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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방송사가 뉴스의 중심을 차지했던 시절이 있었나?'

 

이런 의문이 저절로 생겨나는 요즘이다. 시절과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 촛불 정국이 마무리된 뒤 사회의 많은 눈길은 KBS, MBC, YTN으로 쏠렸다. 세 방송사에서 사건 사고는 자주 발생했고,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방송 장악을 우려함과 동시에 방송의 공공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도대체 방송의 공공성은 무엇이고, 그것은 왜 지켜져야 할까. 많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주제다.

 

한국PD연합회와 한국방송협회는 이런 고민을 나누기 위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 위기와 대응방안 모색'이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제45회 방송의 날 기념으로 열린 행사였지만, 정작 토론회에 참여한 여러 방송인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역시 시절과 상황 탓인 듯 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화도 통하지 않아... 방송 민영화는 목적 아닌 수단"

 

발제자로 나선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방송의 공공성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 그룹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이명박 정부가 공영방송을 재벌에게 넘기려 하는데, 이는 방송장악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며 "(방송 민영화는) 자본과 권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회적 의제 자체가 생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서비스 미디어를 민영화하거나 시장으로 내몰 경우 공론장의 붕괴에 따른 사회적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지상파 방송인 MBC와 KBS2를 비롯해 뉴스채널 YTN 등의 민영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교수는 "요즘은 지역민방, 케이블TV 등 '미디어 과잉'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공익성 구현을 위한 미디어 정책의 핵심은 전통적 공익서비스를 보호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교수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통해 조중동을 중심으로 언론 구조 재편이 완성되면, <한겨레> 등 진보신문과 독립 인터넷매체가 열심히 뛰어도 사회적 영향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언론노조 이제 관념 투쟁 탈피해야"

 

최 교수에 이어 발제에 나선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에 맞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로 이야기했다. 먼저 채 실장은 KBS 노동조합 등 방송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채 실장은 "지난 10년간 노동조합의 보수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IMF 관리 경제체제 이후 언론노동자들의 관심이 방송독립이나 언론자유의 문제보다 고용안정이나 임금, 복지문제 쪽으로 돌아선 경향이 있다"며 "최근 KBS 사장이나 언론재단 이사장 거취문제에서도 해당 노조가 조직보호를 우선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 실장은 "(노조의 운동이) 과거와 같은 동력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현실이므로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단체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 법안에 대해 독자적이고 구체화된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방송노조의 분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 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상식도 통하지 않고, 100만 촛불의 힘에도 끄떡하지 않았다"며 "'언론의 민주화' 등 철 지난 구호로는 맞설 수 없기 때문에 이제 관념적인 투쟁에서 탈피해 우리의 생존을 위한 좀 더 현실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재국 <경향신문> 미디어팀장은 "KBS 노조는 'KBS 민주화'의 상징인 산별노조를 스스로 박차고 나가 기업별 노조를 선언했다"며 "KBS에 박승규 위원장이 있는 상황에서 KBS 내에서 방송 민주주의가 있을까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박승규 노조위원장에 대한 심판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고는 KBS 구성원들의 투쟁에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부터 심판해야"

 

또 MBC 정책기획팀에서 활동하는 최원석씨는 "운동가 그룹에서 (방송 공공성 확대 고민이) 진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폭넓은 대중운동 형식으로 진행해야 방송 장악 저지운동이 협소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게 실패하면 아마 방송의 주인은 사장이 되고, 프로그램은 광고주를 위해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석 KBS 기자협회장은 "사장으로 임명된 이병순씨 임기는 내년 11월까지인데, 이 기간 동안 '넘버3'에서 '넘버1'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정권에 눈도장을 찍지 못하면 다음에 다시 사장으로 임명될 수 없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을 위한 작업에 더욱 앞장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이병순 사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손 댈 것인데, KBS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자율성 투쟁에 힘을 모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학림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방송장악 공세에 맞서 KBS, MBC 구성원들이 어떻게 싸울지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며 "싸움의 출발점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합리화하고 이것을 대중들에게 확산시키는 조중동에 선명하게 맞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방송을 먼저 장악해야 나머지 것들도 장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에 맞서 야당, 언론 노동자, 사회단체, 국민들은 공세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방송장악?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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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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