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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개최국 여성들이 참여한 ‘2008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 지난 1, 2일 서울대회에 이어, 3일 개성 평화기행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최근 금강산 관광 중단 등 남북대화 단절과 북핵 불능화 중단 파동으로 6자회담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평화회의는 여성들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참가자들은 3일 남북의 경계선인 도라산역에서 폐막식을 열고, “여성주의적 관점은 평화 실현의 과정에 인간안보를 통합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6자회담에 여성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이어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6자회담 개최국 정부에 ▲평화논의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보장토록 한 유엔 안보리 ‘1325결의안’의 즉각적인 이행 ▲6자회담 협상 결과 존중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 ▲북에 대한 조속한 인도주의적 지원 시행 등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매년 평화회의를 개최해 동북아 평화 증진을 위한 상시적인 여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1992년 9월 1일, 고 이우정 선생을 비롯한 남·북·일 여성계 대표 30여 명은 분단 이후 민간으론 처음으로 판문점을 넘었다. 이들은 평양에서 ‘민족대단결과 여성의 역할, 일본의 식민지배와 전후 책임, 평화창조와 여성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농민, 노동자 등 어느 계층이랄 것 없이 남북 간 민간대화 창구를 열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1991년 9월 유엔 남북 동시 가입으로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하지만 성사된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지혜를 짜냈다. 남북만의 대화가 어렵다면 일본을 포함해 국제대화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당시 이우정 선생이 시미즈 스미코 전 참의원 의원 등 일본 여성의원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여성들의 국제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로부터 꼭 14년이 흐른 2008년 9월 1일, 서울에서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미국 여성들까지 합세했다. 불참한 북측을 대신해 3일 개성에서 폐막행사도 가졌다.

 

5개국 여성들은 입을 모았다. 최근 남북대화가 중단되고, 북핵 불능화 중단 파동으로 6자회담이 위기를 맞은 이때야말로 평화 형성자이자 화해자인 여성이 제 역할을 할 때가 아니겠느냐고. 6개국 정부와 남성 중심의 ‘반쪽짜리’ 논의만으로는 힘에 부치지 않느냐고 말이다.

 

14년 만에 다시 동북아여성평화회의에 참석한 시미즈 스미코 조선여성과 연대하는 일본부인연락회 대표는 “92년 평양토론회가 여성의 힘으로 남북통일과 동북아 평화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면, 2008년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현실을 직시하는 힘과 인간적 공감대로 연대를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새로운 평화운동이 대안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쳉홍 중국 국제민간조직합작촉진회(CANGO) 홍보팀 코디네이터는 여성 국제연대를 위한 북측 파트너 발굴과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과의 공조를 제안했고, 러시아여성연합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레베데바 니나 브레소나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동양학연구소 선임연구원(불참)은 “각 정부들이 6자회담 내에 남성과 동등한 규모의 여성 협상가를 포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여성들의 경험은 조금 달랐다. 분명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평화에 대한 지향이 높지만, 지도자급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신념만큼이나 국익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북한 연구단체인 ‘전미북한위원회(NCNK)’ 캐린 리 사무국장은 미국의 전·현직 여성 국무장관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북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위협적 요소라고 느끼면서도 북의 경제에서 미사일 판매가 차지하는 역할을 인정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미사일 확산 문제에 대응했고, 평화와 안보를 위한 비군사적이고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반면 콘돌리자 라이스 현 장관은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선동적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담 후세인의 총구에서 나는 화약 연기가 원자구름으로 커지길 원치 않는다”고 말하며 사람들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 후 이라크에는 그 어떤 핵무기도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캐린 리 사무국장은 “성별에 따라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떤 정부에서 재직하느냐, 혹은 어떤 역사적 중대성을 지닌 기간에 재직하느냐에 따라 여성이라도 자신의 권력을 다르게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해방법은 달랐지만 캐린 리 사무국장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수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의 국제 연대만이 동북아 평화 구축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단체와 함께 일하던 1990년대 의무군복무 중 아들을 잃은 한국과 대만 어머니들이 마음으로 만나는 것을 목격했고, 2000년에는 한국과 일본, 미국 여성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경을 뛰어넘어 연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국적과 언어를 뛰어넘는 여성들의 교류와 연대는 새로운 이해 증진과 외교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익’을 대신하는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처음 한국에서 열린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개최국을 달리해 매년 열릴 예정이다.

 

[한·일 여성 국회의원 간담회] 5개국 여성의원 상시모임 추진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여성 국회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일 오후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석을 위해 첫 방한한 오카와라 마사코 참의원 의원(민주당)과 전국페미니스트의원연맹 소속의 마리코 미쓰이 전 도쿄도 시의원을 국회로 초청해 ‘한·일 여성 국회의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모임에는 민주당 최영희·김상희,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함께했다. 참석 의지를 밝혔던 김금래 한나라당 여성위원장과 박선숙 민주당 의원 등은 국회 상임위 출석으로 불참했다.

