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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 정책으로 또 하나의 '명박 산성'이 생기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2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나라당과 정부의 감세안,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토론회(이정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참여연대 공동주최)에서 이정희 의원은 "이번 세제개편안은 부유층 배를 더 불리고 (이명박 정부는) 국민 다수로부터 더욱 멀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1일 발표된 2008년 세제개편안을 지난 여름 촛불집회 때 이명박 정부와 국민을 단절시켰던 '명박 산성'을 빗대어 비판한 것.

 

이 의원은 특히 최대 50%인 상속·증여세율을 33%로 인하한 것과 관련, "상속세는 국민 전체의 0.7%가 내는 것"이라며 "이젠 0.7%를 위한 정권이라 불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부의 세습을 막고 서민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주려면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합소득세율 2%포인트 인하, 법인세 25%→20% 인하, 부동산양도세 완화 등 이번 감세안에 대해 "저소득층과 국민 대다수 복지를 위한 너무 소중한 돈을 이용해 고소득층·재벌·대기업에 이익을 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도 감세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고, 복지정책의 후퇴와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감세 정책으로 9월 경제 위기설 현실화 걱정"

 

첫 발제자로 나선 이재은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살리겠다고 감세정책을 펴는데, 진단이 잘못됐다"며 "진단이 잘못되면 처방이 잘못돼 죽을 수도 있다, '검은 9월'이 진짜 현실이 되지 않을까 경제학자로서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감세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순채무국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라며 "내년 경기가 나빠져 소득과 법인의 이윤이 줄면 세수 부족은 무엇으로 메우겠는가, 국가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4~15조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 감세해도 된다"는 논리에 대해 그는 "경기가 좋을 때 채무를 갚아 국가 재정의 균형을 맞추는 게 재정학 교과서의 불문율"이라며 "IMF로 빚을 늘리는 데 큰 원인을 제공했던 한나라당이 감세하자는 건 뻔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세한 만큼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80년대 초반 세율을 절반이나 깎아줬지만, 소비와 투자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며 "재벌들이 돈 없어서 투자 안 하느냐, 고소득층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소비 증대 효과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영태 회계사(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역시 감세정책으로 인한 양극화를 우려하면서 "감세 정책은 고소득층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50억 이상의 과표를 가진 기업은 전체 법인의 0.1257%인 341개에 불과하지만 법인세로 11조 3400억원을 낸다. 전체 법인세의 65.8%다. 감세를 하면 그 혜택의 65.8%가 0.1257%의 기업에 돌아간다. 50억 이하 과표 기업보다 1527배 유리하다. 소득세와 관련해서도, 소득이 1억 1천만원 이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7배 유리하다."

 

이어 최 회계사는 "이번 감세로 많은 국민들이 기업인들 얼굴만 보고 있으니, 기업인들로선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감세가 매력적인 경제정책이라면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9월 1일엔 주가가 폭락하는 등 트리플 악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세액이면 모든 대학생 등록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조세 정책은 우리 사회정책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의 한탄이다. 그는 "감세로 선진 국가에 비해서 월등히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 부분에 대한 재정 증가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일본 등은 복지재원으로 GDP의 25%를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6%에 불과하다, 감세를 하면 복지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우리가 가고자하는 국가의 상이 어느 나라인지 헤아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때 복지예산 확충 계획을 세웠던 예산담당 공무원들이 이번엔 감세안을 내놓은 점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비전 2030'은 DNA가 바뀔 수 없는 경제 관료들의 가식적인 얘기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번 감세안이 집이 없는 서민이나,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 때문에 고통 받는 대학생들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올해 국민임대주택을 짓거나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정부 재정 지원은 8.4% 줄었다"며 "제대로 된 주거복지정책이 없는 이명박 정부가 감세를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박정원 상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감세액이면 모든 대학생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생 1인당 고등교육예산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소일 뿐 아니라, 미국·일본·덴마크의 초등학생 1인당 교육비보다 적다, 감세한다니 뒤통수 맞는 기분"이라고 밝혔다.

 

"증세 주장하지 않으면서 서민·민생 얘기하는 건 허구"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번 감세안을 강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증세를 주장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은 교수는 "민주당(옛 열린우리당 시절 포함)은 2002년 소득세율을 40%에서 36%로 내리는 등 대대적인 소득세 감면을 단행했고, 노무현 정부 때 1%를 더 깎았지만, 그 뒤 경제는 나빠졌고, 각종 선거에서 참패했다"며 "증세를 했으면 정책 실패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수 교수는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주장하면 미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서도 "양극화·저출산·고령화·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위해 증세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서 서민과 민생을 얘기하는 것은 허구"라고 강조했다.


태그:#감세, #감세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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