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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패션쇼
 길거리 패션쇼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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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패션쇼라는 거야? 별 것 아니네.”
“그러게요. 패션쇼는 생전 처음 보는 대단한 옷만 입고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냥 우리 집 애들 옷이랑 똑 같잖아?”

2008 서울 동대문 패션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9월 5일 오후 동대문 길거리에서다. 거리에 설치된 무대에서 열린 패션쇼를 바라보던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잠깐 동안 진행된 패션쇼 리허설을 바라보다가 하는 말이었다.

아주머니들의 말처럼 이날 패션쇼에서 선보인 옷들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옷들이었다.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반바지와 평범한 셔츠, 이런 옷들을 입고 나온 모델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갖는 것 같았다.

검정 티셔츠에 바지패션
 검정 티셔츠에 바지패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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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셔츠에 반바지 패션
 하얀 셔츠에 반바지 패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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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는 아무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주 비싼 특별한 옷들이고.”

난생 처음 패션쇼를 구경한다는 다른 아주머니도 패션쇼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이든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근처의 젊은 사람들 몇 명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세상살이에 필요한 수많은 상품들 중에 옷 값 만큼 다양한 것이 있을까? 물론 다른 상품들도 천차만별 다양한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은 대개 값의 차이를 눈으로 금방 어림해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의류다. 값이 비싸다고 해서 품질이 우수하거나 꼭 멋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값이 싸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거나 멋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백화점에서 쇼핑하다보면 싸구려처럼 보이는 옷이 수십만 원의 값이 매겨져 있어서 놀라기도 하고, 아주 고급스럽고 멋진 옷이 싼값에 팔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외국인 모델
 외국인 모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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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셔츠에 흰바지를 입고 나온 외국인 모델
 빨간 셔츠에 흰바지를 입고 나온 외국인 모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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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과정상의 문제도 있지만 옷은 그대로 멋이고 개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아주 멋쟁이는 자기만의 특별한 멋을 자랑하려고 하기도 한다. 강남의 어떤 멋쟁이 아줌마는 아주 굉장히 비싼 값에 옷을 구입하여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길거리에서 자신의 옷과 아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성을 발견하고는 당장 그 옷을 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민들이야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남들이 입은 옷을 보고 비슷한 옷을 구해 입기도 하고 같은 디자인과 재질의 옷이 수십 벌씩 쌓여 있는 곳에서 옷을 구입해 입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은 것을 보면 오히려 정다운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정서가 아니던가.

이렇게 고급 의류가 아닌 보통 의류를 일반 서민들이 저렴한 값에 구입하여 입기 좋은 소위 ‘일반 브랜드’ 상권이 크게 형성된 곳 중의 하나가 서울의 동대문 일대다. 이 지역은 옛날부터 평화시장이라는 이름의 의류도매시장과 옷을 직접 만드는 공장이 공존하던 곳이었다.

검정 스커트 패션
 검정 스커트 패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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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패션
 청바지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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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동대문 패션 타운’이 들어서면서 서민들과 외국인들이 모여드는 특별한 상권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동대문 일대에서 ‘2008 동대문 패션 축제’가 지난 4일부터 열리고 있다.

이날의 길거리 패션쇼도 바로 이 축제 중의 하나로 열린 것이다. 저녁 7시부터 열릴 본 행사에 앞서 6시경에 열린 리허설은 그만큼 구경하는 사람들이 적어 열기는 낮았지만 분위기가 차분하여 구경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순간이었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를 거쳐 가는 모델들도 부담 없는 표정들이었다. 길거리 어디에서나 마주칠 것 같은 젊은 여성들의 다양한 옷을 입고, 사뿐사뿐 걸어 나온 모델들은, 무대 끝에 이르러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몸짓과 표정을 보여준 후 되돌아가곤 했다.

자세가 독특합니다
 자세가 독특합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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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무대에 나왔습니다.
 모두 무대에 나왔습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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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그냥 보통 옷들처럼 보이는데 역시 옷걸이 좋은 예쁜 여자들이라 그런지 멋지긴 멋지네.”
“그럼! 그럼! 쭉쭉빵빵 잘 빠진 모델들이잖아?‘

옆에서 구경하던 젊은 여성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소곤거리는 말이었다. 주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특히 일본인 여성들은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옷을 구입하려는지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침 옆으로 지나가던 거구의 서양여성에게 구경 좀 하고 가라고 권하자 손만 번쩍 들고 빙긋 웃으며 그냥 가버린다.

길거리 패션쇼가 열린 임시 가설무대 풍경
 길거리 패션쇼가 열린 임시 가설무대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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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패션쇼는 특별한 의상이 아닌 부근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서민들이 주로 입는 일반 의상들을 선보이는 무대인 것 같았다. 그러나 아름다운 모델들이 입고 나온 옷이어서인지 더 세련되고 멋진 모습이었다.

더구나 길거리 무대에서 열려 패션쇼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바꿔주고 서민들에게 다가가는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4일부터 열린 ‘동대문 패션 축제’는 오는 11일까지 계속 된다고 한다.


태그:#이승철, #2008, #동대문 패션 축제, #패션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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