 

한·일 여성의원들은 먼저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각국의 현실부터 진단했다.

 

마사코 의원은 “대부분의 일본 여성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 남편, 남동생들이 그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여론을 호도하며 납북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국가범죄가 아닌 전쟁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경 의원도 “지난 10년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남북관계를 우호적 관계로 변화시켰고 지금의 6자회담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새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상호주의 외교를 고집하고 있고, 그 결과 북측과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일 여성의원들은 이처럼 꼬여버린 남북관계, 북·일관계, 한·일관계를 매듭지을 해법으로 한·일 여성과 여성의원의 연대 강화를 제시했다.

 

최영희 의원은 “한국과 일본의 여성들은 남북, 북·일, 한·일 관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갈라진 틈을 메우는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며 “민간 여성단체들이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조직해 평화담론을 생산하듯이 한·일 여성의원들도 지속적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의원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그동안 6자회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만 보던 수준에서 벗어나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 국제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각국 여성의원들이 정부에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사코 의원도 “앞으로 일본 외교정책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남은 5년의 임기 동안 여성의 시점에서 일본의 외교 방향을 바꾸도록 꾸준히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미경 의원은 보다 구체적 대안을 내놨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산하에 여성의원 모임을 만들어 상시적 연대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미경 의원은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매년 개최되니까 의지만 있다면 상시적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의회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불참한 미국 여성의원들이나 다른 한·일 여성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면 다음 모임 때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 커스틴 그레벡 국제여성연맹 대표와 정현백 동북아여성평화회의 공동추진위원장

100년 전통의 국제 여성평화단체인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여성연맹(WILPF)’ 커스틴 그레벡 대표와 동북아여성평화회의 공동추진위원장인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사학)가 본지의 요청으로 지난 1일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1시간 동안 대담을 가졌다.

 

WILPF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유럽과 미국 여성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제 반전단체다. 지난 2000년 유엔 안보리가 각국 정부에 평화 구축 결정 과정에 여성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의무화한 ‘결의안 1325’를 채택할 때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레벡 대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을 직접 방문해 평화담론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첫 방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이 주축이 돼 성사된 이번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세계 여성들의 평화운동 연대에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현백 : 올해 처음 열린 동북아여성평화회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그레벡 : 여성이나 여성운동은 아주 부드러운 주제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보 확립을 위해서는 6자회담 등에 여성들의 참여가 필수다. 여성들이 안보와 관련한 거대 담론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동북아여성평화회의 개최는 세계 각국 여성들이 그동안 안보 문제에 대해 말하고, 조직하며, 행동해왔음을 보여주고, 국가를 넘어 연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현백 : 참가국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과는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었다. 이번 회의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그레벡 : 러시아와 중국과의 교류가 어려운 이유는 이들 나라에서 활동하는 여성단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있더라도 대부분 정부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단체들이다. 일례로 중국의 최대 여성단체인 중화전국부녀연합회는 비정부기구(NGO)와 정부기관의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조금 나은 것은 WILPF 지부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

 

정현백 : 동북아 평화를 위한 남북 여성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레벡 : 한국 상황은 잘 모르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보면, 남성보다 여성들이 대화를 더 빨리, 더 넓게 끌어낼 수 있다. 발칸전쟁 당시 코소보에 들어가 탁아소와 여성건강센터를 만들었다. 코소보 여성들과의 대화는 아동과 여성의 건강권 확보에서 국가의 건강 이슈로 이어졌다. 적국 세르비아 여성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에는 이란 등 중동 사람들과 스웨덴, 호주 사람들까지 대화에 참여했다. 여성들의 대화는 정부 차원의 고위급 회담만이 아니라 저변의 일반 여성들과도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서로 평등한 수준에서 대화해야 한다.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낮은 단계라도 조금씩 축적해나갈 때 비로소 어느 날 변화가 올 수 있다. 동독 여성들의 통일 과정이 그랬다.

 

정현백 : 몇 년 전 북측이 WILPF 행사에 공식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드문 일이다. 남북 여성교류에 WILPF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레벡 : 아마도 WILPF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반전운동을 처음 시작한 100년 여의 역사를 가진 단체이고, 그동안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다.

