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2마리 한 사발에 만 원이다. 맛도 있고 값도 저렴하다. 말만 잘하면 한마리 더 얹어 주기도 한다.
 12마리 한 사발에 만 원이다. 맛도 있고 값도 저렴하다. 말만 잘하면 한마리 더 얹어 주기도 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예로부터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 했고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라는 말이 있다.

전어가 제철을 맞았다. 씹을수록 뒷맛이 고소하고 은은하다는 전어. 성질이 급해 양식이 안 되기 때문에 제철에라야 먹을 수 있다는 전어. 작고 가시가 많아 구이용 생선으로는 초라해 보이지만 그 맛은 그야말로 고품격이다.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말을 하지 말라는 모 방송국 코미디 프로가 생각날 정도로 먹어 보지 않으면 그 맛을 논할 수가 없다. 작년 이맘 때쯤 고소한 냄새만 맡고 우연히 지나쳤던 전어구이를 먹어보려고 인천 소래어시장 뒷골목을 찾았다.

어시장에는 싱싱환 전어들이 춤을 춘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어시장에는 싱싱환 전어들이 춤을 춘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전어회. 아쉽게도 회를 먹지 못하는 내게는 그림의 떡이다.
 전어회. 아쉽게도 회를 먹지 못하는 내게는 그림의 떡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전어는 9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싱싱한 전어 회와 전어구이를 맛보기 위해 미식가들은 전어를 찾아 가는 것도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전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거리가 좀 멀다하더라도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다. 올해는 잦은 비로 수온이 상승하지 않아 보름 가량 일찍 전어 떼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9월이 시즌이지만 좀 이른 요즈음에도 전어는 미식가들을 기다리고 있다.

소래어시장 생선구이 골목에는 언제나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있다. 아직은 이른 시기라 찾아오는 사람들이 뜸하기 때문에 상인들은 더욱더 친절을 베푼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자 어시장에 생선을 사러 들렸던 사람들이 전어구이 냄새를 맡고 하나둘씩 나타난다.

"만원에 10마리인데 두 마리 더 얹어 드릴 테니 우리 집으로 오세요! 잘해 드릴게요!"

큰 소리로 골목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외쳐대는 상인의 목소리가 좁은 골목에 메아리되어 돌아온다. 가시가 억센 전어는 구이를 해서 먹는다.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구워 냄새를 음미하고, 잔가시를 잘 발라 하얀 쌀밥에 척 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착착 앵긴다.

작은 전어는 뼈째 썰어서 회로 먹는데 이른바 '세꼬시'다. 크기가 작은 고기가 뼈가 연하니 세꼬시로 먹기에는 작은 전어가 입맛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셈이다. 이렇게 썰어낸 전어는 지방이 많은 생선이므로 초장이나 간장보다는 참기름에다 다진 마늘과 고추를 넣은 된장에 듬뿍 찍어서 먹는 것이 더 어울린단다.

회를 먹지 못하는 나는 옆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부지런히 전어회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애당초 전어구이를 먹기 위해 구이 집을 찾았던 나는 전어구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석쇠 위에 가지런히 놓여 굽는 전어. 냄새가 시장 뒷골목에 진동한다.
 석쇠 위에 가지런히 놓여 굽는 전어. 냄새가 시장 뒷골목에 진동한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빠른 손놀림으로 전어를 굽고 있는 전어구이집 아주머니
 빠른 손놀림으로 전어를 굽고 있는 전어구이집 아주머니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전어구이는 손을 이용하여 반을 뚝 자른뒤 발라 먹어야 제맛이다.
 전어구이는 손을 이용하여 반을 뚝 자른뒤 발라 먹어야 제맛이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음! 이 냄새 죽인다. 우선 전어구이는 손으로 반을 뚝 잘라 살코기 부분을 발라 겨자를 갠 간장에 꾹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다. 정신 없이 전어구이를 먹다보니 어느새 한 공기 뚝딱. 아주머니 밥 한 공기 추가요! 배가 나온다는 걱정일랑 저 멀리 제주도로 귀향 보내고 씩씩하게 추가한 한 공기를 해치운다.

소원했던 전어구이와 밥으로 배를 채우니 이제는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위장을 보하고 장을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전어는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므로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한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잡혀 올라오자마자 죽어 버리기 때문에 전어잡이에 나서는 어선들은 일반 그물이 아닌 뜰채 모양의 그물인 석조망이나 양조망을 이용해 산채로 전어를 잡는다. 이렇게 잡은 전어는 비늘까지 멀쩡하기 때문에 우리가 섭취할 때는 반짝반짝 빛나는 전어회나 전어구이 등을 해서 맛을 즐길 수 있다.

철길 아래로 통통거리며 고깃배가 지나간다. 만선의 기쁨을 기다리며.
 철길 아래로 통통거리며 고깃배가 지나간다. 만선의 기쁨을 기다리며.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오래 전에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길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이힐을 신은 여인들은 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오래 전에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길이다. 지금은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이힐을 신은 여인들은 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 조정숙

관련사진보기


소래어시장에는 참 볼거리도 다양하다. 오래 전에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길을 소화도 시킬 겸 걸어본다. 수인선 구간 수원~송도 간만 운행하다가 경제성이 낮아져 1995년 12월 31일 폐선됐다.

소래, 남동, 군자 등의 염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수송하기 위하여 1937년 8월에 개통되었으나 1973년 7월 14일 인천항만 확장 건설로 인해 5.1km가 단축된 수원~송도 간 46.91km만 운행했다. 결국은 경제성이 낮아져 1995년 12월 31일 폐선이 되었다. 그러나 연인들이나 가족 친구들이 건널 수 있는 낭만의 철길로 탈바꿈하여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데이트하는 연인들 사이로 갈매기가 날아간다. 철길 위에 설치된 가로등에는 낮잠을 즐기는 갈매기가 사람들이 지나가도 아랑곳 하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철길 아래로 고기잡이배가 통통거리며 지나간다. 가족이나 연인 이웃과 함께 그다지 비싸지 않고 저렴하고 고소한 전어구이를 먹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철길을 건너는 낭만을 즐기는 여유도 그동안 고단했던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태그:#전어구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