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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오후 6시 20분]

 
최시중 "KBS 어려운데, 방통위원장이 모른 척 할 수 있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KBS 이사장과 청와대 실세들의 밀실 모임을 주선한 것에 대해 10일 오후 국회 문방위에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고,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서울시내의 한 호텔 식당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과 함께 신임 사장으로 거론되던 KBS의 전직 임원 세 사람을 면접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KBS 출신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민감한 시점에 KBS 원로들과 청와대 실세들이 서울시내 한복판에 있는 호텔에서 모였다는 것은 매우 심려치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하자 최 위원장은 "(후임 사장에 대한) 대책을 전혀 논의한 바는 없었지만, 내 처신이 신중하지는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최 위원장은 "그 때는 답답해서 KBS 사정을 파악하려고 방송계 원로들을 함께 모아서 상의해보는 자리였다"며 다음과 같이 모임의 주선 배경을 설명했다.
 
"내가 (모임을) 주선했다. 최동호·김은구·박흥수 세 사람을 따로따로 불러 얘기듣고 싶었지만, 오히려 함께 모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연락했다.
 
그리고 나 혼자 듣기보다는 인사 당사자인 (유재천) KBS 이사장이 참석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아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참석을 권유했다. 그러자 이 대변인이 '그런 자리라면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함께 가는 게 좋겠다'고 건의하더라. 일부 언론이 대책회의를 했다, (사장 후보를) 상견례 했다느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치 않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위원장의 '월권' 문제를 지적하자 그는 "내가 방통위원장이다, KBS는 방송 중의 방송이고, KBS가 어려운데 나 몰라라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나치 괴벨스 부활했다는 얘기 나온다"
 
지난 6월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최시중 사퇴' 의견이 71.7%에 이르렀다는 지적에도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최시중은 안 된다'는 주장을 수도 없이 한 것으로 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퇴진에 대해 "정 사장 퇴진은 경영 문제 이전에 정치 도의적인 문제라고 여러 차례 얘기한 바 있다"며 "더구나 경영이 그랬다면 더더욱 책임을 통감하고 처신하는 게 옳았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경북 출신을 특별히 챙긴다는 얘기가 있다(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는 말이 나오자 그는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역차별당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응수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는 시대는 지났다, 야당 의원들이 열창하지 않아도 언론 장악 안 한다"고 거듭 다짐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KBS 이사장을 만나 '사장 사퇴'를 얘기하고, 대통령을 만나 정국타개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아 위원장 말이 허언으로 들린다"(조영택 의원)고 의심을 놓지 않았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더 나아가 "항간에 2차대전 당시 무리한 언론정책으로 독일 국민을 파멸로 이끈 나치의 악랄한 선전장관 괴벨스가 이 나라에 부활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하자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우리가 나치 정권하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냐"고 맞서는 등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한편 "야당이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한 반론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의 질문에 최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야당에 그런 기회를 주는 것도 검토해봐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1신 : 10일 낮 12시 45분]
 
'YTN 배지'는 회의 방해하는 불법 소품?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공방이 예상됐던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가 민주당 의원들이 착용한 배지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으로 공전됐다.

 

문제의 배지는 YTN 노조가 구본홍 사장 퇴진 캠페인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구 사장의 '낙하산 임명'을 비꼬아 낙하산에 붉은 사선이 그어진 문양이 그려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8일에도 YTN 배지를 단체로 착용하고 회의에 임했는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참석한 10일 회의에도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나라당 간사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가슴에 단 배지는 국회법 148조에 해당하는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이라며 "이런 식으로 국회에 시위용 소품을 들여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한선교 의원도 "민주당이 만든 배지를 달고 다닌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는데, 하물며 YTN 노조가 만든 배지를 달고 오냐? 지난번에 봐줬으니 이제는 떼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의 잘못된 언론정책에 항의한다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달라(장세환)", "이것은 원칙의 문제(천정배)"라며 맞섰다.

 

 

작년에도 비슷한 해프닝...1년만에 공수 뒤바뀐 여야

 

노무현 정부가 집권했던 지난해 문방위에서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금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양측의 논란은 한층 복잡해졌다.

 

지난해 8월 24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언론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신의 상임위 좌석 앞에 '언론탄압 분쇄'라고 쓰인 문구를 붙여놓았는데, 정청래 전 의원(당시 민주당 간사)은 "각막피곤증 때문에 회의를 못 하겠다, 내 홍체와 수정체 지금 다 피곤하다"며 심 의원의 책상으로 가서 문구를 직접 떼어버렸다.

 

당시 한나라당 간사였던 최구식 의원은 "내가 그 때 심 의원에게 여러 차례 떼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회의 진행을 위해 그걸 떼었다"고 회고한 뒤 "민주당 의원들도 회의 진행을 위해 이번에 배지를 떼는 게 맞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당시 최 의원도 "심 의원이 헌법기관으로서 본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행동을 하는 것인데, 이런 황당무계한 상황은 처음 본다"고 정 의원의 행동을 비난했다.

 

나경원 의원이 당시 심 의원의 행동을 문제 삼은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자신들을 공격하자 민주당 간사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은 상임위는 물론이고 본회의장에서도 수도 없이 피켓시위를 하지 않았느냐"며 "배지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냐"고 역공을 폈다.

 

지루한 공방전이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자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여야 간사들의 협의를 주문했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4년 만에 국회에 돌아왔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민생국회가 배지국회로 전락한 것은 국민들의 웃음거리를 살 뿐"이라고 개탄했다.


태그:#최구식, #YTN, #나경원, #배지,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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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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