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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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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거의 사회사
| 전남일 외 지음 | 돌베개 지음 | 415쪽 | 1만8000원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우리집을 그리라고 하면 대개는 삼각형 지붕에 격자무늬의 창문이 있고 마당에 꽃이 있는 집을 그려냈다. 지금, 특히 도시의 아이들이라면, 아파트 한 동 전체를 우리집이라고 그려내지 않을까. 서울에 있는 총 주택수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인 현실이니까. 서구에서 노동자 집합주택으로 시작한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역사와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 주거의 역사에서 그동안 소홀하게 다뤄졌던 근․현대 시기, 즉 개항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주거 환경의 변화 과정을 격동의 역사에 따라 그 사회적 배경과 맥락 속에서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특히 '삶의 질'보다는 '물량 확보'를 최우선으로 했던 정부의 주택 정책이 어떻게 오늘날 왜곡된 주거문화를 만들어냈는지를 비판적으로 짚어가고 있다. 사회사, 미시사, 공간사로 구성될 '한국 주거의 역사'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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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의 사생활
| 하영휘 지음 | 푸른역사 | 359쪽 | 1만5900원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을 치지 않고 아무리 급해도 뛰지 않는다. 그만큼 실리보다는 체면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의 양반. 그들은 또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분했고, '공'은 훤히 드러나 있었던 반면 '사'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그렇듯 가려져 있던 '양반의 사생활'을, 19세기 유학자 조병덕이 10리 밖에 있던 아들에게 보낸 편지 1700여통을 통해 되살려낸 책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내쫓는 이야기며, 빚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고, 설사로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고생하면서도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아들의 언행을 걱정하는 '양반' 아버지의 내밀한 사생활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편지에서 이따금 '남의 눈에 띄게 하지 마라', '태워라' 등의 당부를 적고 있기도 한데, 그 당부를 지키지 않은 아들 덕분에(?) 고문서 학자인 지은이의 손을 거쳐, 오늘 제대로 양반의 본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됐다.

ⓒ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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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과 도쿄대 1·2
- 현대 일본을 형성한 두 개의 중심축 |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1권 1160쪽, 2권 1128쪽 | 각권 4만3000원

메이지유신 이후 교육의 중심인 도쿄대와 일본 정치의 핵심인 천황제를 주축으로 지금의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역시 도쿄대 출신(불문과)인 저자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 70회에 걸쳐 <문예춘추>에 연재한 '나의 도쿄대론'을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1권에선 도쿄대의 형성 과정과 함께 국가를 위해 존재한 '대학'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2권에선 1920년대 이후 대학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점차 국가주의로 향해 가는 과정과 제2차 세계대전의 패망 경위와 전쟁 책임 등을 다루고 있다. 현대 일본의 우익적 DNA가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전화번호부 두께의 책이 2권이니 만큼 읽어내기가 결코 만만치는 않을 듯싶다. 책값도 좀 부담스럽다.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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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그램의 희망
- 삶의 매순간은 신성하다 | 이상묵·강인식 지음 | 랜덤하우스 | 344쪽 | 1만1000원

누구나 '희망'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절망의 나락을 경험한 사람이 '희망'을 이야기할 때 그 무게와 울림이 다르게 다가온다. '인간극장'이 때론 뻔한 드라마임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까닭이다. 지질탐사여정에서 차량 전복사고로 어깨 아래를 전혀 쓸 수 없게 된,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들려주는 '희망' 이야기도 그 진리를 다시 확인케 해준다.

"지금, 그의 삶은 휠체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는 '나의 삶은 조금도 좁아지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스스로를 리사이클 맨(Recycle Man, 재활용 인간)이라고 불렀다. 스스로 웃음거리를 만들어 위안을 얻으려는 가학적인 심리가 아니다. 버린 삶이 아니라, 다시 찾은 삶이라는 자기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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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 비아북 | 315쪽 | 1만4000원

"격정적인 삶의 진풍경들이 수없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 장면 한 컷 한 컷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 단 한 가지 공통적인 소품들이 눈에 띄곤 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책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삶의 책 읽기는 농부의 연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삽과 괭이로 농부가 논밭을 갈 듯, 나는 책을 통해 지식의 논을 가꾸고 마음의 밭을 일궜다."('서문'에서)

77년의 세월을 살아온 노학자가 그 세월 속에서 건져낸 참 독서의 세계, 그 세상을 읽는 기술을 들려준다. 어머니의 '언문 제문'으로 시작해 박태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헤세의 <크눌프>를 거쳐 소로의 <월든>까지, 노학자의 책에 대한 열정적인 탐닉과 탐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숙독과 속독의 장단점을 비롯해 책의 행간을 읽어내는 요령 등에 대한 가르침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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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곁에서 거닐다, 곤충
| 김태균 글·사진 | 지성사 | 232쪽 | 2만5000원

'짝짓기' 장을 살펴본다. 곡예를 하는 듯한 '체위'의 큰밀잠자리, 절정의 순간에 다리를 차올리고 있는 섬서구메뚜기, 집단 섹스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떼허리노린재, 누가 볼세라 뽕나무 잎 뒷면에 신방을 차린 점박이염소하늘소, 먹잇감이 될지도 모를 운명에도 순간에 열중하고 있는 사마귀 수컷….

곤충이라는 생명의 풍경을, 그 '곁에서' 경의를 표하며 '거니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담은 사진생태에세이집이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껍질을 벗고, 벌레가 자라 하늘을 날고, 마침내 죽음을 맞기까지 곤충의 긴 여정 앞자리에 겨울 풍경을 놓은 데서도 작가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새'에 관한 책도 함께 출간됐다.

ⓒ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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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소중해요
- 그림으로 보는 세계인권선언 | 국제앰네스티 글 | 홍성담 외 그림 | 김태희 옮김 | 사파리 | 1만2000원

'우리는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나요. 누구나 지가만의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는 모두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해요.'(제1조)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권리들이 있지요.'(제2조)… '이러한 권리와 자유는 어느 누구도 우리한테서 빼앗을 수 없어요.'(제30조)

올해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세계 16개국, 21개 언어로 동시에 출간됐다.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0개 조항을 다듬고, 전 세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와 미술가들이 각자 개성 넘치는 그림으로 재밌게 풀어냈다. 우리나라 화가로는 민중미술가 홍성담이 참여했다. 원제는 'We Are All Born Free'. 인세 수익금 전액은 국제앰네스티에 기부된다. 집 안에 한 권은 꼭 소장해둘 만한 책이다.


한국 주거의 사회사

전남일 외 지음, 돌베개(2008)


태그:#이주의 새책, #세계인권선언, #도쿄대, #양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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