 

정현백 : 각국 여성들이 6자회담 등 주요 회담이나 의사결정권 위치에 참여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

 

그레벡 : 각국 정부는 1995년 베이징 행동강령에서 결정권이 있는 모든 직위 중 최소 30%를 여성에게 할당하겠다고 합의했다. 또 2000년에는 유엔 회원국 모두가 각국의 평화 형성과 합의·이행 과정에 여성을 포함시키도록 약속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통과시킨 ‘결의안 1325’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 약속들을 망각하고 있다. 여성들이 먼저 나서 계속 말하고 제기해야 한다. 이번 회의가 기폭제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 개성평화기행 동행취재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10년을 이어온 금강산 관광은 지난 7월 12일부터 중단된 상태고, 통일부는 민간단체의 평양 방문을 잇달아 불허하고 있다. 통일부는 “금강산 총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남쪽 인사들이 대규모로 방북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남북 간 대화도 끊긴 상태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민간교류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일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가자 41명의 방북은 이런 악재를 뚫고 성사됐다. 비록 북측 여성들의 참여는 무산됐고 방북도 ‘하루 관광’ 형태로 진행됐지만, 6자회담 개최국 여성들의 개성 방문은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간교류와 국제연대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시미즈 스미코 ‘조선여성과 연대하는 일본부인연락회’ 대표는 “방북은 오늘로 21번째고 개성에만 10번 넘게 왔지만 한반도 평화에 뜻을 같이하는 세계 여성들과 함께 단체로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늘의 한반도 분단 체험은 각국 여성들에게 평화연대의 중요성과 자기 과제를 깨닫게 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해외 참가자들은 차창 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모습을 드러낸 개성공단을 지날 때는 어느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통역사의 설명을 들으며 바쁘게 눈을 움직였다. 개성 시내를 오갈 때는 하교 중인 아이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었다. 이에 화답하듯 아이들도 차를 향해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선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다.

 

지난해 7월 미국 하원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도록 이끈 주역인 재미동포 2세 에나벨 박(한국명 박소현)은 “첫 방북인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북측 사람들을 보게 돼 놀라웠다. 가슴이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인 박연폭포와 고려 말 충신 정몽주가 피살된 곳인 선죽교, 정몽주의 집터인 숭양서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와 고려대장경 판목, 고려청자 등 고려시대 유물이 한데 모여 있는 고려박물관(고려성균관)을 둘러봤다. 박연폭포 위쪽에 위치한 관음사는 폭우로 인한 보수 작업으로 방문하지 못했다.

 

오후 5시 모든 관광객들이 서울로 향할 때 평화회의 참가자들은 도라산역을 방문했다.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통제선 안에 위치한 도라산역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의 역 중 하나다. 이정표는 서울과 평양을 가리키고 있지만 지금은 서울과 도라산 역까지만 운행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한반도 통일의 상징인 도라산 역에서 폐막행사를 열고, 알록달록한 천에 각국의 언어로 평화의 메시지를 적어 잇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연대의 끈 잇기’ 퍼포먼스를 가졌다. 이들은 “북측 여성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모임에는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는 끝났지만 동북아 평화를 향한 활동은 이제 첫 발을 대디뎠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자문을 맡은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어려울수록 민간 대화가 활짝 열려야 하며, 정부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평화교류를 여는 민간단체에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이번 회의 성과와 제안을 담은 백서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보낼 것을 검토 중인데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당신에게 개성평화기행은?

“아웃사이더 경계 허물기”

 

방북 경험은 여러 번 있지만 이번처럼 육로를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반도 분단은 미국과 옛 소련 등 강대국의 개입이 빚어낸 비극이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의 배경을 잘 알지 못한다. 동북아 문제에서 미국인은 아웃사이더다. 그러나 오늘 DMZ를 넘으며 이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앞으로도 남북 화해를 돕는 역할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분단의 비극 내 문제로”

 

생애 처음으로 비무장지대를 밟고, 북측 사람들을 봤다. 가슴이 뭉클했다. 비록 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의 분단 비극이 내가 겪고 있는 비극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감동을 받으면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미국인들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 어떤 조직과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구체적 행동지침을 만들어 전달할 것이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 세계 여성들을 묶는 네트워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행동하겠다.

 

 

 

 

 

 

 

 

“6개국 여성 역할 재확인”

 

1972년 첫 방북 이래 오늘로 21번째다. 개성에도 여러 차례 왔었는데 남성 안내원은 오늘 처음 만났다. 북측 남성 안내원과 남측 여성들이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빨리 이뤄졌어야 할 보통 모습인데 여전히 특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반도 분단문제 해결은 6개국 여성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다.  일본과 북측이 자유 왕래하는 날이 올 때까지 역할을 다하겠다.

 

 

 

 

 

 

 

 

 

“민간 여성교류의 힘 발견”

 

평소 동북아 평화나 여성 국제연대에 대해 알거나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대부분의 중국 여성들이 그렇듯 6자회담은 정부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여와 개성 방문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민간 여성들도 교류를 통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중국에 돌아가면 더 많은 여성들과 공감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해볼 계획이다.


태그:#평화, #북한, #금강산, #북핵,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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