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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7일 저녁 7시 55분]
 
"우린 인사위 못 열게 하는 걸 분명한 업무방해로 보고 있어!"
"그냥 저희들 다 고소하십시오. 그게 여러 가지로 편할 것 같습니다."
 
YTN 인사위원회가 노동조합(위원장 노종면) 저지로 1시간 째 열리지 못하자 한 인사위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자 한 노조원이 "차라리 (후배들) 다 고소하라, 그게 불필요한 사태를 막는 길인 것 같다"고 실망스럽게 받았다.
 
벌써 YTN 노조원 12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황. 다시 "업무방해" 이야기가 나오자 노종면 위원장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말을 받았다.  그는 "업무방해 판단은 인사위원들 모두의 공통된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노 위원장은 실망스런 목소리로 여덟 인사위원들의 이름을 모두 호명하며 물었다. 
 
"선배님들은 (후배들이) 업무방해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후배들) 고소해야 하고, 징계 받아야 한다고 보는 겁니까?"
 
노 위원장의 선배이자 인사위원인 한 명이 다시 "인사위를 못 열게 하는 건 업무방해"라고 못 박았다. 이에 위원장이 작심한 듯 말했다.
 
"우리는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구본홍 사장에 의해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여러분들이 YTN 고유의 업무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 자리 찾아 가시기 바랍니다!"
 
"YTN의 업무방해는 여러분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YTN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사위원회는 결국 노조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날 인사위에서는 징계 대상자 24명(노조원은 23명)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징계 대상자 24명은 모두 17층 회의장에 여유있는 모습으로 인사위원을 기다렸다. 하지만 노조원 100여 명은 회의실 입구를 봉쇄해 인사위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들은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구본홍씨가 발령을 냈기 때문에 인사위 자체를 인정 못한다"고 밝혔다.
 
인사위원들은 "노조는 구본홍 사장을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우린 사장으로 인정한다"며 "사규와 절차에 따라서 인사위를 열고 징계를 논의하는 것이니 길을 비키라"라고 요구했다.
 
인사위원과 노조원으로 맞닥뜨렸지만 회사에서는 서로 선후배로 지나는 이들. 후배 노조원들은 "선배님들 손에 후배들 피묻히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며 "악역을 맡지 않도록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후배들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선후배의 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업무방해" "고소" "징계"를 이야기했고, 후배들은 선배들에게 "제발 제 자리를 찾으라"고 충고했다.
 
선배 인사위원들은 약 2시간 가까이 버티다 인사위를 열지 못하고 돌아갔다. 한 인사위원은 발길을 돌리며 "노조의 물리력 동원은 부당하다"며 "소명 기회를 생략하고 인사위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YTN 노조는 다시 단결력을 과시했지만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선배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 조합원들은 실망스럽다는 듯 "그냥 후배들을 다 해고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정방송 배지 단 기자들
 
이렇게 100여 노조원들이 회사 안에서 싸우고 있을 때 국회를 출입하는 YTN 정치부 기자들은 '리본·배지 투쟁'을 전개했다.
 
17일 오후 5시께 황보연 YTN 정치부 기자는 '공정방송' 배지를 달고 녹화에 임했다. 녹화를 마친 후 황 기자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배지를 달았다"며 "YTN의 안타까운 상황을 계속해서 알려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YTN 사측에서 배지를 단 기자의 영상을 삭제하거나, 배지를 보이지 않게 가린다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측에서 하는 대로 순순히 응한 뒤 이후 노조의 방침대로 절차를 밟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황 기자와 함께 '공정방송' 배지를 단 박순표 YTN 정치부 기자는 "우리는 특정 정치 인사의 캠프에서 특보·단장·고문 등과 같은 직책을 맡은 사람을 제외하고 경영 능력이 있는 인사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며 "최소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낙하산 사장을 임명을 강행한 것이 과연 이명박 정권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2신 : 17일 오후 2시 25분]

 

"어제 오후 1시 '뉴스의 현장' 진행 중 노조원들의 시위가 방송되는 사고가 빚어졌다. 어제 방송사고에 시청자들에게 깊이 사과한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

 

YTN이 지난 16일 발생한 노조의 '생방송 시위'에 대해 사과했다. YTN은 17일 오후 1시 '뉴스의 현장'이 시작되자마자 앵커 멘트를 통해 '시청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YTN 노동조합(위원장 노종면)은 16일 시위를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 표현"이라고 밝혔지만, 사측은 명확히 '방송사고'로 규정했다.

