 해석할 땐 방송의 자유를 좀 더 강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이걸 전문 용어로 '헌법 우호적 해석'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태호 교수는 "국가권력을 쥔 세력은 정부에 대하여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유혹을 받게 마련인데, 현행법이 대통령의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해임권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다양한 형태의 언론장악 시도중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통한 언론장악의 위험성을 완화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측에서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을 주장하며 "임명권이 있는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는 게 당연히 상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태호 경희대 법학과 교수는 "상식이라는 이야기는 기능과 의미가 전혀 다른 법 영역에서 형성된 해석의 결과를 방송법 해석에 적용하려는 것" 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민법상 법인에 관한 판례를 들고 나오는 데, 그건 헌법에 보장된 '방송의 자유'를 누리는 한국방송공사(KBS)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한 마디로 말하자면 무책임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춘 교수 "감시견 언론을 애완견 만들려는 시도"

 

이정춘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기능이 워치도그,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언론을 팻도그, 바로 애완견을 만들겠단 거 아니냐"며, "감시기능을 해야 하는 개의 역할을 애완견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시청자위원장이기도 한 이정춘 중앙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2000년 방송법을 제정하며 정치권 개입 차단하기 위해 공영방송 사장 임기가 보장된 걸로 안다"며 KBS 사장 해임 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KBS 이사회가 공권력 개입까지 요청한 상황을 가리켜 "5공보다 더 심하다"고 꼬집었다.

 

이정춘 교수는 또 "언론의 객관성·공정성 문제를 자꾸 들고 나오는데, 언론이 무색투명 하다는 건 있을 수가 없다"며 "신문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던 조중동이 친여 쪽 신문으로 돌아선 상황이기에 그나마 방송이 조중동에 반하는 보도를 낸다는 것은 전체 언론 체계에서 볼 때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춘 교수는 이어서 "정부의 언론 관련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너무 공영방송을 모르는 것 같아서 언론학자들이 모여 '미디어공공성 포럼'을 구성하려 한다"며 "방통위원장이 내각회의에 참여하고 국무회의 참여하는 나라가 어디있냐? 이런 풍토가 방송의 공공성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아마추어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김창남 교수 "무분별한 짓거리 할 만큼 방송 장악 의지 커"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에 대해 "지금 이 정권이 하는 일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무식하게 지르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창남 교수는 "KBS가 정부 기관인 국영방송도 아니고, 공영이라는 건 '퍼블릭'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는 의미인데 대통령 마음대로 해임하고 임명한다면 그건 '공영'이 아니다"며 "국영방송은 정부 기관으로 방송사 직원들이 공무원 직위를 가지며, 과거 KBS 시절 있었던 것이지만 지금 공영방송이란 공적 기관으로 사회적 중립 지위에 있는 기간 방송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대해 김창남 교수는 "정부 여당이 KBS를 보는 시각 자체가 과거 국영방송 시절, 군사독재 시절 어용 방송이던 KBS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라며, "(현 정부에) 공영방송의 객관적 의미와 역사적 이해가 전혀 없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창남 교수는 방송법에도 없는 해임권을 대통령이 행사한데 대해 "방송을 장악하면 자신들의 권력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무분별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KBS 구성원이 10여 년간 나름대로 민주주의를 연습했고, 거기에서 나름대로 KBS에 대한 국민 신뢰가 생긴 건데 이게 하루 아침에 사장 바꾼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거나 과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교수는 이어서 "KBS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게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한국 사회의 수많은 역질주 가운데 한 양상이고 과거 그들이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어떤 대가를 되찾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문제는 정치권의 들러리를 서면서 거기에 일조해주는 지식인들의 모습도 참 보기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태그:#KBS, #정연주, #이명박, #한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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