 

사측의 사과 방송이 나간 직후 YTN 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정방송, 애사심, 보도의 독립성, 방송의 공정성, 방송인의 자질, 노사 신뢰관계... 오늘 사측이 늘어놓은 표현들은 도저히 속이 메스꺼워 들어줄 수가 없다"며 "대선 캠프 특보를 지낸 인사를 사장으로 모시겠다는 자들 입에서 어찌 반성도 없이 보도의 독립성과 공정방송이라는 신성한 표현이 나오는가"라며 사측을 비난했다.

 

또 '뉴스의 현장'은 그동안 앵커 뒤 배경으로 뉴스룸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던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진행됐지만, 17일에는 '매직비전'을 끊고 스튜디오를 가린 채 진행했다. '매직 비전'을 꺼버리면 뉴스룸의 분주한 장면 대신 파란색 배경으로 뉴스가 진행되는 것이다.

 

16일 생중계 시위 때 정영근 YTN 편집부국장이 직원들에게 "화면 내리라"고 요구했던 건 바로 이 매직비전을 끊으라는 말이었다. 매직비전이 실행되면 앵커 뒤 배경으로 스튜디오가 보이게 된다.

 

이홍렬 YTN 보도국장 직무대행은 이례적으로 '뉴스의 현장' 방송 때 매직비전을 끊은 것과 관련 "16일 노조의 시위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지만, 꼭 그것 때문에 뒤 배경을 가린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종종 매직비전을 끈 채 뉴스를 진행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권석재 YTN 노조 사무국장은 "원래 '뉴스의 현장'은 늘 오픈 스튜디오로 진행됐는데 어제(16일) 시위 때문에 사측이 재발 방지 차원에서 뒤 배경을 가린 것 같다"고 밝혔다.

 

▲ '출근 투쟁' 실패한 구본홍 사장 구본홍 사장이 17일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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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7일 낮 12시 32분]

 

자신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시위 모습이 생방송 뉴스 시간에 그대로 노출되는 '굴욕'을 겪었기 때문일까. 구본홍 사장의 17일 아침 '출근 투쟁'은 여느 때와 달랐다.

 

구 사장은 17일 오전 8시 40분께 서울 남대문로 YTN 본사 17층 사장실로 출근을 시도했다. 그의 곁에는 평소 출근 시도 때보다 약 2배가 많은 20여 명의 경영기획실 직원과 간부들이 있었다.

 

20여명 대동, 여느 때와 달랐던 구본홍의 출근투쟁

 

구 사장과 이들은 이미 사장실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약 50여 명의 YTN 노동조합원(위원장 노종면)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낙하산은 물러가라" "공정방송 사수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길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작은 몸싸움이 발생해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의 허리띠가 끊어지기도 했다.

 

62일째 출근 저지를 당한 구 사장은 오전 9시께 17층 예비군 중대 사무실로 이동했다. 구 사장은 이곳에서 약 1시간 정도 머물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YTN 본사를 떴다.

 

한편 YTN 노조는 "이날(17일)부터 시작된 YTN 기자들의 '공정방송' 리본 및 '낙하산 사장 반대' 배지 착용과 연가 투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가 투쟁 첫날인 17일에는 계획대로 대전지국(4명)과 춘천지국(2명) 조합원들이 100% 참여했다. 이들은 연가 휴가를 내고 17일 오전 서울로 올라와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구 사장 출근 저지에 동참했다.

 

'낙하산 반대' 배지 단 기자, 4시 뉴스부터 볼 수 있다

 

취재 현장에 나가 있는 YTN 기자들은 구본홍 사장을 반대하는 리본과 배지를 단 채 뉴스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의 모습은 빠르면 오후 4시 '뉴스Q'와 저녁 7시 '뉴스창' 시간에 방송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측이 "어떻게든 '리본·배지 투쟁'을 막는다"고 공언하고 있어 실제 방송이 성사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조는 "데스크, 사측과 개별적인 대응은 피하라"고 노조원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개별 충돌을 막고 조직적으로 한꺼번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YTN 사측은 이날 오후 3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사이동 조치를 거부한 조합원 24명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예정이다. 징계 대상자 24명은 모두 인사위에 출석해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적극 주장한다는 방침이다.

 

또 YTN은 16일 '생방송 시위'와 관련 보도국 차원의 사과방송을 하기로 했다. 사과방송은 17일 오후 1시 '생중계 시위'가 있었던 <뉴스의 현장> 시작 순간에 앵커 멘트로 나갈 예정이다.


태그:#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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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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